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에 당당했던 뷰캐넌, 어쩌다 컷오프 위기까지… 동네북 신세, 이대로 마이너가나

김태우 기자 2024. 3. 12. 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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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범경기 세 차례 등판에서 모두 실점하며 로스터 진입에 빨간불이 켜진 데이비드 뷰캐넌
▲ 뷰캐넌은 메이저리그 복귀를 낙관했던 오프시즌 초기의 분위기에서 완전히 달라진 시나리오를 받아들이고 있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데이비드 뷰캐넌(35‧필라델피아)의 오프시즌 시작은 자신감이 있었다. 삼성과 재계약 협상 당시에도 메이저리그에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적인 기조가 읽혔다. 삼성이 성사됐다면 외국인 선수 역사상 공식적으로는 최초가 됐을 다년 계약 카드까지 테이블 위에 올려놨으나 뷰캐넌 측에서 고개를 저은 이유였다. 뷰캐넌을 탓할 건 없었다. 허풍이 아니었다. 실제 그때는 그랬다.

뷰캐넌은 메이저리그 복귀에 대한 꿈이 있었다. 어린 시절에는 실패했던 곳이었다. 2010년 메이저리그 신인드래프트에서 필라델피아의 지명을 받고 입단한 뷰캐넌은 2014년 그토록 그리던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았다. 20경기에 모두 선발로 나가며 구단의 기대치를 증명했고, 첫 시즌 6승8패 평균자책점 3.75라는 나쁘지 않은 성적으로 로테이션 진입에 성공했다. 하지만 2015년 15경기에서 2승9패 평균자책점 6.99로 성적이 떨어지자 필라델피아는 그를 포기했다. 메이저리그에서의 경쟁력이 크지 않다고 봤고, 다른 팀의 시각도 비슷했다..

메이저리그가 멀어지자 뷰캐넌은 동양으로 눈을 돌려 일본프로야구로 진출했다. 나름대로 승부수였다. 비록 일본에서 궁극적인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으나 자신이 가장 성공적인 경력을 쌓은 KBO리그로 갈 길이 생겼다. 일본에서 고전하던 뷰캐넌은 2020년 삼성의 제안을 받아 한국에 왔고, 이후 삼성의 외국인 에이스로 활약하며 경기장 안팎에서 큰 사랑을 받았다. 뷰캐넌은 2020년 15승, 2021년 16승, 2022년 11승, 2023년 12승을 기록하는 등 KBO리그 통산 113경기에서 699⅔이닝을 던지며 54승28패 평균자책점 3.02의 훌륭한 성적을 남겼다. 뛰어난 기량, 그리고 유쾌한 에너지, 팀 정신 등을 앞세워 삼성뿐만 아니라 KBO리그 전체 팬들의 박수를 받은 선수였다.

30대 중반으로 향하는 나이에도 오히려 성적은 더 좋아졌다. 실제 뷰캐넌의 KBO리그 4년 중 가장 좋은 성적을 거둔 건 오히려 지난해였다. 지난해 30경기에서 188이닝을 던졌다. KBO리그 진출 후 최다 투구 이닝이었다. 12승8패에 평균자책점 2.54를 기록했는데 평균자책점 또한 역시 최고였다. 자신감을 얻은 뷰캐넌은 더 늦기 전에 마지막 메이저리그 도전에 들어갔다. 일부 메이저리그 구단들도 뷰캐넌에 관심을 드러냈다. 가격 대비 성능비가 좋은, 긁어볼 만한 선수라는 평가가 있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꼬인 부분도 있었다. 뷰캐넌은 신시내티로부터 2년 계약을 제안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패를 쥐고 있으니 원 소속팀 삼성에 요구하는 것도 클 수밖에 없었다. 삼성 또한 뷰캐넌의 필요성을 인정해 다년 계약 제안을 테이블 위에 올려놨다. 하지만 신시내티 오퍼와 차이가 있었을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추측된다. 삼성은 외국인 선수 연봉 상한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KBO리그 팀이었기 때문이다. 결국 협상이 결렬됐다.

그런 상황에서 신시내티가 프랭키 몬타스와 1년 계약을 하는 것으로 방향을 틀면서 뷰캐넌이 곤란한 처지에 놓였다. 이미 삼성은 대체 외국인 선수로 대니 레예스를 영입한 상황이었고, 삼성에는 더 자리가 없었다. 뷰캐넌은 1월 내내 메이저리그 구단들의 오퍼를 기다렸으나 시장 상황이 너무 좋지 않았고 끝내 2월 들어 필라델피아와 마이너리그 계약에 합의할 수밖에 없었다. 메이저리그에 콜업되면 일정 수준의 연봉을 보장받는 스플릿 계약이다.

신분이 보장되지 않은 상황에서 시범경기 성적까지 흔들리며 최악의 시나리오로 가고 있다. 뷰캐넌은 10일(한국시간) 미 플로리다주 클리어워터 베이케어 볼파크에서 열린 토론토와 경기에서 선발 타이후안 워커에 뒤를 이어 두 번째 투수로 나갔다. 그러나 2⅔이닝 동안 54개의 공을 던지며 고전했다. 무려 6개의 안타를 맞았고, 볼넷도 하나 있었다. 4개의 삼진을 잡아내기는 했으나 2실점하며 이날 경기도 만족스럽지 못한 결과와 함께 내려갔다.

▲ 뷰캐넌은 6점대의 평균자책점은 물론 피안타율이 0.400에 이를 정도로 경기 내용이 좋지 않다
▲ 이미 선발진이 어느 정도 결정된 필라델피아에서 뷰캐넌은 조기 마이너리그행 위협까지 시달리고 있다

뷰캐넌은 필라델피아의 예비 선발, 혹은 롱릴리프 후보였다. 시범경기도 그런 틀에서 출전하고 있다. 하지만 등판한 세 경기에서 모두 실점하며 불안한 모습을 노출했다. 3경기에서 6⅔이닝을 던졌으나 평균자책점은 6.75로 좋지 않다. 내용은 더 엉망이다. 피안타율이 무려 0.400이다. 동네북 신세다. 이닝당출루허용수(WHIP)는 2.25다. 세상의 어떤 구단도 이 성적을 낸 마이너리그 초청선수에게 메이저리그 개막 로스터를 보장하지는 않는다.

컷오프 위기다. 필라델피아를 포함한 모든 구단들은 이제 서서히 캠프 로스터를 정리한다. 현재 필라델피아는 잭 휠러, 애런 놀라, 레인저 수아레스, 타이후안 워커까지 4명의 선발이 확정적이고, 5번째 선발은 크리스토퍼 산체스로 점차 굳어지는 양상이다. 뷰캐넌은 믹 아벨, 그리피 맥개리, 콜비 앨러드, 스펜서 턴불 등과 로스터 경쟁을 벌이고 있는데 성적은 비교 우위라고 할 만한 게 없다. 현재 필라델피아 선발진을 고려하면 트리플A에서의 시간이 길어질 수도 있다. 다른 팀에 간다고 해도 시범경기 성적은 발목을 잡을 것이다. 뷰캐넌의 위기 탈출 기회는 이제 몇 경기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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