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0 격전지 르포] 전주을, 현역의원 2명에 검사장 '격돌'

정경재 2024. 3. 10.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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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 이성윤, 국힘 정운천, 진보 강성희…'지역발전' vs '정권심판'
전주을 출마 후보들 (전주=연합뉴스) 정경재 기자 =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이성윤·국민의힘 정운천·진보당 강성희 후보.

(전주=연합뉴스) 정경재 기자 = 전북 전주시을은 퍽 특이한 선거구다. 더불어민주당이 절대 강세인 전북지역에서 최근 보수정당과 다른 진보정당 후보에게 국회의원 배지를 한 번씩 달아준 곳이다.

전주을은 도청과 교육청·경찰청·선관위·세관 등 관공서가 밀집해 있고, 효자동 서부신시가지를 중심으로 대규모 상가가 조성돼 전북에서는 가장 번화한 곳으로 꼽힌다.

그만큼 시민들의 소득 수준도 상대적으로 높고 밀집한 학원가만큼이나 교육열이 뜨거운 지역 중 하나다.

이와 함께 서신동과 삼천동, 서곡지구 등은 개발된 지 20년이 지나 주민들의 개발 열망이 큰 편이다.

전주 시내 마지막 노른자위 땅으로 불리는 미개발 부지인 옛 대한방직 터(23만여㎡·7만평) 또한 이 선거구에 자리 잡고 있다.

제22대 국회의원선거를 앞두고 각 정당은 가장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한 후보를 이곳에 내세웠다.

국민의힘에서는 정운천(비례대표) 의원이, 민주당에서는 이성윤 전 서울고검장이, 진보당에서는 이 지역 현역의원인 강성희 의원이 각각 출사표를 던졌다.

어느덧 한 달 앞으로 다가온 총선을 앞두고 표심 훑기에 한창인 세 후보와 동행하며 전주을 민심의 향배를 가늠해봤다.

세 후보는 "사전에 잡아놓은 일정을 함께하고 싶다"는 취재진 요청에 흥미롭게도 같은 날 각기 다른 장소와 시간을 일러줬다.

국민의힘 정운천 후보 (전주=연합뉴스) 정경재 기자

정운천 "전북에 여당 의원 한 명은 있어야"

정운천 후보는 지난 6일 오후 완산구 효자동에 있는 성원골드맨션아파트 경로당을 찾았다.

정 후보가 차에서 내리자 경로당 주변을 지나던 주민들이 "너무 고생이 많으시다"며 다가와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정 후보는 주민들과 일일이 손을 맞잡으며 "전북이 양쪽 날개로 날 수 있게 도와달라"고 지지를 호소했다.

그가 말한 '양 날개론'은 국민의힘 전북도당이 설 명절을 전후로 밀고 있는 슬로건이다.

그간 전북 10개 국회의원 의석 대부분을 민주당이 독차지했음에도 전국에서 가장 낙후한 지역 현실을 꼬집으며, 여야 간 균형 잡힌 정치 구도를 만들어야 한다는 뜻이 담겼다.

2016년 20대 총선에서도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소속의 정 후보는 이와 유사한 '수레는 두 개의 바퀴로 굴러간다'는 의미의 '쌍발통론'으로 이 곳에서 당선되는 기염을 토했다.

발언하는 국민의힘 정운천 후보 (전주=연합뉴스) 정경재 기자

주민들의 박수를 받으며 경로당에 들어선 정 후보는 "제대로 인사 올리겠다"며 어르신들에게 넙죽 절을 하고는 여야 협치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그는 "전북 국회의원 10명 중에서 1명은 여당에 줘야 중앙(정부)하고 이야기가 된다"며 "지금 전북특별자치도나 새만금 기업 유치 같은 이런 성과가 한쪽의 힘만으로 된 게 아니라는 것을 잘 아시지 않느냐"고 했다.

이어 "지금 전북에는 싸움꾼보다는 일을 잘하는 일꾼이 더 필요하다"며 "그간 여야 협치로 전북 정치를 화합의 장으로 만든 저 정운천에게 한 번 더 기회를 달라"고 호소했다.

정 후보는 발언 이후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인 '된다 된다 송'을 경로당에 모인 주민들과 함께 부르며 지역주의 타파 의지를 불태웠다.

더불어민주당 이성윤 후보 (전주=연합뉴스) 정경재 기자

이성윤 "민주주의 퇴행 막고 민생 보듬겠다"

이성윤 후보는 같은 날 늦은 오후 서신동 상점과 노점을 돌며 장 보러 나온 시민들을 만났다.

검찰 내 요직을 맡아온 이미지와 다른 소탈한 모습에 시민들은 이 후보를 껴안으며 "힘내세요"라고 먼저 인사를 건넸다.

한 시민은 "꼭 국회의원에 당선돼서 이렇게 만든 정부를 혼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이 후보는 "힘드시죠?"라며 상인들의 손을 하나하나 맞잡고는 "정말 열심히 해보겠다", "민주주의 퇴행을 막고 민생도 챙기겠다", "일할 수 있게 기회를 달라"고 말했다.

최근 법무부가 자신을 해임한 것에 대해 날 선 발언을 쏟아냈던 기자회견 때와는 다르게 주민들을 만나서는 서민 경제를 언급하며 민생을 보듬겠다는 의지를 거듭 내비쳤다.

더불어민주당 이성윤 후보 (전주=연합뉴스) 정경재 기자

상인들과 인사를 나누던 이 후보는 "여기 탁구장이 있네"라며 한 상가건물 지하에 있는 탁구장으로 향했다.

갑작스러운 방문에도 탁구장에 있던 시민들은 채를 내려놓고 박수로 이 후보를 맞이했다.

거리에서와 마찬가지로 휴대전화를 꺼내 들고 사진 촬영을 요청하는 시민들의 줄이 탁구대를 따라 늘어섰다.

이 후보는 한 시민이 "탁구장에 오셨는데 탁구 한 번 치시죠"라고 제안하자 능숙하게 채를 쥐고는 수준 높은 랠리를 이어가기도 했다.

그는 이후 도내기샘 공원과 인근 경로당을 찾아서도 "가까이에서 잘 챙기겠다"며 지역의 어려움을 살피는 정치인이 되겠다고 했다.

진보당 강성희 후보 (전주=연합뉴스) 정경재 기자

강성희 "'입틀막' 잊지 않아…심판 앞장설 것"

강성희 후보는 같은 날 저녁 서곡지구를 찾아 지친 일과를 한잔 술로 풀어내는 시민들을 만났다.

쌀쌀한 날씨 탓에 거리를 지나는 사람은 많지 않았지만, 일부 시민은 대통령경호처의 과잉 경호 논란이 불거진 이른바 '입틀막' 사건의 당사자인 강 후보를 먼저 알아보고 다가왔다.

강 후보는 지난 1월 18일 전북특별자치도 출범식 행사에서 윤석열 대통령에게 국정 기조 전환을 요구하다가 경호원들에 의해 몸이 들려 강제로 끌려 나갔다.

강 후보와 악수한 시민들은 "그때 왜 참았느냐", "다 고소했어야 한다", "다친 데는 없느냐"며 걱정스러운 마음을 드러냈다.

강 후보는 "그때 일을 잊지 않고 있다"며 "꼭 당선돼서 정권 심판에 앞장서겠다"고 시민들과 결의를 다졌다.

인사 나누는 진보당 강성희 후보 (전주=연합뉴스) 정경재 기자

음식점에 들어가서도 강 후보는 술자리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으며 한동안 자리를 지켰다.

때마침 총선 얘기를 나누며 술잔을 기울이던 중년 손님들은 강 후보가 인사하러 다가오자 손을 흔들며 반갑게 맞이했다.

손님들은 강 후보의 등과 어깨를 두드리며 "고생 많았다", "술 한잔하고 가라"며 한참이나 응원의 말을 건넸다.

강 후보는 이날 서곡지구에 있는 20여곳의 음식점과 카페를 방문해 시민들과 인사를 나누며 지지를 당부했다.

그는 정권 심판 외에도 지역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서민들을 위한 정책을 꾸준히 내놓겠다고 약속하며 일과를 마무리했다.

jay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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