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보다] 또, 아기가 왔다

서재희 2024. 3. 10. 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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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사랑공동체 베이비박스/ 서울시 신림동, 지난달

한 여성이 초조하게 누군가를 기다립니다.

“3시에 온대.”

잠시 후 품에 아기를 안은 여성이 나타났습니다.

조애영/베이비박스 보육사
“아이, 추워. 오느라고 고생했어~ 그랬어, 그랬어~”

엄마는 가고 아기만 남았습니다.

조애영/베이비박스 보육사
“몇 kg예요? 3.29kg. 오, 건강하게 왔네.”

베이비박스 보육사 “알았어, 맘마 줄게~”
베이비박스 센터장 “선생님 분유 여기.”
베이비박스 보육사 “네, 감사합니다. 다행히 우리랑 같은 분유 먹다 와서.”
베이비박스 센터장 “아기 너무 예쁘다.”

미숙아로 태어난 아기.

조애영/베이비박스 보육사
“엄마랑 잠깐 얘기했지만 일단 배꼽이 떨어졌고 한 두 달, 미숙아로 병원에 있다가 온 아기래요. (젖병 물림)”

두 명의 아기가 이곳에 먼저 왔습니다.

“우리 OO 왔어요~ 환영합니다, 해주세요~”
“여동생 왔네, 해줘. 안녕~ 아이구, 좋아, 아이구, 좋아.”

엄마는 아기를 두고 가면서 배냇저고리와 포대기만큼은 꼭 보관해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조애영/베이비박스 보육사
“(엄마가) ‘버리지 말고 잘 보관해주세요’, 저희가 그러면 세탁해 드릴게요 (했더니) ‘세탁도 해줘서 고마워요.’ 이래요. 엄마 입장에서는 아기 처음 옷이잖아요. 그러면 보관하고 싶어 하세요.”

엄마와 헤어진 지 두 시간...
아기는 엄마 없는 이곳이 낯선가 봅니다.

“(아기 울음) 안 되겠어, 안아야겠어. (안음) 어머나, 어머나.”

조애영/베이비박스 보육사
“아무래도 엄마랑 있던 뭐 엄마 냄새, 여기 공기, 그런 것들이 다르죠. 아기는 첫날이라서 조금 더 힘들어해요. 불안할 것이기 때문에 그거부터 채워 줘야 할 거 같아요.”

배냇저고리를 보관해달라고 할 만큼 아이에게 미련이 남았던 엄마...
아기는 왜 두고 떠났을까.

조애영/베이비박스 보육사
“아기들은 아무 죄가 없죠. 그런데 자기가 선택하는 대로 되는 게 아니니까...”

[더 보다 4회] 또, 아기가 왔다

하루에도 몇 번씩 울리는 전화.

전경주/베이비박스 상담사
“네, 감사합니다. 주사랑 공동체입니다. 아기는 혹시 남자일까요, 여자일까요? 아들이에요.”

집에서 혼자 아기를 낳고 도움을 요청하는 여성들이 부쩍 늘었습니다.
얼마 전에도 다급한 목소리의 전화 한 통을 받았습니다.

전경주/베이비박스 상담사
“이리 오고 있다고 연락이 온 거예요, 전화로.”

집에서 혼자 아기를 낳은 20대 여성이었습니다.

전경주/베이비박스 상담사
“옷이 거의 등까지 다 젖은 상태였어요, 피로 인해서. 얇은 티셔츠 한 개만 입고 오신 거예요, 패딩에다가. 그래서 엄청 차가웠을 텐데 그런 생각도 못 하시고 경황이 없으니까. ‘나는 그렇다 치는데 아기가 몸이 아프지 않을까요, 이렇게 낳아서 괜찮을까요’를 되게 많이 물어보셨어요. 그래서 저희가 아기 상황을 보고 아기는 119로 가고.”

산모도 아기도 위험한 상황이었습니다.
왜 산모들은 병원보다 집에서 아기를 낳으려고 하는 걸까?

전경주/베이비박스 상담사
“지난주에 온 케이스도 자가 분만 두 케이스인 걸 보면 병원에 한 번도 안 가시고. 다들 공통점이 그거예요. 병원에 갈 돈이 없다기보다 일단 병원에 가면 나의 증거가 남는다는 두려움이 너무 커서 그러신 거라서요.”

임신과 출산을 철저하게 숨기고 싶은 절박함 때문입니다.

조애영/베이비박스 보육사
“자가 분만이 안 들어오지 않았어요, 그전에도. 그래도 이 자가 분만의 이유가 다르죠. 이렇게 자기 신분을 감추려고 숨어 있다가, 숨어 있다가 온 자가분만이 아니고 미성년자라서 임신한지 모른 거예요. 이렇게 자기 신분의 노출 위험 때문에 집에 있다가 들어오는 경우는 없었죠.”

“마지막에 전화하는 거죠. 정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니까 아기가 나왔어요. 그런데 집이에요, 막 이러고.”

“‘엄마 빨리 119 타고 빨리 병원 가셔야 돼요, 우리한테 올 일이 아니에요.’ 그래도 ‘안 돼요. 저 119 타면 저 신분 밝혀져서 안 돼요,’ 이러고. 그 위급한 와중에도 ‘내 신분 안 돼요.’ 이래요. 그럼 아기도 살리고 엄마도 살려야 되는 방법은 엄마를 그때는 설득할 시간이 없잖아요? 엄마, 빨리 그럼 택시 타고 빨리, 알았어요, 오세요.”

이종락/베이비박스 목사
“전국에서 여기까지 오는 것은 정말 엄마의 마음이에요. 엄마의 마음은 이 아이만큼은 살려야 되겠다. 그 마음 가지고 하혈하면서 탯줄 그대로 달고 부산이든 광주든 어디든 택시 타고 오거든요. 그렇게 와서 아기 보호를 하고.”

KBS뉴스 6월 21일
“경기도의 한 아파트 냉장고에서 아기 2명의 시신이 발견됐습니다.”

영아 시신이 잇따라 발견되자 출생 미신고 아동에 대한 전수 조사가 시작됐습니다.
출생신고 되지 않은 아이 상당수가 유기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KBS뉴스 6월 30일
김진표/국회의장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 대안은 가결되었음을 선포합니다."

법률안 통과로 오는 7월부터 출생통보제가 시행됩니다.

병원에서 아기가 태어나면 병원이 지방 정부에 의무적으로 통보하도록 한 제도입니다.

신현영/더불어민주당 의원, 출생통보제 대표 발의
“만약에 등록되지 않은 아이가 있다면 빠르게 발견할 수 있고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부분에서는 충분히 역할을 할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합니다.”

출산 기록이 남는 것을 두려워하는 산모는 익명으로 출생 신고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보호출산제’도 시행됩니다.

김미애/국민의힘 의원, 보호출산제 대표 발의
“산모는 산모대로 보호하고 아기는 아기대로 국가가 보호하는 시스템을 마련하자는 것이 보호 출산법의 핵심이에요.”

현실은 의도했던 것과는 다르게 흘러가고 있습니다.

전경주/베이비박스 상담사
“통상적으로는 한 해에 100명 이상씩 들어왔었어요. 출산율이 떨어져도요. 근데 전수조사가 시작되면서 하반기에 정말 많이 줄었기 때문에 작년에 들어온 케이스로 치자면 80명이 안 되는 정돈데 그것도 상반기의 평준이고.”

베이비박스로 오던 아기들이 급격히 줄었기 때문입니다.

전경주/베이비박스 상담사
“이렇게 될 줄 알았겠어요? 전수조사라는 게 생길 거라고는 저희도 생각을 못 했고. 그러니까 아예 불법적으로 하시는 분도 생겨나고 자가 분만율도 높아지게 될 거고.”

남들 몰래 아기를 맡길 수 있었던 베이비박스.

하지만 전수 조사로 신원 노출을 꺼리는 산모들이 갈 곳이 사라지면서 산모와 아기들의 안전에 대한 우려도 더 커지고 있습니다.

조애영/베이비박스 보육사
“이미 임신하고 있는 분들이 있단 말이에요. 그러면 (보호출산제가 시행되는 7월 전) 그 시기 안에 이 엄마들이 나는 이제 베이비박스도 못 가네? 베이비박스 가도 전수조사를 통해서 이미 다 밝혀지네? 엄마들은 베이비박스 왔던 이유가 내가 신분을 밝힐 수 없고 아기는 그래도 살리고 싶다였다면 그거는 지금 해결이 안 되는 거예요.”

전경주/베이비박스 상담사
“이 사람이 출산할 때가 되지 않았을까 해서 전화를 한 번씩 해본단 말이에요. 그런데 전화를 ‘어디세요?’ 하고 받았다가 ‘그때 상담하셔서‘라고 얘기하면 ’제가 알아서 처리할 거예요. 알아서 했어요.‘ 하고 끊는 경우가 되게 많거든요.”

한 여성이 택시에서 내립니다.
베이비박스 건물 안으로 들어가는 여성.
아기를 받아 안습니다.

한 달 전, 갓 태어난 아기를 맡겼던 스무 살 엄마였습니다.
아기를 안고 다시 차에 오릅니다.

베이비박스 센터장: “보고 싶었죠? 많이 궁금했어요?”
산모 : “궁금하긴 했어요.”
베이비박스 센터장 : “보니까 어때요? 처음하고”
산모 : “많이 컸어요.”
베이비박스 센터장: “신기하지 않아요?”
산모: “신기해요.”
베이비박스 센터장: “처음에 엄청 고생했는데...”

아기의 예방접종을 위해 한 달 만에 다시 돌아온 엄마

산모/
“약간 흔들리긴 해요. (기자: 어떤 때 좀 흔들렸어요?) 애가 웃길래.. ”

황민숙/베이비박스 센터장
“(기자: 이렇게 한번씩 엄마들이 오셔서 아기 보고 가세요?) 네, 예방접종이 있고 이럴 때 엄마들이 병원 갔다가 와서 아기 보고 가고. 어머니들이 아기 보면 마음에 교감이 생겨서 많이 흔들리거든요.”

아기와 처음으로 둘만 마주하는 시간...
아직도 아기를 낳았다는 게 실감이 나지 않습니다.

산모(음성변조)
“우유 먹이고 트림도 시키고 갑자기 울어서 너무 어려웠어요. 우유 먹으니까 바로 그쳐서...”

“(기자: 어디가 제일 예뻐요?) 눈이요. (아기가 어머니 눈 닮은 거 같아요?) 음.. 약간요.”

출산은 갑작스럽게 다가왔습니다.

“화장실에서 낳아서.. (기자: 임신사실 모르셨어요?) 네, 모르고 있다가 낳았어요. 제가 비밀로 하고 낳아서. (기자: 가족들은 다들 모르세요?) 언니만 알아요.”

황민숙/베이비박스 센터장
“대부분 경제적인 문제고요. 그다음에 사회적인 편견. 여기까지 왔을 때는 정말 절박한 마음으로. 왜냐하면 유기할 거 같으면 여기 안 오죠. 그 지역 어딘가에 언론에 나온 것처럼 그런 일들이 벌어지겠죠.”

혼자서 감당하기 어려운 결정을
감내해야 하는 산모들

황민숙/베이비박스 센터장
“20대가 가장 많아요. 왜냐하면 20대면 이제 고등학교 갓 졸업하고 사회적, 경제적 기반이 하나도 준비가 안 되어 있잖아요. 두 번째가 30대예요. 10대가 3순위예요. ”

베이비박스에 아기를 두고 간 산모들 열 명 가운데 세 명은 아기를 다시 찾아갑니다.
하지만 혼자서 맞닥뜨려야 할 현실이 엄마를 주저하게 만듭니다.

산모(음성변조)
“키워볼까 싶기도 한데, 그래도 좀 현실적으로 생각해야 하니까/ 키울 수 있는 상황은 아니라.. 돈도 없고 아기 아빠도 없고.”

황민숙/베이비박스 센터장
(기자: 오늘 엄마는 좀 보시니까 어떠신 것 같으세요? 좀 고민하시는 것 같으세요?) 아직 모르겠어요. 출산하고 오늘 처음 아기 본 거잖아요. 근데 약속은 잘 지켜요.“

”힘들어서 포기하지 않도록 저희가 3년 동안 지원하고 있고. 엄마들이 바쁘더라도 자주 와서 아기 보고 이러고 그다음에 마음 돌려서 나중에는 ‘저 아기 데리고 갈게요’, 하는 그날이 오길 바라죠.“

부모들은 왜 자신의 아기를 포기하는 걸까.

김윤지/사단법인 비투비 대표
“버려지는 아기들이 들어온다는 베이비박스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어떻게 해야 될까라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시작한 비영리 스타트업이고요. 위기 상황에 놓인 부모들이 아기를 키우는 데 필요한 정보를 쉽고 빠르게 연결하는 모바일 플랫폼 품을 개발해서 운영하고 있고”

김윤지 대표는 베이비박스를 찾은 부모들의 공통점을 찾았습니다.

김윤지/사단법인 비투비 대표
“베이비박스를 2009년부터 2014년도까지 찾았던 부모들 500여 쌍 그러니까 1천여 명의 부모들의 데이터를 분석을 하는 일이었어요.”

“첫 번째는 주거가 불안정했고 그다음에 두 번째는 청년 빈곤 상태에 놓여 있었고 세 번째는 어떤 이유에서든 비혼 한부모가 된 경우. 혼인 신고로 맺어진 그런 부모 관계가 아닌 사이에서 낳은 아기의 경우에 베이비박스 행이 굉장히 잦았다는 걸 알 수 있었어요.”

결혼이라는 제도 밖에서 아기를 키우면 사회에서 배척당할 것이라는 두려움이 크게 작용했습니다.
베이비박스에서 다시 아기를 데려가는 열 명 중 세 명의 부모들에게도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김윤지/사단법인 비투비 대표
“부모들이 처한 여러 가지 사회 구조적인 문제 속에서 30%의 부모가 아기를 다시 데려갔다는 점이 저는 굉장히 큰 숫자라고 봤어요. 이 부모들도 아기를 키우고 싶고 아기를 키울 의지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문제 해결의 정말 결정적인 실마리라고 봤어요.”

산모들이 아기를 다시 데려가게 하는 결정적인 요인은 뭘까?

김윤지/사단법인 비투비 대표
“보통은 내가 도움을 청할 수 있는 한 사람, 나를 믿어주는 한 사람만 있어도 결정이 훨씬 더 많이 달라진다고 저는 생각해요. 원가족이 아니더라도 주변에서 이 아기를 다시 데려가서 키울 수 있는 그런 뭔가 울타리가 있다든지 조금이라도 그런 요소들이 도와주는 경우에 아무래도 아기를 데려가기 쉽겠죠.”

24살 김지혜 씨.

김지혜(가명,음성변조) / 24살 한부모
“어제 만들어 놨던 반찬이랑 만두 주려고요. 계란이랑.”

13개월 된 아기를
혼자 키우고 있습니다.

김지혜(가명,음성변조) / 24살 한부모
“진짜 효자인 것 같아요. 다 잘 먹어주고 딱히 막 크게 아팠던 적도 없고

”엄마라고 했을 때랑 그리고 뒤집기 했을 때랑 그리고 혼자 섰을 때 걸었을 때 다 그냥 기억에 남았던 것 같아요. 그 순간들이“

블과 1년여 전까지, 지혜 씨의 아기도 베이비박스에 있었습니다.

김지혜(가명,음성변조) / 24살 한부모
”낳고 나서 주사랑 공동체는 익명이 된다고 돼 있어서 그래서 거기에 연락을 했던 거라 혼자서 출산을 하고 바로 보내려고 생각하긴 했어요. 그때는 입양을 보내야 된다고 그렇게 마음을 먹고 생각을 하긴 한 상태였으니까.“

지금은 다시 아기와 살고 있는 지혜 씨.

하지만 지나온 시간들은 고통의 연속이었습니다.

“아기 아빠랑 이미 헤어진 상태였고 서로 같이 책임지고 해결해야 되니까 많이 이야기를 했는데 결국에는 혼자서 이렇게 책임지게 된 것 같아요.”

20대 초반, 가족에게조차 알릴 수 없는 임신이었습니다.

“갑자기 진통이 와서 집에서 하게 됐던 것 같아요, 출산을. 집에 그냥 있는 물로 하고 가위는 따로 그냥 씻어서 막 간단하게 그렇게 했던 것 같아요. 미리 배가 아픈 거 알고 있으니까 병원에 그때 사실 갈 수 있었긴 한데 그때도 솔직히 가면 부모님한테 연락 가야 되고.”

갓 낳은 아기를 안고 찾아갈 곳은 베이비박스밖에 없었습니다.

김지혜(가명,음성변조) / 24살 한부모
“혼자서 어떻게 아기를 키울 수 있냐 경제적으로 독립도 안 했는데 어떻게 키울 것이냐 그리고 요새 애기 혼자 키우는 사람이 많아졌다고 해도 인식은 그대로다. 그 시선을 감당할 수 있을까 그런 생각도 들었고 아기한테도 미안한 일이 것 같다고 생각이 들었던 것 같아요.”

마음을 굳게 먹고 아기를 두고 나왔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아기의 얼굴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습니다.

김지혜(가명,음성변조) / 24살 한부모
“내가 그래도 키우는 게 나중에 아기를 보내고 나서 한 후회보다 더 후회가 안 되지 않을까 약간 그런 생각이 들면서 결심이 서게 됐던 것 같아요.”

베이비박스의 도움도 마음을 바꾸는 계기가 됐습니다.

“상담하면서 거기서 지원받을 수 있는 거 나라에서 지원받을 수 있는 거 그런 그것도 다 하나하나 얘기해 주시고.”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누군가가 있어서 가능했습니다.

“어머니한테 (아기) 데리고 오고 나서 한 3일 뒤에 집에 오셔서 ‘아, 말해야 되는 순간이구나.’ 제가 어떻게 양육할지 계획 같은 거를 말씀드리고 얼마나 제 마음이 확고한지 설명을 계속 드렸고 자세하게 말씀을 꽤 오랜 시간 동안 드리고 나니까 그 뒤에 알겠다고 해주셨어요. 지금은 저보다 더 좋아하세요.”

하지만 언제까지 도움에 의존하면서 살 수는 없는 노릇.

김지혜(가명,음성변조) / 24살 한부모
“생활은 아기 부모 급여 그거랑 아동 수당 한부모 신청해사.. 아기가 커가면 커갈수록 지원금도 많이 줄어드니까.”

아이를 계속 키우기 위해 꼭 필요한 건 경제적 자립입니다.

김지혜(가명,음성변조) / 24살 한부모
“취업이 돼야 혼자서 아기랑 독립해서 살 수가 있으니까 그래서 우선은 취업이 제일 1순위로 그 생각을 하고 있고 취업이 되고 나서 집을 알아보려고 하고 있어요.”

서울의 한 가정집.

“일어나. 일어나, 나와.”

혼자서 두 아들을 키운다는 것.

박리현/ 47살, 한부모
“아침이 그냥 전쟁, 전쟁 같아요. 요즘 맨날 소리, 오늘은 좀 소리를 덜 지르는 거고 아침에 학교 가면 또 어떻게 해야 되나 싶을 정도로.”

엄마이자 가장 역할을 동시에 해내야 합니다.

[통화하는 박리현 씨]
“시간이 맞으면, 몇시부터죠, 원장님? 언제부터예요? 새 학기? 3월부터? 가능할 것 같아요, 그러면.”

박리현 씨는 보육교사 자격증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안정적인 일자리는 아직 구하지 못했습니다.

박리현/ 47살, 한부모
연장반 선생님을 구하는데 해주실 수 있냐고 저 같은 경우도 시간이 오후 3시 반부터 7시 반 정도면은 저도 어느 정도는 그 시간대는 가능할 것 같더라고요.

한국가온한부모복지협회/ 서울시 성동구

5년 전 한부모단체를 만든 리현 씨.
아이를 홀로 키우는 부모에게 가장 필요한 건 경제적 자립입니다.

박리현/한국가온한부모복지협회 대표
“자격증에 관련해서는 다 가지고 계시지만 미용사, (요양보호사) 바리스타 다 이런 종류를 정부 지원을 통해서 다 가지고 계시지만 혼자서 아이를 키우는 분들의 양육이나 이런 환경에 대해서 근무 시간이나 이런 것들에 대해서 아직 배려되는 부분들은 전혀 없잖아요.”

“아이가 아프거나 했을 때는 본인이 다시 일을 그만두셔야 되는 이런 반복되는 상황들이 있다 보니까 대부분 안정적이지가 못해요.”

미성년 자녀를 키우는 한부모 가족의 절반은 정부 지원을 받는 저소득층입니다.
아동빈곤율도 양부모 가족 보다 4배 이상 높습니다.

박리현/한국가온한부모복지협회 대표
“매달 나오는 수급비 가지고 아이들하고의 그냥 기본적인 생활만 할 수 있는 게 딱 그 정부 지원인 거예요. 그러다 보니까 당연히 경제적인 빈곤이라는 것들이 계속 쌓여가는 거고.”

독일 베를린시

“안녕, 아가 일어났니? 더 자고 싶어? 자 이제 됐다.”

“저는 율리아, 22세이고 제 아들 토비아스는 17개월입니다.”

아이 아빠는 태어날 때부터 곁에 없었습니다.

율리아/22살, 한부모
“아이의 아빠는 처음에 딱히 아이에게 관심이 없었어요. 결국에는 보고 싶지 않아 해서 간단히 말해 이런 상황이 된 겁니다.”

아이를 혼자 키우기로 결심하는 데 주저함은 없었습니다.

율리아/22살, 한부모
“양육비를 187유로 받습니다. 그리고 실업급여를 포함해 총 500~640유로 정도를 받죠. 아동수당은 250유로 정도입니다. 거기다 관청에서 집세를 부담해줍니다. 그러면 약 1,500~1,600유로(230만 원)를 받겠네요.”

“(제작진: 생활을 유지하기에 충분한가요?) 전반적으로 그래요.“

아기가 있으면 결혼 여부와 상관없이 생활하는 데 필요한 다양한 지원을 받을 수 있습니다.

레니 브라이마이어/독일 연방의회 사회민주당 가족정책 대변인
“부모가 결혼했는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모두에게 같은 지원이 제공됩니다. 자녀 1인당 월 250유로의 아동수당이 있습니다. 자녀가 성인인 18세가 될 때까지 지급됩니다. 그리고 특히 가난한 가정을 위한 아동 보조금도 있습니다.”

율리아 씨는 아이를 혼자 키우면서 정규직 취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율리아/22살, 한부모
“아이가 탁아소를 다니는 동안은 반나절만 일하길 바라고 나중에는 다시 정규직이 되길 원합니다. 호텔리어나 리셉션 분야에서 일하고 싶어요.”

일과 양육을 동시에 가능하도록 하는 지원 덕분입니다.

다니엘라 야스퍼스/독일 한부모협회장
“아이를 키우면서 동시에 직업 교육을 받을 수 있는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독일에는 그런 기회가 있습니다. 직장을 다니다가 육아 휴직을 한 경우 복직할 권리가 있습니다. 비슷한 직종의 시간제 일자리를 가질 수도 있죠.”

결혼 여부와 상관없이 아이를 안심하고 키울 수 있는 환경은 출산율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다니엘라 야스퍼스/독일 한부모협회장
“독일의 출산율은 여성 한 명당 1.53명입니다. 그리고 미혼으로 아이를 낳는 여성의 출산 비율은 34%입니다.”

결혼하지 않고 아이를 낳는 여성의 비율이 2.5%인 한국과는 많이 다릅니다.

무엇이 이런 차이를 만들었을까.

율리아/22살, 한부모
“독일에는 배우자 없이 혼자 아이를 키우는 경우가 흔합니다. 젊을수록 그런 경향이 강하죠. 한부모로서 저는 어려움을 느낀 적이 없습니다. (사회 구성원으로 온전히 인정을 받는다는 뜻이군요?) 네, 그렇습니다.”

중요한 건 한부모 가족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입니다.

레니 브라이마이어/독일 연방의회 사회민주당 가족정책 대변인
“제가 어렸을 때는 미혼모나 미혼부라는 것이 큰 수치였어요. 하지만 이런 인식은 지난 수십 년간 완전히 사라졌어요. 제 사무실에도 홀로 아이를 키우는 직원이 두 명 있는데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아요. 사람들이 미혼모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은 전혀 없습니다. 예전에는 그랬던 적이 있었고 여성들에게 정말 불리했죠. 이제 그런 시대는 끝났습니다.”

주사랑공동체 베이비박스/서울 신림동, 지난달

“장식이 올라가면 아기한테 안 보여요. 조금 더 내려 주세요.”

베이비박스에서 백 일을 맞은 아기.
입양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Eff
“내가 오늘 백일이다! 고개 들어주세요~”

아이의 백일 잔치에 엄마는 오지 않았습니다.

“갑니다~ (사진 찍어주세요~) 하나 둘 셋, 아이 예뻐~”

아기 옆에 앉은 한 의사.
베이비박스를 후원하며 건강검진 봉사를 하러 오는 이재현 교수입니다.

이재현 /용인세브란스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오늘 마침 시간이 돼서 갑작스럽게 저는 방문을 했는데 100일 잔치라고 해서 함께 오늘 축하해 줬습니다.”

이재현 교수는
이곳에 올 때마다
아픈 사건이 하나 떠오릅니다.

이재현 /용인세브란스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제가 사실 얼굴 드러내놓고 이 얘기하는 게 처음인데요. 제가 있는 병원에서 꽤 멀리에서 오신 응급실로 온 환자분이었어요. 처음에는 배가 아프다고 오셨는데 본인이 임신한 사실을 모르고 병원에 방문하셔서 검사해 보니까 임신 상태였고 산부인과 교수님이 급하게 내려가서.”

뜻하지 않은 임신이었습니다.
산모는 이 교수의 도움으로 병원에서 아기를 무사히 낳았습니다.
하지만 그 다음이 문제였습니다.

이재현 /용인세브란스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베이비박스라는 곳도 있다. 제가 거기에 연이 있으니까 필요하면 도움을 드릴 수 있도록 연락처를 드릴 수 있다고 설명드렸는데 본인이 꼭 잘 키우시겠다고 장담을 하셨어요.”

그런데 어느날 경찰이 교수를 찾아왔습니다.
그리고 뜻밖의 소식을 전했습니다.

이재현 /용인세브란스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사실은 잊고 지냈죠. 잘 키우시겠다고 약속하고 가셨으니까.”

KBS뉴스 2024.2.9.
태어난 지 20여 일 된 아기를 차 트렁크에 넣어 숨지게 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를 받는 부모에 대해 경찰이 구속영장을 신청했습니다.

잘 키우겠다던 아기는 제부도 풀숲에서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이재현 /용인세브란스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차라리 도와드릴 수 있다고 할 때 도움을 요청하셨으면 이 아이가 되게 예쁜 아이였는데 정말 마음이 아프고 화가 정말 많이 나더라고요.”

2010년부터 2014년까지 병원에서 태어났지만 출생 신고가 되지 않은 아이는 9천 603명.

이 가운데 27%는 생사 확인이 되지 않고 있습니다.

또 한 명의 아기가 베이비박스에 들어왔습니다.

역시 출생 신고가 되지 않았습니다.

출생 신고가 되지 않으면 입양조차 보낼 수 없습니다.

보육사
"어젯밤에 들어온 아기는 엄마의 피치 못할 사정으로 출생 신고를 할 수 없기 때문에 아기를 데리고 병원으로 가서 진료를 받은 다음에 서울에 있는 아동복지센터로 이동하는 거죠."

어느 가족에게도 당장 보낼 수 없는 아이들이 아동복지센터에 맡겨집니다.
언젠가 아기를 찾으러 올지 모를 부모를 위해 유전자를 채취해 놓습니다.

"혹여라도 나중에 부모님들이 아기를 찾을 수 있거든요. 그리고 종종 그런 경우가 있어요. 시설로 나가는 모든 아기들은 다 유전자 검사를 받아요. 꼭 만나야 되니까 그러기를 기대하는 거죠."

뜻하지 않은 출산
태어나자마자 부모로부터 버려지는 아기들.
아기를 맡기고 돌아서야 하는 엄마의 마음은 수 없이 흔들립니다.
혼자서 아이를 키워야 한다는 막막함. 경제적 결핍.
따가운 사람들의 시선이 아이를 직접 키우려는 마음을 주저하게 만듭니다.

황민숙/베이비박스 센터장
"혼자 키워도 아무 문제가 안 되고 이런다면 엄마들이 굳이 여기 찾아올까요? 그렇지 않죠."

또 한 명의 아기가 베이비박스에 들어왔습니다.

“베이비박스인데, 여아 한 명 보호되어 있습니다.”

(기도하는 상담사) “생명을 지킬 수 있도록 인도하여 주심을 감사드립니다.”

역시 출생 신고가 되지 않았습니다.
출생 신고가 되지 않으면 입양조차 보낼 수 없습니다.

이혜석/베이비박스 상담사
“어젯밤에 들어온 아기는 엄마의 피치 못할 사정으로 출생 신고를 할 수 없기 때문에 아기를 데리고 병원으로 가서 진료를 받은 다음에 서울에 있는 아동복지센터로 이동하는 거죠.”

어느 가족에게도 당장 보낼 수 없는 아이들이 아동복지센터에 맡겨집니다.
언젠가 아기를 찾으러 올지 모를 부모를 위해 유전자를 채취해 놓습니다.

이혜석/베이비박스 상담사
“혹여라도 나중에 부모님들이 아기를 찾을 수 있거든요. 그리고 종종 그런 경우가 있어요. 시설로 나가는 모든 아기들은 다 유전자 검사를 받아요. 꼭 만나야 되니까 그러기를 기대하는 거죠.”

뜻하지 않은 출산,
태어나자마자 부모로부터 버려지는 아기들.
아기를 맡기고 돌아서야 하는 엄마의 마음은 수 없이 흔들립니다.

혼자서 아이를 키워야 한다는 막막함. 경제적 결핍. 따가운 사람들의 시선이
아이를 직접 키우려는 마음을 주저하게 만듭니다.

황민숙/베이비박스 센터장
“혼자 키워도 아무 문제가 안 되고 이런다면 엄마들이 굳이 여기 찾아올까요? 그렇지 않죠."

취재: 차주하 서재희
촬영: 이수민 조선기 강우용 고영민
편집: 이기승
그래픽: 장수현
리서처: 김경찬 김보현
조연출: 유화영 김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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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희 기자 (seoj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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