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람하려면 ‘내돈내산’… 유치원 CCTV ‘무용지물’
학부모 전원 동의 받기도 어려워... 모자이크 비용 피해자 전액 부담
道교육청 “아직 지원 방법 없어”
#1. 수원의 한 유치원에 딸을 보내고 있는 A씨는 유치원에서 이마를 다쳐 온 아이를 보고 유치원에 폐쇄회로(CC)TV 열람을 요청했다가 황당한 답변을 들었다. CCTV를 보고 싶으면 영상에 나오는 아이들의 학부모로부터 모두 동의서를 받아와야 한다고 안내 받은 것. A씨는 “유치원에서는 아이들끼리 장난을 치다가 다쳤다고 했지만, 딸은 옆 친구가 연필로 얼굴을 찔렀다고 말했다”며 “그 상황을 확인하려 CCTV를 보려는 건데, 가해 학생 부모를 포함한 모든 부모 동의를 받아오라고 하는 건 너무하지 않느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2. 평택에 사는 B씨 역시 아이가 유치원에서 다쳐 돌아온 뒤 CCTV를 보여달라고 요청했다가 ‘돈을 내야 한다’는 안내를 받았다며 분개했다. 영상에 등장하는 아이들 중 자신의 아들을 제외한 모두를 모자이크 처리해야 하는데, 여기에 들어가는 비용 부담을 B씨가 해야 한다는 것. 그는 “아이가 교실에서 밀려 다친 것도 화가 나는데, 피해자인 우리가 돈까지 내야 한다니 이게 말이 되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이들의 안전 등을 위해 유치원에 설치된 CCTV가 무용지물로 전락했다는 지적이다. 미취학 아동은 의사표현이 매끄럽지 못해 CCTV를 활용하는 경우가 많지만, 개인정보라는 이유로 안전사고를 당한 아이의 부모 등이 비용 부담을 떠안는 등 접근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11일 교육부가 배포한 ‘유치원 내 영상정보처리기기 설치운영 가이드라인’을 보면 유치원 CCTV를 열람하기 위해서는 이를 신청한 아이 이외의 사람의 모습이 명확히 담긴 경우 보호조치를 한 뒤에 영상을 제공하도록 하고 있다. 이에 CCTV 영상을 열람하기 위해서는 영상 속에 등장하는 아이 학부모들로부터 모두 동의서를 받거나 별도의 업체를 통해 다른 아이들을 모자이크한 뒤 영상을 제공받을 수 있다.
대부분 학부모는 다른 학부모들의 동의를 받기 어려워 모자이크 영상을 제공받는 경우가 많지만, 정보공개법 등에 따라 수반되는 비용은 학부모가 부담해야 한다.
반면 어린이집의 경우 지난 2015년부터 영유아보육법을 개정해 보호자가 영상정보를 자유롭게 열람할 수 있도록 했지만, 유아교육법을 적용받는 유치원의 경우 이에 해당되지 않는다.
이윤경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회장은 “무슨 일을 당한 것도 억울한데 증거 확보를 위한 비용까지 피해자에게 청구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며 “유아들도 국가가 책임져야 할 공교육의 영역에 속해 있다. 교육부 등에서 대책 마련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도교육청 관계자는 “CCTV 영상에 포함돼 있는 타인의 얼굴은 정보공개법상 비공개 대상 정보에 해당돼 모자이크 처리 등을 한 뒤 열람하는 게 원칙”이라며 “여기서 발생하는 정보공개수수료는 청구인이 부담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법안 등 관련 사안을 검토했지만, 아직까지 이를 지원할 방법은 없다”고 덧붙였다.
김경희 기자 gaeng2da@kyeonggi.com
한수진 기자 hansujin0112@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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