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수능 문제 거래 의혹’ 교사·학원 관계자 56명 수사요청

신형철 기자 2024. 3. 11.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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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은 11일 현직 교사와 학원 관계자가 유착해 모의고사와 금품을 주고받은 사례들을 조사해 56명을 경찰에 수사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지난해 9월부터 12월까지 약 4개월 동안 '교원 등의 사교육시장 참여 관련 복무실태 점검'을 벌여, 혐의가 확인된 교원과 학원 관계자 등 56명을 지난 2월7일과 이달 6일, 8일 등 세 차례에 걸쳐 경찰청에 수사 요청했다고 밝혔다.

감사원의 감사에 앞서 교육부는 지난해 7월 경찰청에 사설 모의고사를 제공한 학원강사 등을 수사 의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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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일인 16일 오전 광주 북구 경신여고 고사장에서 수험생들이 시험 시작 시간을 기다리며 공부하고 있다. 연합뉴스

감사원은 11일 현직 교사와 학원 관계자가 유착해 모의고사와 금품을 주고받은 사례들을 조사해 56명을 경찰에 수사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지난해 9월부터 12월까지 약 4개월 동안 ‘교원 등의 사교육시장 참여 관련 복무실태 점검’을 벌여, 혐의가 확인된 교원과 학원 관계자 등 56명을 지난 2월7일과 이달 6일, 8일 등 세 차례에 걸쳐 경찰청에 수사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들에게 적용된 혐의는 청탁금지법 위반, 업무방해, 배임수증재 등이다.

감사원 관계자는 “수능 출제 과정에서 집필 중인 교육방송(EBS) 교재 문항 지문이 수능 문항에 출제되고, 수능 문항과 사설 모의고사 중복 검증 누락, 중복 지문 출제에 관한 이의신청을 평가원 직원들이 공모해 부당처리한 문제를 확인했다”고 말했다.

수사 요청 대상은 현직 교원 27명과 대학교수 1명, 평가원 직원 4명, 전직 입학사정관 1명과 학원강사 등 사교육업계 관계자 23명이다. 2018년부터 2023년까지 5년간 5000만원 이상의 금품을 수수한 경우와 그 이하라고 해도 범죄사안이 중한 경우 대상에 포함했다.

이 중에는 2022년 치러진 2023학년도 수능 ‘영어 23번 문제’ 논란 관련자들이 포함됐다. 해당 논란은 대형 입시학원의 유명 강사가 만든 사설 모의고사 교재에 나왔던 지문이 수능에 그대로 출제되면서 불거졌다. 애초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은 “우연의 일치”라고 일축했지만, 감사원은 해당 문항이 유출된 구체적인 정황이 있다고 봤다. 감사원의 발표 내용을 보면, 대학교수 ㄱ씨는 평가원 의뢰로 2022년 8월 교육방송 수능 연계교재를 감수했다. 해당 교재에는 고교 교사 ㄴ씨가 같은 해 3월 캐스 선스타인 미국 하버드대 교수가 출간한 ‘Too Much Information’(TMI·티엠아이)에서 발췌한 지문으로 출제한 문항이 수록됐다. ㄱ씨는 이후 2022년 10월 수능 영어 출제위원으로 위촉된 뒤 교육방송 보안서약서를 위반해 티엠아이 지문을 실제 수능 지문으로 출제했다. 특히 대형 학원의 유명 강사 ㄷ씨는 ㄴ씨와 친분이 있던 ㄹ교사로부터 해당 지문이 들어간 문항을 제공받아 자신의 9월 사설 모의고사에 포함시켰다. 모의고사에 출제된 문항이 약 2개월 뒤 수능에 나온 것이다.

감사원은 “평가원은 학원강사가 해당 지문을 모의고사에 담아 발간하고 수능에서도 같은 문항이 출제됐음에도 불구, 이러한 중복 사실을 걸러내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 사건과 관련해 평가원에 이의신청이 215건이나 접수됐지만 평가원 담당자들은 이의심사 준비과정에서 해당 사건을 심사대상에서 제외하기로 공모한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은 교원과 사교육 업계 간에 ‘피라미드식’ 조직적인 문항거래가 이뤄진 정황도 포착했다. 한 예로 수능과 수능 모의평가 검토위원으로 여러 번 참여한 고교 교사 ㅁ씨는 출제 합숙 중에 알게 된 교사 8명을 포섭해서 문항 공급 조직을 구성했다. ㅁ씨는 포섭한 교사들과 2019년부터 2023년 5월까지 수능 경향을 반영한 모의고사 문항 2천여개를 만들어 사교육 업체와 유명 학원강사들에게 공급하고 6억6000만원을 받았다. 이 중 3억9000만원은 조직에 참여한 교원들에게 지급하고, 나머지 2억7000만원은 자신이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

한편 이번 감사는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수능 출제 위원 등 공교육 종사자들과 사교육 업체 간의 유착을 비판하며 대책 마련을 주문하면서 시작됐다. 감사원의 감사에 앞서 교육부는 지난해 7월 경찰청에 사설 모의고사를 제공한 학원강사 등을 수사 의뢰했다.

신형철 기자 newir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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