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티기 힘든 빚, 회생·파산 선입견 버리고 적극 활용해야···경제적 불이익 없어”

김정욱 기자 2024. 3. 11. 1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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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비룡 법률사무소 디에이 대표변호사
지난해 법원에 접수된 회생·파산 건수 역대 최고치 기록
“경제적 어려운 시기 빨리 벗어나려면 회생·파산 활용”
[서울경제]

“지난해 법원에 접수된 개인 회생, 법인 파산 사건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고금리와 대내외 경제 여건 악화 등으로 국내 경기가 좋지 못한 데다 특히 주식과 코인 투자 실패로 다량의 채무자가 양산되고 있는 것도 회생과 파산 신청의 주된 이유로 보입니다.”

이비룡(사진) 법률사무소 디에이 대표변호사는 11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회생·파산 사건 증가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대법원에 따르면 2023년 전국 법원에 접수된 개인 회생 사건은 12만 1017건, 법인 파산은 1657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대비 각각 34.5%, 60.1% 늘어난 수치로 모두 사상 최고다.

서울대 법과대학 출신인 이 변호사는 도산법(파산 위기의 기업과 개인 채무자의 회생을 돕기 위한 법률) 전문으로 도산법연구회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아이큐(IQ) 148 이상의 명석한 두뇌를 가진 사람들이 모인 한국멘사 회원이기도 하다.

회생과 파산은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이나 법인을 도와주는 제도다. 회생은 일정한 소득이 있는 채무자가 채권을 변제하기 어려울 때 법원에서 채무자가 갚을 수 있을 정도로 채무를 감면해주는 제도다. 파산은 채무자가 경제적 파탄으로 채무를 완전히 갚을 수 없는 상태가 됐을 경우 채무자의 총재산을 나눠 모든 채권자에게 공평하게 갚도록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재판 절차를 말한다. 회생은 지속적인 소득이 있는 경우, 파산은 소득이 없는 경우에 신청할 수 있다.

이 변호사는 “회생은 소득 중 최저생계비를 제외한 나머지를 일정 기간(3~5년) 내 변제하면 남은 채무는 면책이 되고, 파산은 갖고 있는 모든 자산을 처분해 변제하면 모든 채무가 면책된다”며 “단 회생의 경우 채무 중 조세·벌금 등 일부 채무는 면책이 되지 않고, 파산은 채무 발생 사유에 따라 면책 불허 사유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주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회생과 파산의 궁극적인 목적은 일시적인 불운이나 개인적인 사정 등으로 경제적 사정이 급격히 악화한 선량한 채무자를 구제하는 것이다. 이 변호사는 “회생·파산 관련법은 악의로 채무를 증대시켰거나 재산 은닉, 기타 거짓된 방법으로 절차를 악용하려는 채무자는 보호하지 않는다”며 “법원은 오랜 기간 관련 제도 운영을 통해 선량한 채무자와 선량하지 않은 채무자를 가려내는 노하우를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일반적으로 회생이나 파산을 겪은 개인이나 법인은 경제활동이 어려울 것으로 알고 있다. 이에 대해 이 변호사는 “예전에는 파산 선고를 받은 점만으로 불이익을 받는 경우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라며 “그러나 요즘에는 채무자회생법에 의해 면책 후 복권이 되고, 법과 제도가 개선돼 파산 선고만으로 불이익을 받는 경우가 거의 없다”고 말했다.

회생·파산 절차가 예전에 비해 단순해졌지만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개인이나 법인에 어느 정도 부담이 된다는 것은 무시할 수 없는 실정이다. 특히 법원 비용과 변호사 수임료 등을 고려하다 보면 회생·파산 절차를 쉽게 진행할 수 없게 된다.

이 변호사는 “채무자들이 버티고 버티다 회생·파산을 알아보는데 법원과 변호사에 들어가는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워하는 경우를 종종 본다”며 “그러나 회생·파산은 채무자에게 부담을 주는 제도가 아니고 오히려 채무 탕감과 경제적 갱생 도모에 목적을 두고 있다는 사실을 반드시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과중한 채무로 경제적 어려움에 처해 있다면 주저하지 말고 회생·파산을 고려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실무를 진행하다 보면 도덕적 해이에 빠진 채무자는 거의 없고 열심히 살려고 발버둥 치는데도 빚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선량한 채무자들을 많이 본다”며 “회생·파산에 대한 선입견을 과감히 버리고 어려운 시기를 빨리 벗어나기 위해서는 회생·파산 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정욱 기자 myk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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