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욱의 기후 1.5] 기온도, 이산화탄소 배출도 모두 '역대급'

박상욱 기자 2024. 3. 11. 08:01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먼 미래'에서 '내 일'로 찾아온 기후변화 (226)
개구리가 잠에서 깨어난다는 경칩(지난 5일)을 지나 낮이 길어지기 시작하는 춘분(오는 20일)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이처럼 봄이 본격적으로 찾아오면서 지난 겨울에 대한 각종 기상 통계가 집계됐습니다. 그 결과는, 우리 대부분이 실제 체감했듯, 또 다른 '역대급 겨울'이었습니다.

지난 겨울, 전국 평균기온은 2.4℃로, 2019년(2.8℃)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았습니다. 느슨해진 한대전선 제트기류(북극 제트)로 한파가 찾아왔던 2022년 겨울(0.2℃)에 비하면, 무려 1.6℃ 높았고, 과거 30년 평균값인 평년(0.5℃)에 비하면 1.9℃나 높은 수준입니다. 지역별로 보더라도, 거의 전국 대부분의 지역이 평년보다 포근했죠. 월별로 살펴보면, 12월 평균기온은 2.4℃로 역대 12월 중 10번째로 기온이 높았고, 1월 평균기온은 0.9℃로 역대 6위, 2월 평균기온은 4.1℃로 역대 1위를 기록했습니다. 우리나라 동쪽에서 고기압성 흐름이 발달한 가운데, 따뜻한 남풍이 자주 불어온 덕분이라는 것이 기상청의 설명입니다.

기온보다 더 눈에 띄었던 변화는 바로, 강수입니다. 겨울철 전국 평균 강수량은 236.7mm로, 평년(89mm)의 2.7배에 달했습니다. 기존 역대 1위 기록이었던 1988년 195.9mm보다도 무려 40.8mm 많은 수준입니다. 강수일수 또한 31.1일로, 평년(19.5일)의 1.6배에 달했죠. 전반적으로 겨우내 평년보다 따뜻하고 습한 남풍 계열의 바람이 유입됐고, 남쪽을 지나는 기압골의 영향으로 비나 눈이 오는 날이 많았고, 강수량 또한 많았다고 기상청은 설명했습니다.

12월 중순, 중국 남부 지방에서 발생한 저기압과 우리나라 동쪽에 자리한 고기압 사이로 많은 양의 수증기가 강하게 유입됐고, 그 결과 전국 관측지점 가운데 30곳에서 12월 일강수량 극값이 경신될 만큼의 많은 비가 쏟아졌습니다. 또, 2월 하순엔 우리나라 남쪽을 지나는 저기압에서 유입된 수증기와 북쪽 고기압에서 유입된 찬 공기가 만나 눈구름이 발달해 중부지방에 많은 눈이 내렸습니다. 북강릉엔 2월 21일 11.7cm, 22일 17.1cm의 눈이 쏟아졌고, 인천(8.9cm)과 서울(8.6cm) 등 수도권에도 많은 눈이 내렸습니다.

지난 겨울에 만들어진 '역대급 기록'은 다음과 같습니다. 역대 두 번째로 높은 겨울철 평균기온(2.4℃)은 물론, 평균 최고기온(7.3℃)은 역대 4위, 평균 최저기온은 ?1.8℃로 역대 2위를 기록했습니다. 덕분에 한파일수(3.1일)는 직전 겨울 대비 4일가량 짧아 역대 다섯 번째로 적었습니다. 겨울철 강수량(236.7mm)뿐 아니라 강수일수(31.1일)도 역대 최고 기록을 경신했고, 그 덕에 겨울철 상대습도 또한 71%로 역대 1위를 기록했습니다. 눈이나 비가 내린 양도, 날도 많았던 만큼 일조시간은 449시간으로 역대 세 번째로 적었고, 평균풍속은 1.8m/s로 직전 겨울과 함께 역대 최저 2위를 기록했습니다.

이처럼 기온은 높고, 강수는 많았던 것에 대해 기상청은 “북인도양의 해수면 온도가 높고, 대류가 활발해 이 지역에서 상층 고기압이 형성됐고, 북동 방향으로 대기파동이 전파돼 우리나라 동쪽에서 고기압성 순환이 유도됐다”며 “이 순환으로 우리나라에 따뜻하고 습한 남풍류의 바람이 유입돼 기온이 높았고, 강수량도 많았다”고 분석했습니다. 우리가 겪은 '역대급 겨울 날씨'는 우리가 발을 딛고 있는 땅과 그 위의 대기에서 벌어지는 일이지만, 그 원인을 찾으려면 우리와 떨어진 곳 또한 눈여겨봐야 하는 것이죠. 당장 우리나라 남해만 하더라도, 지난 겨울 평균 해수면온도는 15.9℃로 관측 이래 가장 높았습니다. 상대적으로 북쪽에 위치하고, 수심도 얕은 서해의 경우, 겨울철 해수면온도가 7.8℃로 남해나 동해보다 낮았지만, 이 또한 역대 3위의 기록이었죠. 그 결과, 우리나라 전 해역 겨울철 평균 해수면온도는 12.3℃로 2019년(12.8℃)과 2016년(12.6℃), 2018년(12.5℃)에 이어 네 번째로 높았습니다.

이례적으로 기온이 높았던 것은 비단 한국만의 일이 아닙니다. 지난 겨울, 일부 북미 지역에 이례적인 한파가 찾아왔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만, 우리나라뿐 아니라 유럽 등 대부분의 지역에서 이상고온 현상이 벌어졌고, 이는 전 지구 평균기온의 상승으로 이어졌습니다. 2023년 7월, 전 지구 평균기온이 17℃의 선을 넘으며 역사상 가장 높은 기온을 기록한 데에 이어 겨울까지도 온실가스 배출로 인한 지구 온난화와 엘니뇨 등의 영향으로 '역대급 기온'이 이어졌습니다. 이는 2024년 새해로 넘어간 이후에도 계속됐는데, 2024년 2월 12일 전 세계 평균기온은 무려 13.7℃를 기록했죠. 북극부터 북반구, 적도, 남반구, 남극까지 모두 통틀어 2월에 이러한 기온이 기록된 적은 관련 통계 집계 이래 처음이었습니다. '역대 가장 뜨거웠던 해'로 꼽힌 2023년과 비교해보더라도, 이 정도 기온은 3월 초에 기록됐고, 과거 30년(1991~2020년) 평균으로 따지면, 3월 말~4월 초 사이에야 기록될 만한 수준이었습니다.

결국, 올해는 얼마나 더 뜨거워질 것인가 걱정이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물론, 그 이전 겨울과 달리 많은 비와 눈이 내린 덕분에 봄철 산불이나 심각한 가뭄에 대한 우려는 덜어서 다행입니다만, 아찔한 폭염과 더불어 한껏 열을 품은 대양의 영향으로 호우나 태풍이 잦아지면 어쩌나 우려되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문제는, 이러한 온난화의 결과가 단순한 '미래 전망치'라는 숫자가 아닌 '현실'로 나타나고 있음에도 우리의 온실가스 배출은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는 점입니다. 지난 2023년, 전 세계에서 에너지 사용과 관련한 이산화탄소 배출은 37.2Gt을 기록했습니다. 역대 최고치입니다. 1900년 이래 배출 추이를 보면,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1900년 2.0Gt에서5.7Gt으로 3.7Gt 늘기까지 무려 50년의 세월이 걸렸습니다. 하지만 1990년 21.1Gt에서 24.5Gt으로 3.4Gt 증가하는 데에는 불과 10년밖에 걸리지 않았고, 이후 10년만인 2020년엔 그보다 무려 8.1Gt 늘었습니다. 배출량이 줄기는커녕, 그 기울기가 더욱 가파르게 변한 것입니다.

해마다 증감량을 놓고 보면, 이런 악순환에 빠진 우리의 현실이 보다 뚜렷이 드러납니다. 2010년,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전년 대비 무려 1.91Gt 증가하며 사상 최대의 증가폭을 기록했습니다. 이후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과 함께 -1.92Gt이라는 사상 최대의 감소폭을 기록했고요. 하지만 이듬해인 2021년, 다시 1.92Gt이 증가하며 2010년의 역대 최대 증가폭 기록을 경신했습니다. 과거를 돌이켰을 때, '역대급' 감소폭이 기록됐던 것은, 팬데믹을 제외하면 세계대전이 벌어진 1945년(-0.88Gt)이 유일할 정도로, 우리는 줄곧 더 많은 양의 이산화탄소를 뿜어댔습니다. 그나마 이 통계에서 '유일한 희망'을 꼽자면, 엔데믹 이후 배출량의 리바운드가 최소화됐다는 것입니다. 2023년 37.2Gt이라는 역대 최고 배출 기록이 새로 쓰이게 됐지만, 전년 대비 증가폭은 0.41Gt에 그쳤기 때문입니다.

IEA(International Energy Agency, 국제에너지기구)는 이달 초, 〈2023 이산화탄소 배출(CO2 Emissions in 2023)〉 보고서를 공개했습니다. 이 보고서에서 IEA는 그간 전 지구적 탄소 배출 증감의 추세와 그 배경에 대한 분석 내용을 담았습니다.

최근 120년(1903~2023년)을 10년 단위로 놓고 봤을 때, 과거 배출량이 늘지 않거나 감소했던 경우는 전 세계적인 위기 상황에만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1차 세계대전과 대공황이 있었던 1920~30년대, 그리고 전 세계적인 에너지 위기와 소련의 붕괴라는 커다란 사건이 있었던 1980~90년대가 바로 그 예입니다. 그리고 2000년대 들어 중국의 가파른 성장과 더불어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다시금 증가세를 이어갔죠. 그런데, 엔데믹과 함께 전 세계가 다시 공장을 가동하고, 산업이 제자리를 찾으며 급반등하던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증가세가 2023년 0.7%로 억제됐습니다. IEA는 이것이 청정에너지의 확대 덕분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위기가 아닌 '긍정적 요인'으로 이산화탄소 배출 증가가 억제된 것은 처음인 셈입니다.

팬데믹 직전인 2019년과 2023년의 배출을 비교해 보면, 그 영향은 더욱 분명하게 드러납니다. 2023년 에너지 관련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2019년 대비 9억톤 가량 늘었습니다. 4년 사이 우리의 에너지 사용량이 늘어난 것을 감안하면, 이보다 3배는 더 늘었어야 했지만, 태양광과 풍력, 원자력발전과 히트펌프, 전기차의 보급 등으로 배출 증가가 최소화된 것이죠. 2023년, 전 세계적으로 태양광과 풍력발전은 무려 540GW가 추가로 설치되며 전년 대비 75% 증가했습니다.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은 1,400만대까지 늘어나 전년 대비 35% 늘었습니다.

이러한 에너지전환의 흐름은 연료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증감 여부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2023년, 석탄 사용으로 인한 이산화탄소 배출은 전년 대비 2억 7,200만톤, 석유 사용으로 인한 이산화탄소 배출은 전년 대비 9,500만톤, 천연가스 사용으로 인한 이산화탄소 배출은 전년 대비 1,500만톤 늘었습니다. 이렇게 늘었으니 자연스레 전체 이산화탄소 배출량 또한 늘어난 것인데, 주요 국가별로 상황을 보면 분명한 변화의 모습이 보입니다.

석탄과 석유, 천연가스 모두에 있어 중국과 인도 등 개도국을 중심으로 한 증가세는 확연했습니다. 특히 중국의 경우, 전년 대비 석탄 사용으로 인한 탄소 배출이 무려 3억 9,300만톤 늘었고, 석유와 천연가스 사용으로 인한 배출 또한 전년 대비 각각 1억 1,600만톤, 5,200만톤 늘었습니다. 개별 국가를 넘어 동아시아나 EU처럼 지역 단위에서나 볼 법한 숫자입니다.

그러나 선진국을 중심으로는 화석연료 사용에 따른 이산화탄소 배출의 감소세가 뚜렷했습니다. 미국의 석탄 사용에 따른 탄소 배출량은 전년 대비 무려 1억 6,600만톤 줄었습니다. 석유의 경우 2,500만톤 줄었고요. 반면, 천연가스 사용에 따른 미국의 2023년 이산화탄소 배출은 전년 대비 700만톤 늘었습니다. EU와 일본의 경우, 석탄, 석유, 천연가스 할 것 없이 모든 화석연료 사용 배출량이 크게 줄었습니다. EU는 석탄발 탄소 배출량이 1억 3,600만톤, 석유발 탄소 배출량은 3,000만톤, 천연가스발 탄소 배출량은 5,400만톤 줄었고, 일본은 석탄발 탄소 배출을 3,000만톤, 석유발 배출을 2,700만톤, 천연가스발 배출을 1,700만톤 줄였습니다. EU야 누구나 아는 녹색전환의 선도지역이나, 일본의 경우 원전의 정상화가 아직이고, 전기차로의 전환 또한 하이브리드 자동차 중심의 산업과 정책으로 더딘 상황에서 모든 화석연료 배출을 줄여냈습니다.

어떻게 이런 변화가 가능했는지는 부문별 배출 증감 통계를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일본은 발전부문에서 전년 대비 무려 4,700만톤의 배출 절감을 이끌어냈습니다. 재생에너지의 대대적인 확대 덕분입니다. 2022년 기준, 일본의 재생에너지 발전비중은 22.5%에 달합니다. 후쿠시마 참사 이전, 30%를 넘던 원전의 발전비중은 참사 이후 한때 0%를 기록했고, 2022년까지도 6%를 넘지 못 하는 상황에서 재생에너지 확대를 통해 발전부문의 온실가스 감축과 에너지 자립 강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 한 덕분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2023년 한 해 동안 450여 재생에너지 발전소가 추가되면서, 총 4,725개소의 재생에너지 발전소를 보유하게 됐습니다(statista 통계 기준). 이는, 2022년 200곳이 새로 추가된 것에 비해 배 넘게 발전소를 추가한 것입니다. 비록, 수송부문의 배출량에 있어선 느린 전기차 보급 확대로 '선진국 수준'의 감축 성과를 거두진 못했으나, 그 외 산업과 건물부문에선 각각 1,600만톤의 감축을 이뤄냈습니다.

이 밖에도 미국은 전년 대비 발전부문에서 1,250만톤, 산업부문에서 2,600만톤, 건물부문에선 무려 4,000만톤을 줄였습니다. EU는 전년 대비 발전부문에서 1,400만톤, 수송부문에서 1,200만톤, 산업부문에서 3,400만톤, 건물부문에서 3,100만톤을 줄였고요. 절대적인 산업의 규모나 건물의 규모, 수 측면에서 봤을 때, EU가 미국보다 작거나 적은 만큼, 단순히 숫자만으로의 비교를 넘어서는 수준의 괄목할 만한 감축을 한 셈입니다. 그리고, 전 세계적으로 보더라도, 건물부문에서 전년 대비 무려 9,200만톤의 감축이 일어났다는 사실은 우리나라가 특히 눈여겨봐야 하는 부분이고요.

그런데, IEA는 이처럼 2023년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줄어든 배경에 세계 각국의 '노력'이라고 할 수 있는 녹색전환 정책 이외의 것이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바로, 기후변화입니다. 우리의 온실가스 배출로 인한 결과가 기후변화이기도 하지만, 그러한 기후변화로 온실가스 배출이 늘어나기도, 반대로 줄어들기도 한다는 것인데요, 과연 기후변화는 우리의 온실가스 배출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요. 이에 대해선 다음 주 연재를 통해 보다 자세히 전해드리겠습니다.

박상욱 기자 park.lepremier@jtbc.co.kr

Copyright © JTBC.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