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만 명 만난 ‘K-팝 퀸’ 아이유…‘승리의 여신’의 과도기? [고승희의 리와인드]

2024. 3. 10. 2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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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6개월 만에 연 서울 공연
케이스포돔 4회 공연 6만 관객 만나
18개 도시 월드투어 후 상암구장 입성
아이유 서울 공연 [EDAM엔터테인먼트 제공]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누군가에겐 삶, 누군가에겐 좌절, 누구나에겐 굶주림, 또 누군가에겐 축복, 또 누군가에겐 결핍, 어쩌면 쉼.”

나지막한 목소리로 삶의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주며 아이유의 날이 시작됐다. “고소공포 하나도 안 무섭다”(‘홀씨’ 가사 중)는 그는 자신의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상공의 리프트를 타고 내려와 360도로 회전하며 ‘홀씨’를 불렀다.

아이유는 지난 2일을 시작으로 3, 9, 10일까지 서울 잠실 케이스포돔에서 ‘2024 아이유 허 월드투어 콘서트(2024IU H. E. R. WORLD TOUR CONCERT)’를 열고 6만 명의 관객과 만났다. 이번 콘서트는 2022년 여성 솔로 가수 최초로 잠실 올림픽 주경기장에서 열린 ‘더 골든아워 : 오렌지 태양 아래’ 이후 1년 6개월 만이다.

아이유의 케이스포 돔 공연은 그 어느 때보다 솔로 아티스트 아이유의 면모와 위상을 볼 수 있는 공연이었다. 이번 콘서트는 지난 ‘러브 포엠’ 공연(2019년) 당시 선보였던 중앙의 원형 무대를 다시 한 번 가져왔다. 24곡을 부르는 내내 큰 원형 무대를 혼자 채운 아이유는 회당 1만 5000여명의 시선과 함성을 한 몸에 받았다.

아이유는 “이 원형 무대에서 사방으로 터져나오는 함성을 듣다 보면 쾌감이 굉장하다. 순간적으로 귀가 마비가 된 것 같다”며 벅찬 소감으로 약 4시간 동안 유애나(아이유 팬덤)와 함께 했다.

아이유 서울 공연 [EDAM엔터테인먼트 제공]
여왕의 귀환…‘고마워’ 외치는 유애나

명실상부 ‘K-팝 여왕’의 귀환이었다. 종종 가요계 관계자들이 진지하게 툭 던지는 한 마디가 있다. 아이유는 다른 모든 것을 떠나 “음악 하나로 정상까지 간 아티스트”라는 이야기다. 서울 공연의 대미를 장식하는 이날 콘서트는 아이유의 역사를 만나는 자리였다.

‘홀씨’로 문을 연 뒤, 난데없이 시간을 거슬러 2017년 ‘팔레트’ 앨범에 수록된 ‘잼잼’으로 향하더니, 다시 2021년 발매한 ‘라일락’ 앨범에 수록된 ‘어푸’로 돌아왔다. 기존 히트곡 사이로 새 앨범 ‘더 위닝(The Winning)’에 수록된 다섯 곡이 속속 스며들자, 아이유의 음악 변천사가 한 눈에 들어온 공연이기도 했다.

아이유의 지난 16년은 ‘증명의 시간’이었다. 10대의 소녀가수에서 음원퀸, 한국 대중음악을 상징하는 최고의 여성 싱어송라이터가 되기까지 보내온 시간이다.

열다섯 살에 내놓은 첫 앨범 ‘미아’는 금세 길을 잃었지만 이듬해 ‘부(Boo)’와 ‘마시멜로’의 흥행했고, 희대의 3단 고음 신드롬을 몰고 온 ‘좋은 날’(2010)에 이어 ‘너랑 나’(2011)까지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며 아이유는 명실상부 국민 여동생으로 떠올랐다. 이후 그는 승승장구였다. 2012년 싱글 2집 ’스무살의 봄‘에 수록된 ‘복숭아’로 화려한 성인식을 치렀고, 2013년 ’분홍신‘, 2015년 ‘스물셋’, 2018년 ‘삐삐’, 2021년 ‘조각집’에 내는 동안 세대를 초월해 대중성과 음악성을 두루 잡은 가수로 자리매김했다.

아이유 서울 공연 [EDAM엔터테인먼트 제공]

특히 2014년 발매한 리메이크 앨범 ‘꽃갈피’는 국민 대통합의 열풍을 몰고 왔다. 이날 공연에서도 ‘너의 의미’가 시작되자, 여성 팬들의 사랑스러운 음성과 남성 팬들의 묵직한 음성이 어우러져 꾸미지 않아도 아름다운 조화가 완성됐다. ‘금요일에 만나요’에서 “이번주 금요일”을 부를 땐 케이스포돔이 떠나갈 듯한 순간이 만들어졌고, 첫 소절만 듣고도 기가 막히게 알아 차린 ‘너랑 나’의 떼창과 응원구호의 데시벨에선 명실상부 K-팝 퀸의 현재를 보여줬다.

4번의 공연에선 화려한 게스트도 있었다. 뉴진스로 시작해 르세라핌, 라이즈로 이어진 아이유 콘서트의 대미를 장식한 게스트는 배우 박보검이었다. 넷플릭스 드라마 ‘폭삭 삭았수다’를 촬영하며 ‘짱친’이 됐다며 “제 친구 박보검입니다”라며 소개한 아이유는 박보검에게 무대를 맡기도 내려갔다. 이날 박보검은 ‘별 보러 가자’, ‘봄, 사랑, 벚꽃 말고’를 부르며 유애나와 호흡을 맞췄고, “지금까지 아이유 친구 박보검이었다. 반짝반짝 빛나는 하루 되시길 바라겠다”며 무대를 떠났다.

아이유 서울 공연 [EDAM엔터테인먼트 제공]

응원의 메시지를 꾹꾹 새긴 ‘러브 윈즈 올’을 지나 다시 ‘스물셋’의 어느 날로 향한 아이유는 다 끝이 난 줄 알았던 콘서트를 다시 시작했다. 앙코르를 대신해 ‘고마워’라고 외치는 팬들의 함성이 잦아들기도 전에 아이유는 다시 나와 ‘위닝’에 수록, 뉴진스 혜인과 패티김이 함께 한 ‘Shh...’를 불렀다. 노래 이후 장난처럼 “제가 이렇게 앙코르 나오는 날이 많지 않은데”라고 했지만, 사실 아이유는 앙코르의 여왕이다. 그의 공연은 앙코르로 인해 끝날 때까지 끝난게 아니다. 심지어 이날 공연에선 현장에서 즉석에서 받은 팬들의 신청곡을 앙코르로 불러주기도 했다.

아이유는 “전 세계 어디를 가도 ‘고마워’라고 앙코르를 외치는 관객은 없을 거다”라며 “여러분이 저한테 뭐가 고맙냐. 고마울 거 없다”며 도리어 고마움을 전했다.

아이유는 가수들의 가수였고, 스타들의 스타였다. 4번의 콘서트엔 남자친구 이종석을 비롯해 뮤직비디오에 출연했던 탕웨이, 국민MC 유재석, 박명수, 양세찬, 에스파 윈터, 걸그룹 있지도 다녀갔다.

이날 공연장에서 만난 이동현(34) 씨는 “아이유는 시간의 흐름에 맞춰 자신의 이야기를 노래로 담아 부르며 그 안에 청춘의 메시지를 새기는 대한민국에서 흔치 않은 여성 싱어송라이터라고 생각한다”며 “비슷한 또래이다 보니 아이유의 노래를 듣다 보면 내가 지나온 삶을 돌아보고 기억하게 한다”고 말했다.

아이유 서울 공연 [EDAM엔터테인먼트 제공]
‘승리의 여신’이 내놓은 30대 첫 앨범은 과도기?

“난 나의 너를 믿어 (중략) 너만의 승리를 이뤄”(‘관객이 될게’)라고 소원하고, “세상 모든 것을 다 가져보자”(‘러브 윈즈 올’)며 바람을 타고 하늘 끝까지 날아오른 ‘홀씨’가 돼 무심히 저 아래를 내려다본다.

아이유는 내내 ’승리의 여신‘이었다. 데뷔 후 다소 짧은 무명의 시기를 보냈지만, 통기타를 치며 노래하고 사랑스러운 몸짓으로 ‘마시멜로’를 부르던 소녀 가수는 금세 국민 여동생이 됐다.

아이유 성공의 일등공신은 음악이다. 작은 체구에서 뿜어나온 폭발적인 가창력, 그러면서도 음표 사이를 촘촘히 메우는 서정적인 감성, 그 음악을 만들어내는 진지하고 성숙한 태도와 가치관은 아이유를 지금의 자리에 올려놨다.

그의 지난 시간을 돌아보면 이번 앨범 ‘더 위닝’은 독특한 지점에 있다. 2021년 ‘조각집’ 이후 2년 2개월 만에 발매한 이번 앨범은 아이유가 직접 프로듀싱했고, 그가 전곡 작사에 참여했다. 작곡에는 아이유와 호흡을 맞춰온 이종훈 이채규가 참여했다. 장르도 다양하고 메시지도 분명하며, 패티김부터 뉴진스의 혜인까지 피처링 군단도 화려하다.

아이유 서울 공연 [EDAM엔터테인먼트 제공]

사실 이번 앨범은 공개 전부터 성소수자 지지 표어를 사용한 제목 논란, 뮤직비디오 속 장애 비하 논란 등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물론 아이유가 앨범을 낼 때 논란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2015년 첫 프로듀싱을 맡았던 앨범 ‘팔레트’ 속 ‘스물셋’과 ‘제제’를 둘러싸고 소아 성애 논란과 이로 인한 악의적 비난도 있었다. 그 때마다 아이유는 음악으로 증명했고 분명히 해냈다. 그의 메시지는 진실했고, 마음을 담은 음악은 대중에게 가닿았다. 유애나가 아이유의 팬이라는 것을 자랑스러워하는 이유다.

다만 집요하게 승리의 메시지를 담은 이번 앨범이 아티스트 아이유에게 어떤 승리를 가져다 줬는지는 의문이다. 이번 앨범 역시 약 한 달 간 주요 음원 차트에서 1위를 지키긴 했지만, 아이유의 그간 성적표에 비한다면 아쉬운 수치가 아닐 수 없다. 전문가들은 “독특한 시도가 눈에 띄지 않는 음악적으로 아쉬운 작품”(김도헌 평론가)이라고 의견을 모은다.

정민재 대중음악평론가는 “이번 아이유의 앨범은 다양한 장르를 채워 나름대로의 실험과 시도가 있었으나 곡 하나하나의 흡인력은 다소 떨어진다”며 “모든 곡이 차트 톱10에 이름을 올렸으나 아이유의 기준에선 실패다. 이전 곡들 만큼 소구되지 않고, 명백하게 전작보다 감기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임희윤 대중음악평론가도 “입체적이고 싶었지만 평평해진 노래들로 채워진 총제적 난국의 앨범”이라며 “’러브 윈즈 올‘은 음악적으로 상당히 좋은 곡이나 영화 ’트와일라잇‘에 나온 싸우전드 이얼스의 곡과 유사한 부분이 있어 아쉽다. 이 곡을 제외하면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이 없는 앨범”이라고 했다.

아이유 서울 공연 [EDAM엔터테인먼트 제공]

누구보다 찬란한 10대와 20대를 보내고, 그 시간을 모두 더한 날보다 더 큰 영광의 시간을 보낸 30대의 시작. 아이유의 이번 콘서트는 그 집대성이자, 30대 아이유의 새로운 날들을 향한 응원이었다.

이제 아이유는 다시 시작한다. 김도헌 대중음악평론가는 “이번 앨범과 활동은 30대에 접어든 아이유의 창작 활동의 의지를 보여주는 작품이다”라며 “10대, 20대에 비현실적인 커리어를 쌓아온 아이유에게 자넌 10여년의 성공 이후 과도기가 찾아온 것이 아닌가 싶지만, 이 이후의 아이유의 달라진 모습도 기대가 된다”고 말했다.

서울 공연을 마친 아이유는 월드 투어를 시작한다. 요코하마, 타이베이, 북미 6개 도시(뉴어크, 애틀랜타, 워싱턴 D.C, 로즈몬드, 오클랜드, 로스앤젤레스), 자카르타 드 총 18개 도시에서 진행되는 투어 일정도 이미 전석 매진을 기록했다.

아이유는 “30대에 끊임없이 도전한다”며 “일흔 한 살까지 체조경기장을 꽉 채우는 할머니가 되고 싶다”고 했다. 월드투어를 마치고 돌아오면 오는 9월 21~22일 양일간 상암월드컵경기장에 입성해 한국 관객과 다시 만난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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