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드메이드 전통 고수, 고급 테일러링 혁명[류서영의 명품이야기]

2024. 3. 11.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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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서영의 명품이야기/브리오니① 

브라오니 창업자들 사진출처= brioni.com



세계 3대 명품 슈트를 고르라면 브리오니(Brioni), 체사레 아톨리니, 키톤을 손꼽을 수 있다. 물론 로로피아나의 비스포크, 스테파노 리치도 최고의 명품 슈트로 인정받고 있다. 브리오니 슈트는 영화 007시리즈의 5대 제임스 본드 역할을 한 피어스 브로스넌이 입어 더 유명해졌다. ‘골든 아이’, ‘007 네버다이’ 등 007시리즈 영화 4편에서 브리오니 슈트를 입었고, 이 슈트의 깔끔한 옷매는 그 어떤 무기보다도 강력한 힘을 발휘했다.

할리우드의 스타 존 웨인, 클라크 게이블, 게리 쿠퍼도 브리오니 슈트를 즐겨 입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자신의 저서 ‘트럼프의 백만장자처럼 생각하라’에서 “내가 좋아하는 최고의 양복은 브리오니이며 그중에서도 기성품을 구입한다”고 썼다. 국내에서는 고 이건희 삼성 회장이 브리오니 슈트의 고객이었으며 LG, CJ 등 국내 유수의 그룹 최고경영자(CEO)들이 브리오니 슈트를 즐겨 입는다고 한다.

얼마 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한 포럼에서 팔을 들어 올렸고, 재킷의 안쪽 라벨이 카메라에 잡혔는데 브리오니 제품이었다. 이렇듯 브리오니 슈트는 할리우드의 스타에서부터 국가 원수에 이르기까지 사회에서 권위 있고 영향력 있는 사람들이 좋아하는 브랜드이다.


브리오니의 이탈리아 로마 첫매장 사진출처= brioni.com



 슈트 220 단계 거쳐 제작, 걸작 만들어내

왜 그들은 이 브랜드를 좋아할까. 그들은 장인의 노하우가 깃든 고급 테일러링의 진수를 맛보았기 때문이다. 브리오니의 모든 슈트는 220단계를 거친다. 7000개의 꼼꼼한 수제 히든 스티치, 24시간 이상의 솜씨가 필요한 독특한 브리오니 방식을 통해 제작된다. 매장에서 아틀리에에 이르기까지 브리오니 마스터 테일러는 각 고객과 협력하여 최고급 원단에 생명을 불어넣고 개인의 요구, 욕구, 형태 및 핏을 조화롭게 결합한 독특한 걸작을 만들어낸다. 미묘하고 보이지 않는 디테일을 통해 슈트를 브리오니답게 만드는 것이 브리오니 테일러링의 예술이다.  

브리오니의 시작은 1945년. 마스터 테일러인 듀오 나자레노 폰티콜리(Nazareno Fonticoli)와 그의 비즈니스 파트너 가에타노 사비니(Gaetano Savini)가 이탈리아 로마에서 설립했다(사진①). 브리오니는 안목 있는 로마 신사들이 즐겨 찾는 패션 명소로 빠르게 성장했다. 폰티콜리와 사비니의 파트너십은 브리오니의 헤리티지를 정의하는 기술과 창의적인 기업가 정신의 결합이었으며 오늘날에도 브랜드를 이끌고 있다.

브리오니의 첫 번째 매장은 로마 중심부의 바르베리니 79번가에 위치했다. 당시 로마는 제트기를 타고 휴가를 즐기러 오는 젯셋족이 많았고 이들이 즐겨 찾는 고급 패션 부티크들도 즐비했다. 브리오니 로마 매장에서는 다양한 맞춤 의류, 핸드메이드 신발 및 액세서리를 판매했다. 이 모든 상품은 흠잡을 데 없는 수준으로 제작되었다. 1952년 피렌체 팔라초 피티를 시작으로 세계 각지에서 패션쇼를 열었다. 패션쇼 이후 세계 곳곳에서 브리오니에 러브콜을 보냈다.

브랜드가 승승장구함에 따라 창립자들은 새로운 생산 형태에 투자하기 시작했다. 1959년 브리오니는 의상 접근 방식을 유지하면서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아브루초의 펜네에 아틀리에를 열었다. 약 1만3000여 명이 살고 있는 펜네 마을 주민의 약 10%가 브리오니 공장에서 일했다. 여기에서 브랜드의 트레이드 마크인 핸드메이드 품질을 유지하면서 생산 능력을 향상시킴으로써 우리가 알고 있는 고급 테일러링 혁명을 일으켰다.

브리오니 수트를 착용한 미국 배우 브레드 피트 사진출처= brioni.com



 로마 테일러링의 기준, 우아함의 이상적 모습

1960년대에 들어서면서부터 산업화의 영향으로 사람의 손보다 몇 배 빠른 속도로 옷을 생산하는 머신 메이드(Machine made)가 유행하기 시작했다. 슈트 역시 예외가 아니었지만 브리오니는 핸드메이드 전통을 철처히 고수했다. 오히려 펜네 지방에 수공업 시스템 작업장을 대대적으로 설립해 이탈리아 로만 슈트의 전통을 고수하고자 했다. 
역사를 통틀어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장인정신과 완벽하게 결합된 손쉬운 로마식 접근 방식은 하우스의 철학을 이끌었고 컬렉션을 통해 표현되었다. 혁신적인 실루엣은 업계를 지배했던 전통적인 영국 스타일을 무색하게 만들었고, 브리오니는 로마 테일러링의 기준이 되었으며, 우아함의 이상적인 모습이 확립되어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게 되었다.

장인의 전통을 계승하는 일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1985년 이탈리아 로만 슈트의 명맥을 잇기 위해 수쿠올라 디 알타 사토리아 (Scuola di Alta Sartoria) 전문 테일러링 학교를 열었다. 이 학교에서는 수작업 기술만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소중히 여기는 장인정신, 윤리적 가치도 함께 교육하고 있다. 테일러링은 이런 전통을 가족과 지역사회를 통해 마스터에서 견습생에게 전달하고 있다. 까다로운 공정만큼 이를 만드는 장인을 선발하는 과정 또한 까다롭다. 이곳에서는 4년에 한 번 16명의 학생을 선발한다. 이 학생들은 4년간 정규교육을 받은 뒤 다시 1년 동안 현장에서 인턴십을 거친다.

고등학교 교육과정이어서 보통의 다른 고등학교에서 배우는 국어, 영어 등 과정도 커리큘럼에 있다. 이 16명 중 수석 졸업생이라고 해도 브리오니의 자격 요건을 갖추지 못하면 마스터 테일러가 될 수 없다. 학교를 설립한 이래 마스터 테일러가 된 학생은 몇 명 되지 않는다고 한다. 이 마스터 테일러들은 세계를 돌며 맞춤복인 MTM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들은 미리 예약한 고객과 일대일로 상담한 이후 정교하게 사이즈를 재고 단 하나뿐인 맞춤 슈트를 제작한다. 브리오니에서 단 한 번이라도 옷을 맞추면 그 패턴과 작업지시서가 이탈리아 브리오니의 아틀리에에 영원히 보관된다고 한다.  


브리오니의 고객 맞춤 패턴 사진출처= brioni.com



참고자료: 1.브리오니닷컴   2. ‘최고의 명품, 최고의 디자이너’, 명수진, 삼양미디어  

류서영 여주대 패션산업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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