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바오 외삼촌'도 방사 될 뻔…중국 '야생 판다 늘리기' 21년 성과는?

베이징(중국)=우경희 특파원 2024. 3. 12. 0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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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사육 자이언트 판다 야생화 작업 추진 중…멸종위기 판다 보존 새 전기 될지 주목
자이언트 판다 복장을 한 중국 연구진이 새끼 판다의 생태를 관찰하고 있다. /사진=차이신(허성산 특약)

한국의 슈퍼스타 푸바오 반환을 앞두고 중국 내에선 자이언트 판다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뜨겁다. 특히 중국이 21년째 추진 중인 판다의 야생 복귀 프로젝트에도 시선이 쏠린다. 푸바오의 외삼촌 격인 판다 신바오도 야생 복귀가 시도됐을 정도다. 야생 판다 개체수를 확보하기 위한 중국 정부의 노력이 성과를 낼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11일 중국 국가임업초원국에 따르면 지난 2003년 이후 진행된 '자이언트 판다 재야생화' 프로젝트에 따라 11마리의 사육 자이언트판다가 야생으로 돌아갔고, 지난 1월 기준 이들 중 9마리가 야생에서 살아남았다. 이제는 멸종위기종이 된 판다의 자립을 향한, 사육판다 야생화의 첫 발걸음이 떼진 셈이다.

눈 위에서 죽은 판다 '샹샹', 야생으로의 길 열다
지난 2018년 중국에서 이뤄진 사육판다의 야생 방사장면./사진=비주얼차이나
2003년 시작된 프로젝트의 첫 결과물은 2006년 3년간의 훈련 끝에 당시 5세의 나이로 야생으로 돌아갔던 수컷 판다 샹샹이었다. 지난해 일본에서 중국으로 반환된 판다의 이름도 샹샹인데, 앞선 샹샹과 같은 이름을 붙일 수 있었던 이유는 앞서 태어난 샹샹이 죽었기 때문이다.

샹샹은 푸바오가 돌아갈 곳으로도 유명한 쓰촨(四川)성 워룽(臥龍)구역 내 우이펑 지역에 방생됐는데, 야생으로 돌아간 직후부터 이상 행동이 감지됐다. 연구진이 대나무숲에서 찾은 샹샹은 손바닥과 뒷다리 등에 상처 투성이였다. 다른 야생동물은 물론 야생 판다들과도 영역 다툼을 한 흔적이었다. 연구진은 치료받은 샹샹을 다시 야생으로 돌려보냈지만 샹샹은 결국 한 달여 후 눈 속에서 죽은 채 발견됐다.

샹샹의 희생은 중국 판다 연구에 일대 전환점을 불러왔다. 워룽연구센터 책임자 우다이푸는 "샹샹 이후 상대적으로 무리에 잘 적응할 수 있는 암컷 판다의 야생화 비중을 늘리기로 했다"며 "무엇보다 가장 큰 변화는 갓 태어난 새끼때부터 야생화 교육를 시작하고, 새끼 판다 양육의 주체를 인간이 아닌 어미 판다로 바꾼 것"이라고 말했다. 샹샹의 경우 2세가 되기 전부터 사람이 직접 먹이를 주며 키웠었다.

어미 판다의 교육은 달랐다. 새끼를 끌어안듯 감싸고 나무를 오르도록 하고, 새끼가 너무 높이 올라가면 다시 끌어내리기를 반복하면서 나무오르기를 가르쳤다. 새끼는 점점 높이 10m 이상까지 올라갈 수 있게 훈련됐다. 인간이 아무리 가르치려 해도 가르칠 수 없었던 나무오르기를 새끼 판다가 체득하기까지는 불과 두 달 반이 걸렸다.

반면 어미의 교육을 받지 못하는 경우는 야생 복귀가 금지됐다. 푸바오의 엄마인 아이바오(2013년생)의 동생이며 푸바오에겐 외삼촌 격인 신바오(2015년생)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신바오는 태어나면서부터 야생 복귀 훈련을 받던 중 어미이자 푸바오의 외할머니인 신니얼이 장폐색으로 죽자 야생화 계획이 백지화되고 인공사육장으로 옮겼다.

급격하게 줄어들던 야생 판다…멸종위기에서 턴어라운드
중국 워룽연구센터에서 어미 판다가 새끼 판다를 품에 안고 나무 오르기를 가르치고 있다./사진=차이신(허성산 특약)
야생화 대상인 판다들이라고 인간과 접촉이 없을 수는 없었다. 그럴 때마다 연구진은 성체 판다의 오줌 등 배설물을 묻힌 '판다맨' 위장복을 입었다. 새끼가 인간에게 전혀 의존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조치였다. 새끼와 어미의 교류, 먹이활동 등 필요한 연구자료는 24시간 이뤄진 녹음을 청취하면서 일일이 확인했다. 지난한 여정이었다.

이 과정에서 그간 알려지지 않았던 판다의 생태도 다수 보고됐다. 사라진 새끼를 찾으러 들어간 사육사들을 판다가 공격해 큰 부상을 입힌 일은 유순한 판다의 이미지만을 생각하면 상상도 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하루종일 나무에 매달려 잠이나 자는 듯했던 판다가 어느새 펜스 아래로 굴을 파고 사육장을 탈출한 경우도 있었다. 천적 적응 훈련에서 성체 멧돼지와 싸워 이긴 판다도 있었다.

판다는 약 800만년간 진화하며 한때 중국 황하와 장강 유역에 널리 번성했다. 지금도 중국 내 16개 성에서 판다 화석이 발견된다. 그러나 인류 출현 이후, 판다의 생활 영역은 극도로 위축됐다. 점차 강 상류와 깊은 숲속으로 숨어들었다. 결정타는 중국 개혁개방 후 벌어진 천연림에 대한 무차별적 상업적 벌목이 날렸다. 판다 최대 서식지인 쓰촨성 지역을 중심으로 숲이 사라지며 판다들은 터전을 잃었다.

중국 판다센터에 따르면 중국 야생 판다는 1970년대 후반부터 1980년대 초반에 걸쳐 수년 새 2549마리에서 1114마리로 크게 줄어든다. 이후 벌목을 막고 판다 서식지 보전노력이 이뤄지면서 1999~2003년 조사에서 1569마리, 2011~2014년 조사서 1864마리로 점차 늘었다. 그래도 아직 첫 조사 수준으로도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반면 사육 판다는 2013년 375마리에서 현재 728마리로 개체수 자립을 달성했다. 샹샹 이후 야생으로 간 판다 11마리 중 지난 1월까지 9마리가 건강하게 무리에 적응해 생존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육판다들을 더 많이 야생으로 돌려보낼 수 있다면 야생 판다 보전의 획기적 전기가 마련된다. 판다가 멸종 위기에서 극적으로 턴어라운드 할 수 있다는 의미다.

"잘가 푸바오" 얼어붙은 한중관계 녹일까
[용인=뉴시스] 사진공동취재단 = 3일 경기 용인시 에버랜드 판다월드에서 관람객들이 대중에 마지막으로 공개하는 푸바오를 보기 위해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푸바오는 오는 4일부터 판다월드 내실에서 야생동물 이동에 대한 국제 규정에 따라 건강, 검역 관리를 받고 이송 케이지 사전 적응 훈련도 진행한다. 2024.03.03.
첫 국내 출생 판다 푸바오는 내달 3일 중국으로 반환된다. 중국과 협약에 따라 짝짓기 적정 연령에 맞춰 돌아간다. 지난 3일 용인 에버랜드에서는 푸바오가 마지막으로 한국의 팬들을 만났는데 수많은 인파가 운집했다. 푸바오의 영향력을 실감케하는 장면이었다.

판다엔 '안티'가 없다. 한중관계가 극도로 경직된 가운데 사실상 현재 한국 내에서 가장 우호적인 중국 관련 콘텐츠가 바로 푸바오다. 한국뿐 아니다. 미국과 일본 등 중국과 관계가 불편한 서방국가들에게 판다는 가장 중요한 외교적 가교다. 중국 내에서도 마찬가지다. 한국인들의 지극한 푸바오 사랑은 중국인들 사이에서도 화제다.

판다 연구에 있어 풀어야 할 숙제는 아직 많다. 지금까지 수컷 1마리, 암컷 8마리가 야생화 됐고 모두 7살 이상으로 번식 가능 연령이지만 이들이 번식에 성공했다는 보고가 없다. 우다이푸는 "발정기 행동에서 번식에 참여했다는 실마리를 얻을 수 있는 내용이 있었지만 직접적 증거는 없다"며 "차츰 번식에도 참여할 거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그래서 판다 보존을 가속화하기 위해 중국이 판다 연구의 문호를 열고 해외 연구기관들과 공동 연구를 진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중국 판다에 대한 전세계 각국의 압도적 우호 여론을 감안하면 중국이 판다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외교적 실리는 지금까지 보고된 것 이상으로 크다. 판다를 '줬다 뺏는' 도구로 여기지 말고 생명체이자 문화교류의 아이콘으로 존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베이징(중국)=우경희 특파원 cheeru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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