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김지훈 대표 “이차전지 꺾였지만 소·부·장은 훨훨 날았다”

이한경 기자 2024. 3. 12.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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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차전지 기술 진보와 AI 반도체 부각되며 소부장주 주가 더 끌어올려

"올해 들어 이차전지주는 평균 수익률이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를 하회하고 있습니다. 주가가 최고점 대비 -51%이니 사실상 반토막이 난 셈이죠. 반면 반도체주는 지수 자체는 1% 상승했지만 주가는 2월 기준 전월 대비 평균 7.7% 올랐습니다. 고점 대비로 봐도 25%밖에 안 빠졌죠.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차전지 가운데도 신고가를 찍을 만큼 오른 기업이 있고, 반도체 중에서도 영업이익률이 기대에 못 미치는 기업이 있습니다. 투자가 미래를 보고 하는 것이라고 한다면 상대적으로 소외됐지만 영업이익은 꺾이지 않은 기업을 찾아야 합니다."

최근 한국을 대표하는 최첨단 산업인 이차전지와 반도체에서 대장주보다 주가 상승폭이 더 커 주목받는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들이 등장했다. 엔켐, 솔브레인홀딩스, TCC스틸, 한미반도체, HPSP 등이 대표적이다. 경제 유튜브 '김지훈의 훈훈한주식'을 운영하는 김지훈 대표를 만나 최근 주가가 급등한 이차전지와 반도체 소부장 기업을 분석하고, 향후 주목해야 할 기업들에 관해 물었다.

김지훈 ‘김지훈의 훈훈한주식’ 대표. [이상윤]

엔켐, 미국 IRA 해외우려기관 지정 최대 수혜

올해 초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세부 법안인 해외우려기관(FEOC) 지정 수혜를 국내 밸류체인(분리막·전해액)이 받을 것으로 예상했는데 현실이 됐다. 전해액 기업 엔켐 주가는 1월 2일 8만3100원에서 2월 21일 장중 35만8500원까지 올랐다(그래프1 참조).
"지난해 양극재 기업에 대한 수급 쏠림이 있었다면 올해 들어서는 전해액 기업에 대한 쏠림이 있었다. 1등 기업인 엔켐만큼은 아니지만 2등 기업인 동화기업(6만800→8만4400원)도, 3등 기업인 솔브레인홀딩스(4만4350→8만7800원)도 주가가 많이 올랐다. 그중에서도 엔켐이 가장 부각된 이유는 지난해 캐파(생산능력)를 기존 9만5000t에서 80만t

까지 늘리겠다는 발표와 함께 미국에 집중 투자하겠다는 의사를 밝혔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북미 시장 선점 효과는 물론, 중국 전해액 기업의 점유율을 가져올 것이라는 기대감이 컸다. 다만 2024년 14만t, 2025년 24만t 캐파 확대 계획이 일시에 실현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단기간에 수급 부분 기대감이 올라간 측면이 있다고 본다. 최근 엔켐 주가가 조정 국면에 들어선 이유다."

그렇다면 주가 상승이 예상되면서도 엔켐처럼 밸류에이션 부담이 없는 종목은 무엇인가.

"전해액과 달리 분리막 밸류체인은 현재까지 FEOC 수혜 효과를 보지 못했다. 배터리 기업인 SK온과 삼성SDI에 각각 분리막을 납품하는 SK아이이테크놀로지와 더블유씨피가 밸류에이션 부담은 없으면서 IRA 첨단 생산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어 주목해도 좋다고 본다. 특히 삼성SDI 밸류체인인 더블유씨피가 메리트 있다고 보는데, 삼성SDI가 지난해 LG에너지솔루션이나 SK온에 비해 보수적 전략으로 가면서 굉장히 안정적인 실탄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또 올해 1월 미국과 유럽에서 가장 높은 성장률도 보이고 있다. 미국에서 LG엔솔도 55% 성장률을 기록했지만 삼성SDI의 69%에는 미치지 못했다. 삼성SDI는 유럽에서도 40% 성장한 중국 기업 CATL에 이어 33% 성장률을 보였다. 또한 지난해 유럽과 북미에서 보수적 모습을 보였던 삼성SDI가 올해 공격적으로 공장 증설에 나서고 있다는 점도 더블유씨피가 밸류에이션상 메리트가 있다고 판단할 수 있는 근거다."

원통형 배터리 최대 수혜주, TCC스틸

올해 들어 엔켐만큼이나 주목받은 기업이 TCC스틸이다. 1월 4만3900원이던 주가가 2월 8만5900원까지 올랐다. 이차전지와 관련해 다소 낮선 이름인데.

"TCC스틸은 원래 각종 용기 소재로 사용되는 주석도금강판(석도강판)을 생산하는 곳이다. 그런 TCC스틸 주가가 최근 많이 오른 것은 그동안 각형이나 파우치형에 비해 에너지 밀도가 낮아 비주류로 인식되던 원통형 배터리가 대세로 부각되는 것과 관련 있다. TCC스틸은 지난해 1200억 원 정도를 투자해 캐파를 21만t까지 늘렸는데 이는 글로벌 경쟁사 3곳을 합한 것보다 많은 양이다. 더욱이 국내에도 기존 경쟁사는 KG스틸 정도이고, 신규 진출을 선언한 동국산업도 빨라야 2025년 진입 예정이라 최소한 2026년까지는 독점적 지위를 누릴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 TCC스틸이 가진 높은 기술력이 이 구조를 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본다. 그런 점들이 매출과 영업이익에 반영되면 회사는 계속 성장할 것이다. 향후 TCC스틸이 원통형 배터리 분야에서 최대 수혜주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

TCC스틸처럼 이차전지 산업이 발전하는 과정에서 떠오를 소부장 기업이 있다면.

"그동안 국내 배터리 기업은 에너지 밀도가 낮은 데다, 저온에서 급격히 주행거리가 짧아지는 LFP(리튬·인산·철) 배터리보다 상대적으로 많은 장점을 지닌 삼원계 배터리에 집중해왔는데, 올해 말부터는 기존 단점을 보완한 LFP 배터리 양산에 들어간다. 이때 LFP 배터리의 충방전 효율을 개선하는 데 필요한 것이 CNT(탄소나노튜브) 도전재다. 그런 점에서 나노신소재도 주목해야 한다. 앞으로 이차전지 산업은 이처럼 기술적 진보, 생산원가 절감, 배터리 폼팩터 변화 등에 따라 신규 종목들이 부각될 가능성이 크다."

이미 주목받고 있는 업종 중에서도 유망주를 고를 수 있을까.

"앞서 얘기한 전해액 기업을 보면 수익률 면에서 엔켐에 미치지 못하지만 솔브레인홀딩스나 동화기업이 더 나은 투자처가 될 수도 있다. 솔브레인홀딩스는 반도체 소재, 동화기업은 건자재라는 기본 캐시카우 사업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주목받기 시작한 기업 가운데 율촌화학도 마찬가지다. 이차전지 파우치 필름을 생산하는 율촌화학은 다양한 포장재를 생산해 안정적인 캐시카우를 가진 기업이다. 또 앞서 언급한 나노신소재도 기본 반도체·태양광·디스플레이 소재 생산에 이차전지 소재인 CNT 도전재가 성장동력으로 얹어졌다. 투자에 나설 때는 그런 점도 보면 좋다."

독보적 기술력 지닌 한미반도체와 HPSP

반도체와 관련해서는 한미반도체의 약진이 눈에 뛴다(그래프2 참조). 엔비디아-SK하이닉스-한미반도체로 이어지는 밸류체인에서 한미반도체 주가상승률이 가장 높은 이유는.
"고대역폭메모리(HBM)는 반도체 칩을 여러 개 쌓아 기존 D램 메모리에 비해 데이터 처리 속도가 빠르고 효율적인 것이 특징이다. 이때 메모리칩을 쌓으려면 TC본더라는 장비를 이용해 구멍을 뚫어야 하는데, 한미반도체가 그 기술을 개발해 독점 생산하고 있다. 사실상 반도체 생산 공정과 관련해 웬만한 분야는 미국과 일본 기업이 싹쓸이를 하고 있는데, TC본딩만은 틈새 영역처럼 한미반도체가 기술력을 갖고 있어 주목받을 수밖에 없다."

최근 미국 엔비디아발(發) 훈풍으로 반도체 장비 기업들의 주가 상승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어떤 기업을 주목해야 할까.

"한미반도체가 TC본딩에서 독보적 기술력을 지닌 업체라면, 어닐링 분야에는 난도 높은 기술력으로 주목받는 HPSP가 있다. 어닐링 장비는 반도체 웨이퍼 계면에 전기적 특성을 띠도록 붕산이나 인을 넣는 과정에서 생긴 결함(스크래치)을 해결하려고 사용하는데, 기존 일본 장비들은 고온을 이용하기에 계면 메탈이 녹는 현상이 종종 발생해 수율(양품률) 문제가 있었다. 반면 HPSP가 개발한 고압 수소 어닐링 장비는 계면 결함이 해소되면서 메탈도 녹지 않아 수율이 개선되는 장점이 있다. 반도체는 미세화될수록 계면 결함이 계속 발생하기 때문에 반도체 기업이라면 HPSP 기술력을 주목할 수밖에 없다."

4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3E) 양산 경쟁이 본격화하면서 추가 모멘텀이 기대되는 기업이 있다면.

"HBM 생산에서 중요한 화두는 수율이다. 불량품을 줄이기 위해서는 후공정이 중요하고, 웨이퍼에서 중요하지 않은 부분을 제거하는 식각 공정을 거치면서 형성된 1024개 바이어 홀 속 잔류물이나 부유물을 제거하는 세정이 중요하다. 미세공정에 주로 사용되는 건식세정 장비 기업으로는 피에스케이홀딩스, 습식세정 장비 기업으로는 제우스와 엘티씨가 있다. 이 중 가장 주목받는 곳이 피에스케이홀딩스인데, 드라이 식각 장비를 생산하는 피에스케이가 자회사이기 때문이다. 피에스케이가 생산하는 드라이 식각 장비는 글로벌 식각 기업들이 상대적으로 덜 주력하는 분야로, 피에스케이가 틈새를 잘 공략해 글로벌 시장점유율 15~20%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지금 이차전지주와 반도체주 투자에 나서는 투자자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은.

"유망한 기업이 많은데 그럼에도 기억해야 할 것은 이미 주가에 투자자의 기댓값이 반영된 곳도 많다는 점이다. 따라서 이익이 가파르게 성장했음에도 사람들의 기댓값이 낮아 주목받지 못한 회사, 인공지능(AI) 반도체가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면서 반도체 후공정 기업이나 하이닉스 밸류체인이 떠오를 때 상대적으로 가려졌던 반도체 전공정 기업, 삼성전자 밸류체인 등도 살펴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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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경 기자 hklee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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