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 되찾고 합리적 해법 도출해야”…‘시국선언’에 병원 교수·전문의 등 수천명 연대 서명

김향미 기자 2024. 3. 10.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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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의사 수 증원 정책 결정 과정 적절치 않아”
전공의 집단 사직 여파로 환자 수가 급감함에 따라 상급종합병원 중 서울대학교병원과 서울아산병원이 간호사와 연구직, 사무직 등의 무급 휴가를 추진하고 있는 6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입원 수속 창구가 한산하다. 문재원 기자

의대 증원을 둘러싼 정부와 의료계 간 ‘강 대 강’ 대치가 이어지고, 의료공백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일부 교수와 전문의들이 시국선언을 발표하고 동료들에게 연대 서명을 요청했다.

10일 의료계에 따르면 서울아산병원·세브란스병원·이대서울병원 등 8개 병원 교수와 전문의 16명이 제안한 ‘의료붕괴를 경고하는 시국선언’에 수천명의 동료 교수들이 연대 서명했다. 이들은 시국선언문에서 “현재 정부의 일방적인 의료 정책 추진은 대한민국의 우수한 의료체계를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며 “우리는 최일선에서 환자를 돌보는 의사로서 빠른 시일 내에 이 사태가 종식되지 않을 경우 전국민의 생명과 건강이 심각히 위협받을 것임을 깊이 우려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지난 20년 동안 의료계가 필수의료의 쇠퇴와 그에 대한 근본적 해결 방안을 지속적으로 강조했음에도 정부는 이러한 경고를 무시했다”며 정부가 책임을 다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또 선언에는 정부가 필수의료 현장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이들을 위한 정책을 만들 것, 의대 정원을 포함한 정책에 대해 열린 자세로 논의할 것 등을 요구하는 내용이 담겼다. “정부는 전공의들을 향한 위압적 발언과 위협을 중단하라”고도 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모든 이해관계자는 이성을 되찾고 정부와 의료계 대표는 함께 허심탄회하게 합리적 방안을 논의해 해법을 도출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환자를 위해 현장에서 사력을 다하며 매일을 버티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이미 한계에 다다르고 있으며, 최악의 의료 파국이 임박하고 있음을 강력히 경고한다”고 했다.

이들은 전국의 수련병원 교수·전문의들에게 “모든 의사 구성원이 단합하여 현재의 위기 극복에 동참하기를 바란다”며 온라인 사이트 서명을 통한 연대를 호소했다.

전공의들을 향해서는 “선배로서 혹은 스승으로서 정부의 잘못된 정책에 적극적으로 항거하지 못했다”며 사과했다. 또 “정부가 제시한 ‘의대정원 증원 및 필수의료패키지’ 정책 추진에 대해 여러분이 느끼는 분노와 좌절은 우리의 심정과도 다르지 않다”며 “상황의 빠른 해결이 절실한 과제임을 잘 알고 있고 있으며 이를 위해 우리에게 주어진 역할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시민들을 향해서는 “기성세대로서 의료계의 현재 모습에 책임을 가지고 있다. 현재의 의료혼란을 초래한 책임은 전공의가 아닌 우리를 비롯한 기성세대를 향해야 함이 마땅하다”라고 적었다. 그러면서 “의사들에 대해 느끼셨던 실망감을 이해하며, 동시에 상황을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바라보아 주실 것을 부탁드린다”고 했다.

정부 정책에 관해선 “의사 수 증원 정책 결정 과정이 적절하지 않았다”며 2000명 대규모 증원 근거가 부족하다고 했다. ‘필수의료 패키지’에 대해서도 구체적 실행방안이 없고 개원면허, 진료 적합성 검증, 비급여 관리 등은 필수의료 살리기와 별로 관계가 없다고 했다.

이 시국선언은 11일 오전 7시 기준 6482명(교수·전문의 4196명, 의원·병원 의료진 2286명)이 연대 서명했다.

지난 10일 오전 11시32분 최초 송고한 이 기사는 11일 오후 2시15분 업데이트 되었습니다.

김향미 기자 sokh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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