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청도설] 비례대표용 정당

강필희 기자 2024. 3. 11.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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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대 국회의원 선거를 한 달가량 앞둔 1985년 1월, 정당별 전국구(현 비례대표) 순번 지정 작업이 한창이었다.

선거법상 지역구뿐만 아니라 전국구에서도 여당이 절대 유리한 위치였기 때문에 정치 지망생들에게 신민당은 큰 인기가 없었고 지원자도 많지 않았다.

정당의 당헌 당규나 선거법 어디에도 비례대표 재선을 금지하는 규정은 없다.

지난 총선에서 민주당 계열 위성정당의 비례대표였던 용혜인 의원은 이번에도 똑같은 방식으로 한번 더 비례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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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대 국회의원 선거를 한 달가량 앞둔 1985년 1월, 정당별 전국구(현 비례대표) 순번 지정 작업이 한창이었다. 서슬 퍼런 5공 군사 정권에 저항해 급조된 야당인 신한민주당의 자금 압박은 상상 이상이었다. 선거법상 지역구뿐만 아니라 전국구에서도 여당이 절대 유리한 위치였기 때문에 정치 지망생들에게 신민당은 큰 인기가 없었고 지원자도 많지 않았다. 실제로 당시 언론은 신민당 전국구 순번을 12번까지만 보도했다. 그러나 막상 선거에서 신민당은 돌풍을 일으켰다. 지역구에서 50명, 전국구에서 17명이나 당선자를 낸 것이다. 공천 헌금을 고작 수백만 원 내고 전국구 하위 순번을 받았던 당직자가 거저 줍듯 국회의원이 된 사연은 단연 화제였다.


정당의 당헌 당규나 선거법 어디에도 비례대표 재선을 금지하는 규정은 없다. 그러나 경쟁 없이 주어지는 특혜라는 인식이 강해 단선은 사실상 불문율이다. 예외는 있다. 김종인 개혁신당 공천관리위원장은 민주정의당 민주자유당 새천년민주당 등에서 4번의 비례대표를 지냈다. 그를 노회한 정객일뿐이라고 폄하하는 이들은 이런 비례 다선 경력을 꼬집곤 한다.

이번 4·10 총선에서 비례대표만으로 국회 입성을 노리는 정당이 생겼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조국혁신당이 그 중 하나다. 거대 양당의 위성정당과는 또 다른 유형이다. 초반부터 기세가 만만찮다. 정당 지지율이 국민의힘이나 더불어민주당엔 못 미쳐도 제3 지대의 개혁신당이나 새로운미래는 물론, 기존 정의당 진보당보다 높다. 그 틈에 울산시장 선거 개입 혐의 등으로 1심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은 황운하 민주당 의원이 합류했다. 지난 총선에서 민주당 계열 위성정당의 비례대표였던 용혜인 의원은 이번에도 똑같은 방식으로 한번 더 비례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비례대표제가 시작된 6대 총선에서 비례는 전체 국회의원의 25%(175명 중 44명)였으나 22대는 15.3%(300명 중 46명)다. 과거엔 아무리 비례용 정당이라도 한 명 정도는 지역구에 내보냈다. 그 암묵적 룰이 이젠 깨졌다. 사표 방지, 직능 대표성, 전문성 같은 가치는 온데 간데 없다. 연예인처럼 인지도 있는 인물을 전면에 내세우면 비례 배분 최저기준인 3% 지지율은 어렵지 않을 수 있다. 권위주의 시절 야당은 극단적인 재정궁핍 탓이란 변명이라도 가능했다. 지금은 의원 배지 추가 외에 어떤 대의명분이 있는지 궁금하다. 팬덤에 의지한 ‘가수당’ ‘아나운서당’ ‘축구선수당’ 같은 코미디가 점점 현실이 되어 간다.

강필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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