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컨 될 운명서 백만불짜리 화가 된 피그카소, 8년 삶 마침표

조해영 기자 2024. 3. 10.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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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 가까이 예술가로 활동하면서 작품을 팔아 100만달러(약13억2천만원) 이상을 벌어들였던 돼지 화가 '피그카소'(pigcasso)가 사망했다.

피그카소는 돼지를 뜻하는 영어 단어 '피그'(pig)와 스페인 화가 '피카소'(Picasso)를 합친 말로, 그는 어렸을 때 공장식 농장에서 구출된 뒤 지금껏 작품 활동을 해왔다.

생전 피그카소의 작품 판매 모금액은 100만달러가 넘는데, 이는 팜생츄어리에스에이 등 동물 관련 단체의 운영비로 사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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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남아공서 숨져
피그카소와 그의 작품 가운데 가장 고가에 팔린 ‘야생과 자유’. 피그카소 누리집 갈무리

8년 가까이 예술가로 활동하면서 작품을 팔아 100만달러(약13억2천만원) 이상을 벌어들였던 돼지 화가 ‘피그카소’(pigcasso)가 사망했다.

미국 뉴욕포스트 등 외신을 보면, 피그카소는 지난 6일(현지시각)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8살의 나이로 숨졌다. 피그카소는 돼지를 뜻하는 영어 단어 ‘피그’(pig)와 스페인 화가 ‘피카소’(Picasso)를 합친 말로, 그는 어렸을 때 공장식 농장에서 구출된 뒤 지금껏 작품 활동을 해왔다.

2016년 공장식 농장에서 태어난 피그카소는 생후 4주 차였던 그해 5월 도축장에서 동물보호단체 팜생츄어리에스에이(SA)에 극적으로 구조됐다. 이 단체 운영자이자 그가 숨질 때까지 같이 생활한 조앤 레프슨은 “피그카소는 베이컨이 될 운명이었지만 구조됐고, 그의 재능을 통해 수백만 명의 사람으로 하여금 먹는 것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구조된 돼지 한 마리에 지나지 않았던 피그카소가 예술가로 거듭난 것은, ‘붓’에 대한 그의 애착을 눈여겨본 레프슨 덕분이었다. 구조 직후 피그카소는 우리에 있던 물건들을 부쉈지만 붓만은 멀쩡했다. 그가 붓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 레프슨은 피그카소의 입에 붓을 물려 하얀 캔버스 앞에 서게 했다. 피그카소는 2016년 말부터 명성을 얻었고, 2018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수도인 케이프타운에서 개인 전시회를 열었으며 2019년에는 스위스의 유명 시계 브랜드 ‘스와치’와 협업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추상화 거장인 피카소와 유사한 화풍으로 피그카소란 이름을 얻었다. 세계적인 영장류학자 제인 구달도 피그카소를 만난 적이 있다.

그의 작품 가운데 하나인 ‘야생과 자유’는 2021년 비인간동물이 만든 작품 가운데 가장 비싼 가격인 2만파운드(약 3100만원·당시 환율 기준)에 팔렸다. 생전 피그카소의 작품 판매 모금액은 100만달러가 넘는데, 이는 팜생츄어리에스에이 등 동물 관련 단체의 운영비로 사용됐다.

피그카소가 작품을 그리는 모습. 구호단체 누리집 갈무리
피그카소와 그의 작품 ‘평화’. 피그카소 누리집 갈무리

자연에서 돼지의 수명은 10~15년으로 알려졌지만 피그카소는 이보다 짧은 8년을 살았다. 이는 피그카소가 공장에서 도축용으로 태어나 길러졌던 영향으로 추정된다. 그는 여러 해 동안 관절염 증상이 있었고 지난해 9월부터는 몸 상태가 많이 나빠진 것으로 전해졌다. 레프슨은 “관절염으로 척추가 안 좋아지면서 피그카소는 양쪽 뒷다리를 절기 시작했다. 이는 오늘날 공장식 농장에서 행해지는 유전자 조작과 관련이 있다”고 주장했다.

피그카소가 남긴 마지막 작품의 이름은 ‘기립박수’다. 레프슨은 “(피그카소의 죽음을) 애도하기보다는 그의 삶과 그가 남긴 것을 축하하고 싶다”며 “영원히 다른 동물들에게 영향력을 미칠 그의 재능에 박수를 보낸다”고 말했다.

조해영 기자 hy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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