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정고무신은 제 인생 전부” 이우영 작가 1주기

성정은 스타투데이 기자(sje@mkinternet.com) 2024. 3. 11.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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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작자 권리보호 불씨 댕긴 1년
주요 캐릭터 되찾아...5~6월 추모전
故 이우영 작가의 ‘검정고무신’. 사진|KBS
90년대 인기 만화 ‘검정고무신’을 그린 이우영 작가가 51세를 일기로 세상을 등진 지 어느덧 1년을 맞았다. 이 작가가 저작권 분쟁으로 인한 고통 속에 지난해 3월 11일 세상을 떠난지 1주년. 이우영작가사건대책위원회는 11일 1주기에는 고인을 조용히 추모하며, 오는 5∼6월께 추모 전시를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작가 사망을 계기로 창작자 권리보호와 불공정한 계약 관행 문제에 대한 논의가 시작됐고, ‘검정고무신’이라는 이름 아래 다양한 제도·정책 차원의 개선이 이뤄졌다. 달라진 것과 남은 과제를 짚어봤다.

◇ ‘검정고무신’ 사태 1년...만화·웹툰 표준계약서 제·개정 및 법률지원센터 설치
이 작가가 떠난 뒤 1년간 만화·웹툰 창작자의 취약한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정책 개선과 지원 제도 보강이 이어졌다. 가장 최근의 변화는 정부의 만화·웹툰 표준계약서 제·개정이다.

문화체육관광부(장관 유인촌)는 2차적 저작물 작성권 관련 계약서 2종을 새로 마련하고 제삼자와 계약할 경우 원작자에게 이를 사전 고지해야 한다는 조항을 담았다. 생전 이 작가가 ‘검정고무신’이 2차 사업화되는 과정에서 어떤 통보도 받지 못했다고 호소했는데, 이를 고려해 별도 조항을 뒀다.

또 문체부는 지난해 4월 저작권위원회 서울사무소에 ‘검정고무신 법률센터’로 불리는 저작권법률지원센터를 설치했다. 저작권 계약 전반에 필요한 법률 자문은 물론 저작권 교육, 분쟁조정 등을 맡고 있다. 아울러 창작자를 대상으로 한 저작권 교육도 확대하고, 지난해 말 관련 가이드북도 제작해 배포하는 등 창작자 권리 보호에 힘을 쏟았다.

‘검정고무신’ 이우영 작가 1주기를 맞았다. 사진|연합뉴스
◇ 캐릭터 ‘기영이’ 저작권 말소·동생 이우진 작가 최종 승소…남은 과제는?
‘검정고무신’ 속 주요 캐릭터인 기영이와 기철이, 땡구 등은 작가의 품으로 돌아갔다.

작품 속 캐릭터들은 이 작가가 창작했지만, 2008년부터 이 작가와 동생 이우진 작가, 스토리를 담당한 이영일 작가, 캐릭터 회사 형설앤 장진혁 대표 4명이 공동저작자로 등록돼 있었다.

이에 지난해 7월 한국저작권위원회는 “실제 창작에 참여하지 않은 자는 저작자가 될 수 없다”며 직권으로 저작자 등록을 말소했다.

‘검정고무신’을 함께 그린 이 작가의 동생 이우진 작가는 2020년 형설앤 장 대표가 제기한 계약금 반환 소송에서 최종 승소했다.

장 대표는 이 작가가 ‘코믹 검정고무신 시리즈’ 등 출판물 계약금을 받고 원고를 인도하지 않았다며 소를 제기했지만, 2022년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68단독 재판부가 이를 기각했고, 지난해 12월 항소심에서도 기각돼 확정됐다.

그러나 아직도 소송은 남아 있다. 생전 이 작가를 가장 괴롭혔던 저작권 침해 소송이 항소심으로 넘어갔다.

지난해 11월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63부는 형설앤과 장 대표가 이 작가와 유족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이 작가와 업체 간 사업권 계약은 특정 시점 이후로 해지됐으며, 더는 형설앤이 ‘검정고무신’ 캐릭터를 사용할 수 없다고 봤다.

다만, 특정 시점 이전에는 계약 위반 행위 등이 있었다고 보고 이 작가 측에 7400여만원 지급 명령을 내렸다. 이에 양측 모두 항소했다.

고 이우영 작가는 1992~2006년 ‘소년챔프’에 연재된 ‘검정고무신’으로 인기를 끌었다. 1960년대 서울을 배경으로 중학생 기철이, 초등학생 기영이와 가족들의 이야기를 코믹하게 그렸다. 이우영·이우진 작가가 그림을 그리고, 이영일 작가가 글을 썼다. 당시 최장수 연재 기록을 세웠고, 45권짜리 단행본이 출간됐다. 애니메이션도 제작됐으며, 캐릭터 사업으로도 이어졌다.

그러나 이우영 작가는 2019년 만화 공동 저작권자들과 수익 배분 소송으로 법적 다툼을 벌인데 이어 2022년에는 애니메이션 ‘극장판 검정고무신: 즐거운 나의 집’ 개봉을 앞두고 캐릭터 대행사가 자신의 허락 없이 2차 저작물을 만들었다고 문제를 제기해 저작권 논란이 이는 등 생전 저작권 관련 소송으로 힘들어했다.

이 작가는 생전 재판부에 제출한 마지막 진술서에 이렇게 적었다. “‘검정고무신’은 제 인생 전부이자 생명입니다. 창작 이외에는 바보스러울 만큼 어리석은 창작자들의 권리를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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