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나가던 학교 매점…애들 줄어 재미없네

이윤희 2024. 3. 10. 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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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싸구려 피자빵과 밍밍한 스무디 한 잔' 특별한 맛은 아니었지만 한창 자라는 십대에겐 이보다 반가울 수 없는 간식이자 갑갑한 교실을 벗어날 수 있는 잠깐의 여유였다. 학창시절 추억 중에서도 여간해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매점의 기억이다.

쉬는 시간 동안 교실을 뛰쳐나온 아이들이 줄을 서서 간식과 학용품을 사던 교내 매점은 오랫동안 수익성이 높은 사업이었다. 사립 학교의 경우 재단 관계자의 친인척들이 차지한다고 할만큼 매점 운영권의 인기는 높았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 당시 원격수업 전환을 분기점으로 교내 매점 수요는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최근엔 공매로 나온 매점들이 임차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 학령인구의 지속적 감소로 향후 전망도 밝지 않다는 목소리도 크다.

10일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의 공매 포털 사이트 온비드에 따르면, 서울 중구의 남자고등학교인 환일고의 운화관1층 매점의 임대 공매는 올해 2차례나 유찰됐다. 임대 공매는 소유권이 아닌 임대하는 권리만을 공매한다.

전용 면적 54.88㎡의 이 매점을 이용하는 학생 수는 중학교 12학급과 27학급으로 586명이고 교직원 수는 114명이다. 연간 수업일수는 191일이다. 이 임대물건은 지난달 온비드 사이트에 임대기간 1년에 최저입찰가 5449만8000원에 나왔지만 낙찰자가 없어 이달 재공고입찰했고 이달 7일 다시 유찰됐다.

수익률 대비 사용료가 높은 것이 연이은 유찰의 원인으로 보인다. 서울시 교육청이 공개한 2019년 하반기 공립학교 매점 등 운영 현황에 따르면 서울 시내 중고등학교 매점(학생수 500명대)의 월매출액은 120만~450만원 수준이다. 사용료만큼의 수익도 거두기 어려운 형편이란 말이다.

과거 학교 매점은 공매 경쟁률이 높은 인기 높은 투자처였다. 학교 내에 위치해 일정 수준 이상의 고객 수가 유지될 수 있어 안정적인 수입이 보장되는 데다 운영이 크게 어렵지 않고 주중 영업시간도 짧고 주말과 심야에는 쉴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온비드에서 거래되는 임대물건은 공공기관이 직접 임대하므로 계약기간 동안 안정적인 운영이 가능하고, 권리금이 없어 초기 자본이 적게 든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특히 가정주부 등 초보 창업자들의 관심이 컸다.

하지만 '어린이 식생활 안전관리 특별법' 강화로 매점의 역할이 줄어들게 되면서 빠르게 인기는 식었다. 지난 2018년 9월부터 학교 내 매점·자판기 등에서 커피 포함 고카페인 함유 식품 판매가 전면 금지됐다. 컵라면과 부정·불량식품, 탄산음료 등 식약청에서 고시한 고열량, 저영양 상품 등도 판매할 수 없고 자동판매기를 설치 운영 할 수도 없다. 학생들은 학교 인근의 무인 과자 할인점이나 편의점을 매점 대용으로 이용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2020년 코로나19 확산세로 학생들의 온라인 수업 전환이 가속화 되면서 전국의 학교 매점들은 문을 닫아야했다. 이후에도 매점 사업의 전망은 어둡다. 가장 큰 우려는 저출산으로 학생수가 지속적으로 줄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 초등학교 입학생 수가 사상 처음으로 30만명대로 떨어지는 등 그 추세는 더욱 가팔라졌다. 교사 채용 감소와 학교 통폐합 등으로 매점의 매출액은 감소할 수 밖에 없다는 말이다.

경매업계 관계자는 "학교 매점의 경우 소규모 자본으로 창업에 도전하는 사람들이 공매 사이트에서 최고가 입찰방법으로 운영권을 따내는데, 사전에 면밀히 사용료와 부대비용, 매출 감소 등을 고려하지 않으면 무조건 적자"라면서 "임대 공매는 무엇보다 수익률을 가장 우선으로 삼아야 한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입찰 전 낙찰 금액을 기준으로 학급 수나 학생 수, 운영 상의 문제점, 주변 편의점 현황 등을 파악하고 입찰에 뛰어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업계 관계자는 "온비드 입찰의 경우 온라인으로 이뤄져 투명한 공개가 장점이나 입찰서는 취소나 변경할 수 없다. 경매와 달리 최고가 낙찰로 입찰을 취소하고 싶어도 보증금을 반환해 주지 않는다는 점도 주의해야 한다"고 전했다.이윤희기자 stel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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