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박이 논란' 수능 영어 23번, 실제 '유착' 가능성…"방안 조속히 마련"

김정현 기자 2024. 3. 11.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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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교육 업체에 문제 거래한 교사 "징계 요구"
징계 시효도 현행 3년서 10년으로 강화 추진
감사원, 2년 전 수능 영어 23번 등 감사 결과
출제본부와 현직교사, 학원가 등 '유착' 의심
[서울=뉴시스] EBS교재·사설 모의고사와 판박이 논란이 빚어졌던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영어 23번 문항은 현직 교사와 학원 강사, 한국교육과정평가원 간 유착 개연성이 있는 것으로 감사원 감사에서 드러났다. (그래픽=안지혜 기자) hokma@newsis.com


[세종=뉴시스]김정현 기자 = 교육부가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과 사설 모의고사 간 '판박이' 논란이 재발하지 않도록 공정성 강화 방안을 마련한다.

출간되기 전인 EBS 교재 지문이 2년 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 출제됐고, 이 와중에 출제본부의 관리가 부실했다는 정황이 감사에서 드러난 데 따른 것이다.

사교육 업체와 문항을 사고 판 교사는 중징계를 요구하고, 입시비리에 연루된 교사의 징계 시효를 10년으로 현재의 3배 이상 늘리는 등 규정을 대폭 강화한다.

교육부는 11일 감사원이 공개한 '교원 등의 사교육시장 참여 관련 복무실태 점검' 결과와 관련, "감사 결과가 통보되는 대로 해당 교원에 대한 징계 요구 등 조치를 엄정하고 신속하게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감사는 지난해 6월 수능 킬러문항 논란에 따른 후속 조처다. 당시 교육부가 사교육 카르텔·부조리 신고센터를 통해 자진 신고를 받은 결과, 전직 수능 출제위원이 금품을 받고 사교육 업체의 사설 모의고사 문제 개발에 참여했다는 의혹이 드러나 논란이 됐다.

특히 교육부는 사설 모의고사와 판박이 논란이 일었던 2023학년도 수능 영어 23번 관련, "수능 출제 공정성을 강화할 수 있는 방안을 조속히 마련해 오는 6월 수능 모의평가부터 적용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사교육 업체와 문항거래 등 중대한 비위가 확인된 교원에 대해선 소속 시도교육청에 중징계를 요구한다.

감사 결과 발표 전인 지난해 12월 교육부는 '교원 겸직 허가 가이드라인'(지침)을 만들어 교사가 사교육 업체와 유착한 영리 행위를 하지 못하게 한 바 있다.

이 지침은 현직 교사가 입시학원, 보습학원, 사교육 강사가 운영하는 개인 출판사 등 대부분의 사교육업체와 관련한 일체의 업무를 맡지 못한다는 내용이다.

당시 교육부는 허가를 받지 않고 사교육 업무를 한 교사는 고의가 있거나 중과실 비위로 해석하겠다고 했다. 현행 징계 양정 기준에 따르면, '영리업무 및 겸직금지 의무'를 어긴 교원은 최대 '파면'도 가능하다.

교육부는 입시 비리에 가담한 것으로 드러난 교원의 징계 시효도 현행 3년에서 10년으로 연장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교육공무원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하위 부령인 '교육공무원 징계양정 등에 관한 규칙' 개정도 추진 중이다. 입시 관련 비위에 대한 양정 기준을 만들어 이달 중에 입법예고한다는 계획이다.

전·현직 대학 입학사정관에 대한 사후 관리도 강화한다. 현행 법령상 퇴직 후 3년 간 학원 취업이 금지돼 있지만 실효성이 부족하다고 교육부는 보고 있다.

입학사정관의 취업 제한 범위를 확대하고 제재 규정을 만드는 '고등교육법'과 '학원의 설립·운영 및 과외교습에 관한 법률' 개정도 국회를 통해 추진 중이다.

한편 감사원은 이번 감사 결과, 2023학년도 수능 영어 23번 문항에 대해 현직 교사와 사교육 업체의 유명 일타강사, 출제진 및 출제 당국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 간에 유착의 개연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EBS 수능 연계 교재의 감수본에 실렸던 지문을 당해 수능 출제위원인 대학 교수 A씨가 그대로 수능에 출제했고, 평가원은 해당 지문이 유명 일타강사 E씨의 사설 모의고사 문제와 중복됐는지 검증하지 못했다.

E씨는 EBS 교재 감수본의 지문을 출제했던 고교 교사 B씨와 친분이 있는 다른 교사 C씨에게 해당 지문으로 제작된 문항을 넘겨 받아 사설 모의고사를 만든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감사원은 B씨가 자신이 쓴 지문을 C씨가 E씨에게 넘겨준 사실을 미리 인지했는지 등 둘 사이의 공모 관계에 대해선 명확히 밝혀내지 못했다.

여기에 수능 이후 이의신청 게시판을 통해 해당 문제에 대한 수험생들의 항의가 다수 제기되자, 평가원 담당자들이 이를 이의심사 대상에서 빼기로 공모했다는 것이 감사원 판단이다.

이와 함께 사교육 업체에 문항을 사고 판 뒤 자신이 속한 고교의 내신 중간·기말고사에 거래한 문제를 그대로 또는 유사하게 출제한 것으로 보이는 교사들도 다수 적발했다.

이에 감사원은 관련자 56명을 '부정청탁 및 금품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위반 및 업무방해와 배임수증재 등의 혐의로 경찰청에 수사 요청했다.

그 외 문항 거래를 통해 금품을 수수한 다수 교사에 대해 감사위원회 의결을 거쳐 엄중히 책임을 묻는 등 후속 조처한다는 방침이다.

교육부는 "추후 감사원의 제도 개선 권고 사항을 충실히 이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ddobagi@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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