재선충 비상… 헬기·드론·지상 ‘3중 방어망’ 소나무숲 지킨다

김창희 기자 2024. 3. 12.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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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림청, 내달까지 집중방제
감염 땐 100% 고사하는 전염병
지난해 피해 소나무 2.8배 늘어
3월 매개충 솔수염하늘소 활동
산림청, 감염목 항공 집중 예찰
1만5000명 투입 확산저지 총력
최근 소나무재선충병이 기승을 부리고 있는 울산 울주군 문수산 일대에서 작업자들이 감염목을 베어 처리하고 있다. 산림청 제공

대전=김창희 기자 chkim@munhwa.com

감염되면 100% 고사하는 소나무재선충병이 최근 기후변화와 코로나19 시기 ‘방제 공백’ 등으로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특히 영남권에 전체 피해의 63%가 집중되는 등 한반도 동남부권 소나무숲 방제에 비상이 걸렸다.

12일 산림청에 따르면 전국 재선충병 피해 소나무는 지난 2023년 107만 그루 피해로 전년 대비 2.8배로 급증했다. 2021년 30만7900여 그루, 2022년 37만8000여 그루에 불과하던 피해가 갑자기 눈덩이처럼 불어난 것이다.

특히 경북 포항·안동·경주·구미, 울산 울주, 경남 밀양, 대구 달성 등 동남부권이 심각하다. 밀양 20만 그루, 안동 14만 그루, 포항 13만 그루 등 피해가 급속 확산하고 있다. 지난해 15개 시도 142개 시군구에서 피해가 발생한 가운데 영남권 7개 시군에 전체 피해의 63%가 몰려 있다.

소나무재선충병은 매개충인 솔수염하늘소에 기생하는 재선충이 소나무에 침입해 수분과 양분의 이동 통로를 막아 2∼3개월 만에 말려 죽이는 병이다. 1988년 부산 금정산에서 처음 감염목이 확인된 후 36년간 1500만 그루가 잘려 나갔다. 그동안 1조2000억 원의 예산이 투입되는 등 적극적 방제로 연간 피해를 30만 그루대까지 감소시켰다. 한때 섬 전체 소나무 멸종위기를 맞았던 제주가 안정화됐고, 충북 영동, 대구 남구, 경북 울진, 전남 곡성 등이 청정 지역으로 전환되는 등 상당한 방제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잠잠하던 재선충병이 다시 기승을 부리게 된 것에 대해 전문가들은 몇 가지 요인을 꼽는다. 지구온난화로 매개충의 개체 수와 활동 기간은 늘어난 반면 코로나19로 일선 지방자치단체의 방제가 소홀해진 탓이라는 분석이다. 국립산림과학원이 최근 10년간 재선충병 매개충의 우화 시기와 봄철 기온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 기온 증가에 따라 우화 초일이 10일 정도 앞당겨지는 경향이 확인됐다. 매개충 서식에 유리한 기후 환경이 잦아지면서 피해가 더 심각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됐다. 일본 교토대 우타이 가즈요시 교수의 예측 모델에 따르면 소나무림 비중이 높은 영남권의 경우 방제사업 중단 시 10년 내 소나무림의 78%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포항, 안동의 경우 주 발생지가 군부대 지역이거나 댐 상류여서 방제의 손길이 닿기 어려웠다는 지적도 나온다.

산림청은 이들 지역 재선충병 확산 저지를 목표로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4월까지를 집중 방제 기간으로 설정하고 지자체와 함께 총력 대응에 나서고 있다. 조기 발견과 신속 방제를 위해 헬기-드론-지상 3중 예찰체계를 구축했다. 붉은색 혹은 흰색을 띠는 감염목을 항공 예찰로 파악하고, 1만5000명 규모의 예찰방제단 인력을 지상에 투입해 고사 확인, 시료 채취, 좌표값 확인 등의 정보를 확보한다. 신속한 감염 확인을 위해 진단 시간을 종전 3일에서 30분으로 단축시킨 유전자 진단키트도 확대 보급 중이다.

국가적 차원에서 추가 확산을 저지해야 하는 중요 지역에는 공격적 방제를 추진한다. 중요도가 높은 송림을 중심으로 전국 62개 시군구에 1520㎞ 길이의 방어선을 설정해 감염목 확인 시 모두베기, 주변 예방 나무주사 주입 등 강력한 대책을 시행한다.

재선충병 방제는 매개충이 활동하는 봄철 이전에 끝내야 한다. 내륙 지역은 3월, 제주는 4월까지 작업을 완료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자체 힘만으로 어려운 지역은 공동방제구역으로 지정해 지방산림청·국유림관리소 등과 공조해 나가고, 국방부·문화재청 등 유관기관과 소통·협업도 강화한다. 핵심 지역인 포항, 안동, 밀양 등은 고사목만 골라 베는 방식 대신, 모두베기·나무 예방주사 주입 등 고강도 복합방제를 실시한다. 제거된 고사목은 파쇄, 훈증, 열처리 등을 거쳐 산업적으로 활용한다.

일부에서 일본처럼 인위적인 방제를 포기하는 것이 낫다는 의견도 제기한다. 하지만 일본보다 송림 비중이 훨씬 높은 국내 산림 여건으로 볼 때 방제 포기는 또 다른 2차 산림재난의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 산림 당국과 다수 전문가들의 견해다. 소나무림의 공익적·경제적 가치가 연간 71조3000억 원에 달하고 임산물 생산량은 연간 2539억 원에 이르고 있다. 소나무숲이 문화·관광·휴양 자원으로 지역경제에도 기여하는 만큼 방제 포기론은 무책임한 발상이라는 것이다. 남성현 산림청장은 “전국 산림 면적의 27.5%를 차지하며 ‘국민 나무’로 일컬어지는 소나무숲 고사 사태를 방치할 수 없다”며 “체계적 방제의 가시적 성과는 오랜 시간이 걸리는 만큼 지속적인 예산 투입과 방제 노력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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