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모습을 세심하게 담은 정원의 풍경

2024. 3. 11.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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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이라는 건축물과 그 집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긴 정원은 세월이 지나도 자신만의 특별한 빛을 잃지 않는다.

현장은 멀리 남한강이 흐르고, 뒤로는 소나무 숲이 울창하며 햇볕이 아주 잘 드는 전원주택단지 내에 위치했다.

경기도 양평에 2014년 개소 후 주택 현장을 중심으로 정원 설계와 시공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사람이 영향을 받은 다양한 환경 요소들에 관심을 두고 공간에 적절히 담을 수 있는 정원을 디자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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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RDENS OF LIFE


위 Ⓒ이요한

집이라는 건축물과 그 집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긴 정원은
세월이 지나도 자신만의 특별한 빛을 잃지 않는다.


세 가지 공간의 조화,
여주 ‘솜이네’ 주택
Ⓒ이요한

DESIGNER'S NOTE

현장은 멀리 남한강이 흐르고, 뒤로는 소나무 숲이 울창하며 햇볕이 아주 잘 드는 전원주택단지 내에 위치했다. 처음 현장을 방문했을 때 단정한 모습의 건물에 비해 주변은 정리가 되지 않은 상태였고, 주위에 주택들이 가깝게 붙어 있어서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마당 생활이 어려운 상황이었다. 주차 공간도 경사로여서 여러모로 고민이 필요한 지점들이 존재했다.

반려견 솜이가 안전하게 뛰어놀 수 있도록 조성한 잔디 마당. 잔디밭 경계 부분에 참억새 ‘그라실리무스’를 식재해 자연스럽게 차폐 효과를 주었다. 잔디밭 중간중간에 미국 수국 ‘아나벨’을 심어 여름철 컬러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도록 연출했다.

건축주가 요청한 사항은 세 가지 정도였다. 첫 번째는 반려견 솜이가 안전하게 뛰어놀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는 것. 두 번째는 가족이 편안하게 쉴 수 있는 마당 공간, 세 번째는 관리의 편의성이었다. 개인 사업을 하는 건축주는 정원에 할애할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았기에 관리의 최소화를 요청했다.

이를 바탕으로 디자인의 주요 사항 세 가지를 정하였다. 주차장을 도로 레벨로 낮추고, 단지 내 도로와 닿아 있는 공간은 반려견 솜이가 쉴 수 있도록 개방된 잔디 마당으로 조성하고, ㄱ자 구조인 주택의 안쪽은 시선이 닿지 않는 편안한 공간으로 조성하는 것이었다.

주택사진 Ⓒ이요한
외부 공간의 면적이 75평 정도로 그리 큰 대지의 현장은 아니다. 이런 현장은 소재를 다양하게 적용하면 복잡하고 좁아 보일 수 있어 건축물에 사용된 소재를 연장해서 적용하는 방법을 택했다. 지붕에서 가져온 색으로 화단의 색을 정했고, 주택에 포인트로 들어간 투명한 원목 마감재로 외부 담장을 제작했다. 주택과 하나의 세트로 보여 정원만 도드라지는 것이 아닌, 집의 편안한 분위기가 연결되는 것에 중점을 두었다. Ⓒ정주환
안쪽의 휴식 공간은 큰 나무들이 아늑하게 감싸 주는 느낌이 나도록 다관형 낙엽수와 야생화를 배치했다. 자연스러운 선형의 나무들이 공간을 안아주며 포근한 분위기를 만든다. 나무는 진달래 대목과 산단풍나무 대목을 식재하였고, 하부 식재는 수국 백당과 산수국을 적절히 배치하였다. 좌 Ⓒ이요한

회화 작품 그대로, 컬러 밴드 정원
Ⓒ여인우

DESIGNER'S NOTE

다채로운 ‘컬러 밴드’로 추상적인 회화 작품 시리즈를 선보이는 하태임 작가의 작은 정원을 조성하게 되었다. ‘컬러 밴드’는 단순한 곡선의 형태인데, 다양한 색채를 통해 작품마다 다른 느낌을 담고 있었다. 컬러 밴드를 모티브로 한 계획안과 일반적이지만 공간 활용도가 높은 계획안을 제안했다. 내심 컬러 밴드 콘셉트를 원하고 있었고, 건축주도 컬러 밴드를 모티브로 한 계획안을 선택해 기쁜 마음으로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외부 공간은 대지 경계를 따라 수령이 아주 오래되어 보이는 벚나무들이 땅을 지키듯 서 있었다. 30여 년 전, 건축주의 어머니께서 아버님을 기리며 심은 나무였다. 다만 안타깝게도 건축 공사 중 메인이 되는 나무가 고사하여 걷어내었고, 시간이 흐른 후 비슷한 풍경을 만들 수 있게 같은 자리에 비교적 어린 벚나무를 다시 심어 주었다.

주택 실내 사진 Ⓒ여인우

정원 전반에 펼쳐진 여러 개의 컬러 밴드는 단정한 오솔길이 되고, 땅의 무늬가 되며, 누군가의 쉼터가 되어 준다. 중앙에는 분홍색 컬러 벤치로 포인트를 주었다. 컬러 밴드 주변으로는 다년생 숙근초를 심었다. 밴드의 형태를 가리지 않도록 낮은 키의 식물을 심어 몽환적인 풍경을 만들었다.


하태임 작가의 ‘컬러 밴드’ 회화(왼쪽)는 형태적으로 단순하지만 어떤 컬러를 어떻게 배치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감각을 보여 준다. 정원 공간 전체에 작가의 작품 세계를 직관적으로 보여 주는 곡선의 밴드들을 배치해 아이덴티티를 반영했다. 이는 산책로, 벤치 등 정원에 없어서는 안 될 설치물들로 활용된다.


MAKING STORY

밴드 형태의 보행로와 벤치
단독으로 배치한 분홍색 콘크리트 벤치는 3m가 넘는 크기와 곡선 형태의 특징으로 인해 작업하기 까다로운 설치물이었다. 정확한 색감을 내기 위해 외주 제작을 진행했다. 다른 밴드들은 얇은 합판으로 거푸집을 만든 후 사람이 직접 레미콘을 붓는 방식으로 작업했다. 양은 얼마 되지 않았지만 꼬박 하루 동안 진행되었다.
루프탑의 외부 싱크
작업실 겸 갤러리 건물에 루프탑 공간을 꾸미기 위해 싱크 작업을 진행했다. 야외에 위치하기 때문에 외부 환경에 노출되어도 문제가 없는 소재를 선정하였다. 건물과 풍경이 돋보이도록 튀지 않는 컬러와 형태로 제작했다.
봄에는 수선화가 배경이 되고, 흩날리는 벚꽃잎이 더 큰 배경이 된다.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가는 시기에는 털수염풀이 흔들리며 신비로운 풍경을 자아낸다.
가을에는 짙은 자주색의 큰꿩의비름과 아스타가 밴드의 주위를 형형색색으로 채운다.
여름에는 보랏빛의 베로니카와 분홍빛의 에키네시아, 그리고 아스틸베가 폭죽처럼 화려한 색감을 전한다. 숙근초들은 계절의 흐름에 따라 피고 지며 다양한 색감의 정원을 만들어 줄 것이다.

정원디자이너_ 김하나 : 정원, 담 대표 

경기도 양평에 2014년 개소 후 주택 현장을 중심으로 정원 설계와 시공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일상 생활에 스며드는 공간을 만든다. 사람이 영향을 받은 다양한 환경 요소들에 관심을 두고 공간에 적절히 담을 수 있는 정원을 디자인한다. https://gardendam.co.kr


글_ 김하나  |  사진_ 이요한, 여인우, 정주환


구성_ 조재희

ⓒ월간 전원속의 내집 2024년 3월호 / Vol.301 www.uuj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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