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화법의 다섯 가지 문제점 [김은지의 뉴스IN]

장일호 기자 2024. 3. 11.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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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목요일 오후 5시, 〈시사IN〉 유튜브 라이브 ‘김은지의 뉴스IN’이 찾아갑니다. 한 발 더 깊이 있게, 뉴스 속으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해당 녹취는 일부 내용으로 전체 내용을 확인하기 원하시는 분들은 방송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김은지의 뉴스IN]

■ 방송 : 시사IN 유튜브 〈김은지의 뉴스IN〉(월~목 오후 5시 / https://youtube.com/sisaineditor)
■ 진행 : 김은지 기자
■ 출연 : 강원국 작가

“김대중은 말을 옮기면 바로 글이 되고 노무현은 말하면서 글을 만들어”
“정치인 중에는 이탄희 화법이 눈에 띄어… 논리, 윤리, 진정성 세 가지 다 갖춰”
“윤석열 화법의 문제? 뒷담화, 남 탓, 편 가르기, 감정적 언사, 듣지 않는 태도”
“대통령이 다 잘할 수 없어… 본인 말만 하면 본인 수준에서 대한민국 정체돼”
“말하고 글쓰기에 있어서 메모는 필수 무기, 1차와 2차에 나눠서 작성”


■ 진행자 / 말하기와 글쓰기, 하면 이분을 빼놓을 수 없는데요. 강원국 작가 모시고 ‘정치인의 말과 글’에 대해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최근에 나온 책 〈강원국의 인생공부〉가 인터뷰집이기도 하죠.

■ 강원국 / 제가 지금 잘렸지만 지난해 말까지 KBS 1라디오에서 〈강원국의 지금 이 사람〉이라는 인터뷰 프로그램을 2년 반 정도 했거든요. 말 잘하는 비결, 사실 간단합니다. 정치·시사 프로그램은 날 선 질문도 필요할 때가 있지만, 그렇지 않은 인터뷰는 충분히 공부하고 상대가 가장 편하게 잘 대답할 수 있는 질문을 드립니다. 인터뷰 끝나고 나면 후련하다, 하고 싶은 얘기 다 했다라고 느낄 수 있도록요. 300명 정도 인터뷰를 했는데, 그중 열다섯 명을 뽑아서 책으로 묶었어요.

■ 진행자 / 말하는 게 그대로 글쓰기가 된다는 게 굉장한 경지 아닌가요.

■ 강원국 / 말을 글처럼 하는 분은 일거양득이죠. 말을 하면 그게 곧 글이 되니까요. 대표적인 분이 김대중 대통령입니다. 제가 한 3년 가까이 모셨는데, 그분은 말을 옮기면 바로 글이 되는 분이에요. 뭘 넣거나 빼거나 고치거나 할 필요가 없어요. 그런데 요즘 시청자 분들은 오히려 정제되고 빈틈없는 것보다는 실수를 재미있게 느끼시는 것 같아요. 왜 그런 줄 아세요? 나와 비슷하다고 느끼는 거예요. 자기와 비슷한 사람을 원래 좋아하게 돼 있어요.

■ 진행자 / 〈대통령의 글쓰기〉가 50만 권 이상 팔렸잖아요. 제 주변에도 ‘글쓰기 공부하려면 이 책 꼭 봐야 한다’고 이야기하는 분들이 많아요.

■ 강원국 / 책이 2014년 2월25일에 나왔으니까 딱 10년 됐네요.

■ 진행자 / 이후에도 시리즈처럼 글쓰기와 말하기 책이 계속 나왔는데요, 왜 이렇게 사람들이 뜨겁게 반응했다고 생각하시나요?

2006년 616일 노벨평화상 수상자 광주 정상회의에 참석한 노무현 대통령이 행사를 마친뒤 김대중 전대통령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 강원국 / 여러 이유가 있겠죠. 제가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을 8년 모셨는데 그 이후 나온 대통령이 국민 기대에 못 미친 것도 있고, 또 두 분이 2009년에 한 해에 다 돌아가시면서 그분들을 추억하려는 분들도 많았고요. 사실 김대중·노무현 대통령만큼 말과 글, 두 방면에서 뛰어난 지도자를 다시 만나기는 어렵죠. 그런 점에서 계속 책을 찾아보시는 것 같아요.

■ 진행자 / 김대중 대통령은 말하기가 그대로 글이 된다고 하셨는데, 노무현 대통령은 어땠나요?

■ 강원국 / 노무현 대통령은 말을 하면서 글을 만들어가는 분이거든요. 연설비서관인 저를 앞에 두고 계속 말하면서 다듬어요. 어느 시점이 되면 이 말이 글이 될지, 본인이 아세요. ‘이제 됐다. 잘 받아 적어라.’ 그때부터 받아 적으면 글이 됩니다.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고요, 이렇게도 저렇게도 말해보고 제 반응도 보고 하면서 수용하시더라고요. 기본적으로 김대중 대통령 연설문은 설명에 가깝고, 노무현 대통령은 설득에 가깝습니다. 교감을 하면서 글이 나오는 분이었어요. 그러니까 현장 반응으로 보면 노무현 대통령이 압도적으로 좋고, 대신에 약간의 설화가 있었죠. 보수 언론이 좋아하는 말들이…(웃음). 물론 김대중 대통령도 젊은 시절에는 100만 군중을 앞에 두고 사자후를 토하고 그랬어요. 우리가 워낙 연세 드신 후에 봐서 그렇습니다만. 1970년대에는 명연설가, 웅변가였죠.

■ 진행자 / 〈길위에 김대중〉이라는 영화를 보니까 거의 연예인이더라고요. (웃음)

■ 강원국 / 말로 사람을 들었다, 놨다 대단하죠.

■ 진행자 / 요즘 정치인 중에서 ‘말 잘한다’ 싶은 사람 있으세요?

■ 강원국 / 용인정에 불출마 선언한 이탄희 민주당 의원이 눈에 들어오더라고요. 몇 해 전만 해도 정치인 막말 시비가 끊이지 않았거든요. 요즘은 별로 없죠, 여전히 아쉬운 점이야 있지만. 그보다도 아쉬운 게 저는 태도라고 생각해요. 마음가짐, 몸의 자세, 국민을 대하는 태도 이런 것들이요. 그런 점에서 이탄희 의원이 모범인 것 같아요. 한 번도 만나 뵌 적은 없지만, 대정부 질의나 토론회 장면을 보면 아주 차분하게 자기주장을 잘 펼치더라고요. 논리, 윤리, 진정성 세 가지를 갖추는 게 말을 잘하는 건데 이걸 다 갖춘 것처럼 보여요. 그런 분이 정치를 그만둔다고 하니까 참 아쉬워요.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시사IN 이명익

■ 진행자 / 아무래도 최고 지도자인 대통령의 언어가 ‘거칠다’는 느낌을 많이 받기 때문에 더 비교가 되는 것 같아요.

■ 강원국 / 거친 정도가 아니고, 한 다섯 가지 문제가 있어요. 첫째로 지도자는, 리더는 뒷담화를 하면 안 됩니다. 체리따봉 문자라든지, ‘바이든-날리면’ 논란도 그렇잖아요. 두 번째는 남 탓을 하면 안 돼요. 지도자는 책임감이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늘 전 정부 탓하고, 희생양 만들고, 책임을 전가하잖아요. 저는 지도자야말로 당사자성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자기가 주체고 당사자여야 해요. 그렇지 않으니까 사과를 할 필요가 없는 거예요. 다른 사람이 잘못했으니까요. 세 번째가 아주 악질적인데 편 가르기입니다. 네 편, 내 편을 나누고 전선을 만들고 상대에 대한 존중은 고사하고 대화 상대로조차 인정하지 않고 어떤 타도의 대상으로 보고 끊임없이 대립하잖아요. 그럼으로써 자기 진영과 입지를 더 공고화하는데, 지도자는 정말 그러면 안 됩니다. 지도자는 어쨌든 통합을 지향해야 해요.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이 가장 앞세운 게 통합입니다. 제가 과문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윤석열 대통령 연설에서 통합을 강조한 연설이 있었나요? 공산전체주의 같은 공격 대상을 찾는 말은 많았지만요. 네 번째가 감정적 언사에요. 지도자가 역정을 내고 격노를 하면 주변 사람들이 말을 할 수가 없습니다.

■ 진행자 / 참모로서 경험인가요? (웃음)

■ 강원국 / 대통령이 화를 내고 호통치는 건 사실 자기 컨트롤이 안 되는 거거든요. 우리가 좌뇌와 우뇌가 하는 일이 다르다고 하잖아요. 좌뇌는 자기 효능감을 느끼고 우뇌는 자아 성찰을 하는데, 권력자가 될수록 좌뇌가 활성화된다고 해요. 그럴수록 우뇌를 사용해서 절제를, 성찰을 해야 해요. 다섯 번째 문제는 듣지 않아요. 점점 더 심해지는 것 같아요. 연초에 신년 기자회견 안 한다는 것도 듣지 않겠다는 거예요. 국민을 대신해서 기자가 묻는 건데, 국민 목소리를 듣기 싫다는 거죠. 일방적으로 자기 하고 싶은 이야기하고 끝내잖아요. 들리는 얘기로는 1시간이면 50분 넘게 혼자 말한다고 하던데, 대통령은 다 잘할 수 없거든요? 다 알 수도 없고요. 당신이 모르는 것을 채워줄 사람들의 목소리가 필요한데, 본인 말만 하면 본인 수준에서 대한민국이 정체됩니다.

■ 진행자 / 뒷담화하면 안 된다, 남 탓하면 안 된다, 편 가르기 하면 안 된다, 감정적 언사를 자제해야 한다, 들어야 한다… 짚어주신 다섯 가지가 말하기만이 아니라 정치하는 행위의 총합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 강원국 / 대통령의 역할은 이미 다 나와 있어요. 민생 챙기고, 경제 활성화시키고, 위기관리하고, 갈등 조정하고, 미래에 대비하고… 정해져 있습니다. 이 일이 결국 말과 글로 하는 것이거든요. 그런데 지금 어떻습니까? 물가는 오르고 주가는 떨어지고 갈등은 증폭되는데 문제 해결자가 아니고 문제를 야기하잖아요. 결국 대통령은 말로 리더십을 발휘하는 데 그 역할을 못 하고 있는 거죠.

윤석열 대통령이 3월7일 인천광역시청에서 '대한민국 관문 도시 세계로 뻗어나가는 인천'을 주제로 열린 열여덟 번째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에서 항공·해운·물류산업 발전 방안에 대한 주제 발표를 듣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 진행자 / 이번에 KBS 신년 대담에서 취임사가 적힌 병풍을 보여주기도 했는데, 윤석열 대통령의 취임사는 어떻게 보셨어요?

■ 강원국 / 대통령마다 자기 말과 연설을 만드는 과정과 방법이 다 다릅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어떤 식으로 연설문을 완성하는지 제가 모르죠. 저도 이분이 자기 말을 만드는 데 있어서 어떤 역할을 하고 계신지 사실 궁금하고요. 결과적으로 연설을 보면 그 사람의 말이라는 느낌, 진정성을 느끼기가 어렵고 또 하나는 말이 너무 어렵고 추상적이에요. 공산전체주의 같은 게 대표적인데, 구구한 해석을 낳잖아요. 해설이 필요해져요. 말은 정리를 해줘야 하거든요. 말이 끝이 돼야 하는데 시작점이 돼요. 말을 하고 나면 그걸 놓고 설왕설래가 있고요. 무엇보다 연설에는 국민들이 듣고 싶어하는 이야기가 들어가야 해요. 그런데 제가 연설을 들어보면 잘 모르시는 것 같아요. 국민들이 어떤 이야기를 듣고 싶어하는지, 어디가 가려운지, 어디가 아픈지…. 신년 대담에서도 이태원 참사나 채 상병 사건 이런 이야기도 듣고 싶은 거거든요. 그런데 하고 싶은 이야기만 하고 끝내요. 그러면 하고 싶은 이야기조차 전달이 안 돼요. 연설을 왜 합니까? 연설을 통해서 지지율이건, 호감도건, 신뢰도건 올라가야지 떨어지면 굳이 할 필요가 없잖아요. 근데 윤석열 대통령은 연설하고 나면 득을 못 보시는 것 같아요. 이게 본인 손해만이 아니라 국민 피해거든요. 본인의 말을 재점검해 보셨으면 좋겠어요.

■ 진행자 / 문제 원인을 차근차근 짚어주셨는데, 윤석열 참모라면 어떤 방법을 쓰라고 조언해 주시겠어요?

■ 강원국 / 결국은 시스템이 작동해야 돼요. 대통령 혼자 북 치고 장구 치면 반드시 문제가 생깁니다. 대통령은 원맨쇼 하는 배우가 아니거든요. 지금 연설비서관이나 비서실장이 어느 정도 개입하고 관리하고 있는지, 시스템이 작동하는지 모르겠어요. 이번에 3.1절 관련해서 행정안전부에서 내놓은 게시물도 왜 그런 것들이 걸러지지 않는지 모르겠어요. 5년마다 대통령이 바뀌면서 리셋이 됩니다. 갈아 엎을 때 자기 시스템을 빠른 시간 안에 구축을 해서 그 시스템이 돌아가게 해줘야 해요. 근데 그런 노력은 없고 임시방편으로 그냥 가는 것 같아요.

■ 진행자 / 윤석열 대통령에게 조언해 주고 싶은 게 있다면요?

■ 강원국 / 이번에 신년에 노래 부르시는 거 보니까, ‘우리의 사랑이 필요한 거죠’ 가사가 그렇잖아요. ‘그대 어깨 위에 놓은 짐이 너무 힘에 겨워 길을 걷다 멈춰진 그 길가에 마냥 울고 싶어질 때’ 이렇더라고요. 대통령 얼마나 힘드세요. 힘드실 것 같아요. 왜냐면 이게 자기 체질에 안 맞아요. 대통령 자리가 이런 자리인 줄 몰랐던 것 같아요. 그냥 검사하듯이 하면 될 줄 알았는데 너무 시비 붙고 걸리적거리는 사람도 많고. 힘들죠. 그렇게 힘드시면 그냥 내려놓으셔도 된다고 조언하고 싶어요. 완전 내려놓지는 마시고, 혹여나 어깨 위에 짐이 너무 무거우면 나눠지세요. 시스템이 돌아가면 됩니다. 야당하고도 같이 대화하고 짐을 나눠지세요. 왜 이렇게 혼자 짊어지고 힘들게 가시냐는 거죠.

■ 진행자 / 글쓰기와 말하기는 우리 일상생활에서도 중요한 실무 능력이잖아요. 강연 다니시면서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은 무엇인가요?

■ 강원국 / 어렵다는 이야기가 가장 많죠. 저도 10년 전까지는 그랬어요. 직장생활 할 때는 읽기, 듣기만 하면 됐어요. 상사 생각을 잘 읽고 듣고 하면 일을 잘할 수 있었는데 회사를 나오고부터는 말하기와 쓰기를 안 하면 돈을 벌 수가 없더라고요. 내가 어떻게 이렇게 할 수 있었을까 지난 10년을 돌아보면 첫 번째는 아내라는 말동무가 중요했어요. 아내가 또 글동무이기도 해요. 늘 첫 번째 독자가 아내에요. 그게 꼭 아내일 필요는 없어요. 한 사람만 있으면 사람은 살 수 있습니다. 두 번째는 메모에요. 말하고 글 쓰는 데 있어서 메모는 아주 필수적으로 장착해야 할 무기입니다.

■ 진행자 / 메모는 어떤 방법으로 하시나요?

■ 강원국 / 두 단계로 해요. 1단계는 네이버 메모장에 하는데요. 단어로 해요. 책 읽다가도 하고, 강의 듣다가도 하고, 유튜브 보다가도 하고, 혼자 길 걷다가 생각나는 것 있으면 그때그때 메모해요. 그게 1차 메모에요. 그거 하는 재미로 공부해요. 그 메모하는 재미로 책도 읽고 강의도 듣고 하는 거죠. 저는 그 1차 메모를 꼭 아내에게 써먹어 봐요. 운을 떼는 거죠. 말을 하면서. 내가 ‘책을 읽다가 이런 걸 봤는데~’ 하면서. 얘기를 하다 보면 ‘괜찮네’ 싶은 게 잡힙니다. 그걸 2차로 메모해요. SNS나 블로그에 짧은 글을 쓰는 거죠. 그런 짧은 글을 10년간 2만 개 넘게 썼습니다. 그게 글감이 되고 말을 하는데 밑천이 돼요. 꾸준함이 핵심인데 반드시 슬럼프는 와요. 이걸 꼭 해야 해? 이런 순간이 오죠. 저도 수없이 겪어요. 그때마다 리셋해요. 그냥 오늘부터 다시 시작하는 거죠. 작심삼일을 계속하는 거예요. 대통령한테 혼나고도 ‘다음에 잘 쓰면 되지’ 했어요. 그러면서 버텼죠.


제작진
책임총괄: 장일호 기자
프로듀서 : 최한솔·김세욱·이한울 PD
진행: 김은지 기자
출연: 김용남 개혁신당 정책위의장, 신장식 조국혁신당 대변인, 강원국 작가, 김민하 시사평론가, 이은기 기자

장일호 기자 ilhostyle@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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