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의고사 문제 팔아 억대 챙긴 교사... 실체 드러난 사교육 카르텔

최상현 2024. 3. 11.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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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교육 업체에 모의고사 문제 등을 넘기고 억대의 수입을 올렸다는 사교육 카르텔 의혹이 사실로 드러났다.

심지어 교사 신분으로 이른바 '문항공급조직'을 만들어 수천 개의 문제를 판매하며 돈벌이에 나선 사례도 확인됐다.

감사원에 따르면, 수능과 수능 모의평가 검토위원으로 다수 참여한 고등학교 교사 A씨는 2019년부터 사교육 업체와 유명 학원강사에 수능 경향을 반영한 모의고사 문항을 공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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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 강사 등 56명 수사 요청
평가원 속이고 수능출제위원 참여
현직교사, 공급조직 만들어 판매
감사원 [연합뉴스]

사교육 업체에 모의고사 문제 등을 넘기고 억대의 수입을 올렸다는 사교육 카르텔 의혹이 사실로 드러났다. 심지어 교사 신분으로 이른바 '문항공급조직'을 만들어 수천 개의 문제를 판매하며 돈벌이에 나선 사례도 확인됐다.

감사원은 11일 교사와 학원 관계자 등 56명을 청탁금지법 위반과 업무방해, 배임수재 등의 혐의로 경찰청에 수사 요청했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이번 감사에서 "교원과 사교육 업체 간 문항 거래는 수능 경향에 맞춘 양질의 문제를 받으려는 업체 측과 금전적 이익을 원하는 일부 교원 간에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다는 걸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수능과 수능 모의평가 검토위원으로 다수 참여한 고등학교 교사 A씨는 2019년부터 사교육 업체와 유명 학원강사에 수능 경향을 반영한 모의고사 문항을 공급했다. 수능 출제과정에서 알게 된 검토위원과 출제위원 경력의 교사 8명을 포섭해 문항공급조직을 만들어 총 2000개 문항을 팔아 6억6000만원을 받았다. 이 중 3억9000만원은 다른 교사에게 줬고, 2억7000만원은 자신이 챙겼다.

해당 문항공급조직에 참여한 교사가 수능출제위원으로 참여한 정황도 드러났다. 2020년부터 문항공급조직에 동참했던 교사 B씨는 2022년 1월 평가원에서 파견근무를 요청받았다. '상업용 수험서 집필 경험이 있느냐'는 평가원 질문에 B씨는 '없다'고 답했고 모의고사와 수능 등 총 5회에 걸쳐 출제위원으로 참석했다. 감사원은 이외에도 다수 교원이 사설 모의고사 문항 공급 사실을 숨기고 출제위원으로 참여한 사실을 확인했다.

차명으로 문항공급 전문업체를 차려 수십 억원의 매출을 올린 현직 교사도 있었다. 고등학교 교사 C씨는 사교육 업체에 소소한 '문제팔이'를 하다가 2019년 아예 배우자와 함께 출판업체를 설립했다. EBS 교재 집필을 통해 알게 되거나 같은 학교에 근무하는 교사 35명을 섭외해 문항 제작진을 구성하고, 사교육 업체와 유명 학원강사에 문항을 공급했다. 해당 업체는 총 18억9000만원 매출을 올렸다.

출간도 되지 않은 EBS 교재를 빼돌려 변형 문항을 팔아치운 교사도 있었다. 교사 D씨는 유명 학원강사의 청탁을 받고 EBS가 집필진에 제공한 최종 검토용 파일을 빼돌려 문항을 제작했다. 자신이 집필하지 않은 경우에도 거짓 사유를 대고 교재 파일을 취득해 문항 제작에 이용했다. 이같은 방법으로 8000여개 문항을 판매해 5억8000만원을 수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이렇게 남에게 판 문항 일부를 자신이 소속된 학교의 내신시험 문제로 출제하기까지 했다.

이번 감사에서는 지난 2023년 수능에서 논란이 됐던 영어 23번 문항의 전말도 밝혀졌다. 23번 문항의 지문은 넛지의 저자 캐스 선스타인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가 출간한 '투 머치 인포메이션(Too Much Information)'의 79페이지에서 발췌됐다. 해당 지문은 수능 뿐만 아니라 유명 사설 모의고사에 그대로 실렸다.

감사원 감사 결과 23번 문항을 출제한 대학교수 E씨는 2022년 8월 EBS 수능연계교재를 감수했는데, 해당 교재에 수록됐던 지문을 보안서약서를 어기고 무단으로 수능에 출제한 것으로 드러났다. 게다가 똑같은 EBS 문제가 출제자 교사 지인을 통해 학원 강사에게 유출됐고, 강사는 이를 자신의 9월 모의고사로 발간했다.

수능 시험 이후 23번 문항의 지문 중복에 대한 이의신청이 다수 접수됐지만, 평가원 직원들은 조직적으로 정황을 은폐하고 이의심사위원회 위원들을 기망했다. 제대로 된 이의신청 절차를 거치지 않고 사건은 종결처리됐다.

최상현기자 hyu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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