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장과 중정으로 완성한 건축적 시선, 성남 '윗담, 아랫담'

조재희 2024. 3. 1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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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림과 닫힘 사이의 건축적 해법


프라이버시를 확보하기 위해 담장을 활용하는 것은 쉽고도 확실한 방법. 문제는 담으로 둘러싸인 닫힌 구조 안에 어떻게 열린 시선을 부여할 것인가에서 시작한다.

동일한 대지 면적에서 가장 긴 동선을 계획할 수 있는 ㄷ자 배치를 통해 중앙의 수공간과 갤러리 월의 존재감을 강조하였다.


단순한 차폐의 역할을 넘어, 층별로 서로 다른 역할을 수행하는 담장

언제든지 자연을 느낄 수 있는 테라스와 활짝 열려 있는 넓은 정원, 각기 다른 모습의 개성적인 외관들은 확실히 아파트에서 찾아볼 수 없는 주택만의 고유한 매력이다. 하지만 현실은 밀도 있게 구획된 도시계획에 의해 주택단지 내의 집들이 각자의 프라이버시를 지키고자 사방으로 막힌 폐쇄적인 형태를 하고 있다. 위례 주택 또한 사면이 다른 주택들로 둘러싸여 있었기에 건축주의 프라이버시뿐만 아니라 이웃 주민들의 프라이버시에도 예민하게 대응해야 하는 조건을 가지고 있었다.

(위, 아래) 대지의 높이차로 인해 완전히 묻히지 않은 지하 1층은 보행도로에서 지상 1층처럼 보인다. 여기에 다락층까지 더해지면 자칫 부담스러운 건물이 될 수 있었기에, 이를 입면 디자인으로 풀어내고자 했다. 지하 1층과 지상 2층은 빨간 벽돌을, 그 사이의 지상 1층은 회색 벽돌을 적용해 시각적으로 매스에 구분감을 주었다. 또한 2층과 다락층의 매스를 살짝 돌출시켜 입체감을 더했다.

PLAN



“주거 공간을 어떻게 열어주고, 어떻게 닫아줄 것인가?”라는 것이 우리가 마주한 제일 중요하면서도 어려운 질문이었다. 결국 중정을 중심으로 둘러싼 형태의 건물이 피할 수 없는 최선의 선택임은 틀림없다고 판단했다.

건물이 대지의 모든 면을 둘러싸는 폐쇄적인 중정형 형태에서 벗어나, ‘담장(Wall)’이라는 건축적 요소를 활용해 이웃 간의 프라이버시를 보호하고, 동시에 자연 속 휴식 공간과 부모와 독립된 공간을 원하는 건축주 자녀의 요구를 모두 충족하는 주거 공간을 계획하였다. 이때 담장을 건물과 분리해 단순히 시선을 차단하기 위한 오브제로써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담과 건물을 일체화해 담장을 건축적 요소 중 하나로 느껴질 수 있게끔 디자인하였다. 건물과 일체화된 담장은 휴먼 스케일이 아닌 건축적 스케일 속에서 ‘아랫담, 윗담’으로 나뉘어 각기 다른 기능으로 각 레벨에서 요구하는 다양한 이슈에 대응한다.


1층 주방에서 바라본 거실. ㄷ자 구조의 긴 허리 부분을 통으로 활용해 시원스러운 공간감을 가지고, 2층 보이드 공간을 통해 은은한 빛이 내려 앉는다.
1층 거실과 주방은 중정 수공간과 곧바로 이어져 자연과 웅장한 갤러리의 무드를 함께 담는다

HOUSE PLAN
대지위치 : 경기도 성남시
대지면적 : 287.30m²(86.91평)
규모 : 지하 1층, 지상 2층 + 다락
거주인원 : 4명(부부 + 자녀2)
건축면적 : 143.49m²(43.41평)
연면적 : 456.02m²(137.95평)
건폐율 : 49.94%
용적률 : 87.41%
구조 : 기초 - 철근콘크리트 매트기초 / 지상 –벽 : 철근콘크리트 + 벽식구조 / 지붕 : 철근콘크리트
단열재 : 압출법보온판 1호(가등급) 90mm, PF보드 130mm, 경질우레탄폼 130mm 등
외부마감재 : 외벽 - 벽돌(레드, 그레이), 유리 등 / 지붕 –징크
전기·기계 : 성지 E&C
구조설계(내진) : 푸른구조 기술사사무소
시공 : ㈜오엔디엔씨 종합건설
설계·감리 : ㈜코드아키텍츠 건축사사무소


지하와 1층에 위치하는 아랫담은 일차적으로 창고라는 용도의 실용적인 기능을 수행하는 동시에 앞집으로부터의 시야를 차폐한다. 또한, 시각적으로 사면이 막혀있는 건물에서 출입 동선을 유도하는 진입 시퀀스의 가이드라인 역할을 한다.

2층과 다락으로 구성된 윗담은 외부로부터의 시야를 차단해 주는 기본적인 기능뿐만 아니라 건축주의 요구였던 두 자녀 사이의 프라이버시 보호를 실현하는 핵심적 건축 요소이다. 같은 레벨에 위치하지만 윗담을 기준으로 나뉜 자녀들의 공간은 각각 한옥의 사랑채와 안채를 상징한다.

중정이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2층 거실. 거실을 중심으로 왼편에는 비교적 내측으로 들어와 있는 딸의 공간이, 오른편에는 외부를 향해 있는 아들의 방이 자리한다. 회색의 윗담은 두 방 사이의 시선을 가려 서로의 프라이버시를 지켜주는 역할을 한다.
(왼쪽) 2층 계단실 앞으로 테라스가 연결된다. (오른쪽) 복도 벽면에는 디테일한 전시 공간을 조성해 실내에서도 갤러리의 분위기가 형성된다.
주택 단지 주변의 녹지를 오롯이 끌어들이는 다락.


건물 중심의 수공간은 주거 공간이지만 갤러리로도 활용하고자 했던 건축주의 요구와 중정형 건물에서 최대한의 개방감을 찾고자 했던 고민에 대응하는 또 다른 건축적 제스처였다. 하지만 집은 결국 사람이 살아가는 주거 공간이기에, 수공간이 아닌 평범한 마당이 필요한 경우도 고려했다. 중정 전체를 수공간으로 계획하는 대신 커다란 석판을 중정 가운데에 조금 낮게 배치하고 이 석판 주변으로 수공간을 조성하였다.


수공간의 수심을 조절해 중정 공간을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


우리는 대지의 맥락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건물을 짓고 싶었기에 이 건물이 주변의 풍경에 어울리면서 세 보이지 않고 자연스럽게 녹아들 수 있게끔 고민했다. 단독 주택으로서의 스케일감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건물이 거대한 한 덩어리의 매스가 아닌 분절된 매스로 느껴져야 했다. 실제로 매스를 아예 분절시키기에는 무리가 있었기에 입면 디자인을 통해 건물의 스케일감을 세밀하게 조정하고자 하였다. 지하 1층과 지상 2층은 빨간 벽돌을, 그 사이에 자리 잡고 있는 지상 1층은 회색 벽돌을 사용하여 재료의 분리를 통해 일차적으로 매스의 구분감을 강조하였다.


DIAGRAM





건축가 김민호 : 코드 아키텍츠 건축사사무소

김민호는 경희대학교 건축공학과를 졸업하고 삼우종합건축사사무소, SAMOO UAE, Atelier KOMA 등 국내외 여러 환경에서 다양한 작업을 진행하였고 현재 KODE Architects를 개설하여 활동 중이다. KODE는 Knowledge Office of Design Elements의 약자로, 경험을 통해 축적한 지식을 바탕으로 발전과 변화를 거듭하는 인적 지식 공간이다. 우리가 생각하는 건축은 기존의 풍경에 최소한으로 개입하는 것이며, 이를 통해 건축이 풍경 안에서 주변의 풍경과 함께하며 우리의 디자인이 사회적, 치유적 역할을 하기를 바란다.
02–541-8103 www.kodearchitects.com



김민호  |  사진 장원준  |  기획 조재희


ⓒ 월간 전원속의 내집   2024년 3월호 / Vol.301  www.uuj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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