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격전지] ‘無연고 외지인’ 꽂은 하남갑… 성난 부동층이 가른다

이슬기 기자 2024. 3. 11.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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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하남은 여권발(發) 최대 이슈인 ‘메가서울’ 벨트다. 김포·구리·부천·하남을 서울로 편입해 ‘험지’ 경기도에서 반전을 노리는 게 여당 전략이다. 그만큼 지역 밀착 현안에 대한 관심도가 높다. 역대 선거마다 토박이 또는 지역을 잘 아는 인물이 당선돼왔다. 다만 4·10 총선은 ‘토박이 대 철새’ 구도가 옅어질 가능성이 높다. 여당 공천 결과에 따라 2020년 ‘추윤(추미애·윤석열) 갈등’이 재현될 수도 있다. 수도권 내 야당심판론 또는 정권견제론의 향배가 뚜렷이 나타난다는 뜻이다.

그래픽=손민균

11일 공직선거법 개정안에 따르면, 기존 1개 선거구였던 하남은 ▲천현동·신장동 등 원도심인 하남갑 ▲미사1·2·3동과 덕풍3동 등 신도시 하남을로 분구됐다. 인구 증가에 따라 선거구를 나눈 것이다. 그만큼 정치적 무게도 늘었다. 특히 하남갑은 도농복합지역으로, 하남을에 비해 상대적으로 보수세가 강하다는 게 민주당의 분석이다. 2020년 21대 총선에서 민주당이 이겼지만, 2년 뒤 대선은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후보가 이재명 민주당 후보를 이겼다. 다만 하남 전체로 보면 이 후보(48.75%)가 윤 후보(48.25%)를 근소한 차이로 앞섰다.

더불어민주당은 하남갑에 5선 의원과 당대표를 지낸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을 전략공천했다. 국민의힘에선 ‘대통령 호위무사’ 이용 의원과 김기윤 경기도교육감 고문변호사, 윤완채 전 경기도의원이 3인 경선을 치른다. 결과는 오는 12일 나온다.

정치권이 이곳을 주목하는 이유는 특정 진영에 쏠리지 않은 스윙보터(부동층) 지역이어서다. 2000년 선거구 신설 이래 ‘재선 정당’은 무조건 패했다. 2002년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 유성근 의원이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의원직을 상실한 뒤, 같은 당 김황식 의원이 재보궐선거로 입성했지만 2년 만인 17대 총선 때 낙선했다. 열린우리당(민주당 전신) 문학진 의원도 재선은 성공했으나 19~20대는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이현재 의원이 선택받았다. 역시 8년 뒤인 21대엔 민주당이 탈환했다. 현역 최종윤 의원은 불출마를 선언했다.

시·도의회 여야 무게추도 비슷하다. 현역 의원은 민주당, 시장은 국민의힘 소속이다. 하남시의회는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각 5석씩, 도의회는 국민의힘 2석, 민주당 1석을 차지하고 있다. 전국구 선거에선 각 당의 지역 조직을 동원해 표를 모으는데, 시·도의원 수가 곧 지역 조직과 직결된다. 구도상 힘의 균형 추가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그래픽=손민균
그래픽=손민균

◇與 공천 논란에 ‘토박이 대 철새’ 구도 깨질 수도

현역 최 의원은 지역 토박이다. 하남시 미사동 출신이다. 지난 총선 때 ‘하남 출신’ ‘하남을 제일 잘 아는 토박이 후보’를 앞세워 당선됐다. 전직 이현재 의원은 하남시장을 지냈다. 출생지는 타지역이지만, 하남 시정을 책임져본 경력이 지역에서 통했다. 17~18대 당선된 문학진 의원(경기도 광주군)도 이곳 출신이다. 원래 경기 하남시·광주군 선거구로 묶여있던 것이 16대 총선 전 하남시와 광주군으로 각각 분리됐다. 수도권이지만 지역 연고가 당선에 중요한 요소였다는 뜻이다.

그랬던 하남에 민주당이 ‘추미애 카드’를 내자 지역 여론이 들끓었다. 추 전 장관은 대구 출신으로, 서울 성동구 소재 한양대를 졸업, 춘천·인천·전주지법 판사를 거쳐 서울 광진을에서 5선을 했다. 하남엔 연고가 없다. 이 지역 민주당 예비후보들은 “낙하산 공천으로 하남주민을 무시했다”며 삭발 시위를 했다. 국민의힘도 SNS에서 ‘반(反)철새 릴레이 인증 운동’을 벌이고 있다. ‘토박이 대 철새’ 구도를 만들어야 총선에서 유리하다는 판단에서다.

당초 국민의힘 하남갑에선 이창근 전 하남 당협위원장이 출마를 준비해왔다. 그러나 공천 과정에서 배제되고, 김기윤·윤완채·이용 예비후보 3인이 경선을 치른다. 윤 전 도의원은 하남 출신이고, 김 변호사는 경기교육청 법률 고문으로 활동했다. 전북 출신 이 의원은 하남 미사에 거주 중이며 윤 대통령 복심으로 꼽힌다. 다만 지역 조직 책임자였던 이 전 위원장에 비해선 정치적 연고가 깊지 않다는 평을 받는다. 이 전 위원장은 하남을 지역으로 옮겨 같은 오세훈계 김도식 전 서울특별시 부시장과 경선을 치른다.

하남갑 총선이 ‘추미애 vs 이용’ 구도로 치러질 경우, 국민의힘이 ‘토박이 차별성’을 강력하게 부각하긴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친윤 색채가 강해 이 후보자의 지역 경쟁력이 정권 견제론에 가릴 거란 우려도 있다. 민주당은 더 심하다. 연고가 없는 데다 이재명 체제의 ‘전사’로 꼽히는 추 전 장관이 나서면, 하남지역 민생 현안보다 야당 독주 프레임이 더 주목 받는다. 어느 쪽으로든 심판론이 작동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종근 시사평론가는 “삭발 시위부터 탈당까지 ‘낙하산 공천’에 대한 하남 지역 내 반발이 굉장히 크다”며 “지역 출신 토박이나 지역 정치권에서 오래 일한 인사보다 ‘야당 거물’ 또는 ‘대통령 복심’을 간판으로 공천했다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또 “하남갑은 이미 오래된 터에 생활권과 공동체가 다져진 지역”이라며 “여야 어떤 쪽이든 ‘이재명 심판’ 또는 ‘윤석열 심판’이 강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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