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질 없었다" 33억원 과징금 소송서 공정위 누른 쿠팡

연희진 기자 2024. 3. 10. 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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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S리포트 - 유통가 공정위 소송전] ③공정위가 주장한 쿠팡의 '거래상 우월 지위' 없어
[편집자주] 공정거래위원회가 내린 행정처분에 불복해 소송을 이어가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높아지는 승소율에도 공정위는 최근 과징금 규모가 큰 소송에서 잇따라 패소했다. 특히 SPC와 쿠팡 등 사회적 관심을 끈 유통가와의 소송전에서 잇따라 패하면서 '기업 저승사자'의 체면을 구겼다. 업계 일각에서는 해당 기업을 압박하기 위해 과징금부터 부과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쿠팡이 공정거래위원회를 상대로 제기한 시정명령 등 취소소송에서 승소했다. 2021년 3월11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증권거래소 외벽에 쿠팡 로고와 태극기가 게시돼 있다. /사진=쿠팡
◆글쓰는 순서
①"일단 과징금 때리고 보자"… 공정위, 유통가 소송전 잇단 고배
②공정위, 패소한 SPC 통행세 행정 소송 대법에 상고
③"갑질 없었다" 33억원 과징금 소송서 공정위 누른 쿠팡


쿠팡이 공정거래위원회를 상대로 제기한 시정명령 취소소송에서 승소했다. 약 33억원의 과징금 처분이 취소됐다. 빠르게 바뀌는 유통시장에서 쿠팡에 '거래상 우월 지위'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이라는 점에서 화제를 모았다. '유통 공룡'이란 별명을 가진 쿠팡도 업계의 독과점 제조사에 '갑질'할 위치는 아니라는 의미다.

서울고법 행정7부(김대웅 부장판사)는 지난 2월1일 쿠팡이 공정위를 상대로 제기한 시정명령 등 취소소송에서 "시정명령 및 과징금 납부 명령을 모두 취소한다"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 소송비용도 공정위가 전부 부담하게 했다. 공정위가 2021년 8월 공정거래법 및 대규모유통업법 위반 혐의로 쿠팡에 시정명령을 내리고 과징금 32억9700만원을 부과한 처분을 법원이 부당하다고 본 것.

공정위는 공정거래법 등 위반사건에 대해 심판기능을 수행하는 준사법적 기관이다. 위원회를 구성하고 있는 위원들의 합의로 운영되는 합의제 행정기관이다. 공정위 처분에 대한 불복 소송은 서울고법과 대법원을 거치는 2심제다. 공정위가 한 심의와 의결은 1심 판결과 같은 효력을 낸다.

이번 소송은 2019년 LG생활건강이 공정위 서울공정거래사무소에 한 신고로 시작됐다. 2019년 4월 쿠팡과 LG생활건강은 납품 협상 과정에서 갈등을 빚었다. 같은 해 5월 LG생활건강은 공정위에 대규모유통업법과 공정거래법 위반 행위로 쿠팡을 신고했다. LG생활건강의 신고내용 등에 따르면 쿠팡은 LG생활건강이 판매단가 인하 요구를 들어주지 않자 직매입 거래를 끊었다.

공정위는 LG생활건강의 손을 들어주며 쿠팡에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32억9700만원을 부과했다. 쿠팡이 LG생활건강 등 101개 납품업자에게 다른 온라인몰에서 판매 가격을 인상하라고 요구한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쿠팡이 다른 온라인몰에서 판매가를 낮추면 쿠팡도 여기에 가격을 맞추는 '최저가 매칭 정책'을 운영했는데 이에 대한 손실을 보전받기 위해 납품업자 100여곳에 광고 213건을 구매하도록 요구했다고 봤다. 이 과정에서 쿠팡이 공정거래법상 '거래상 지위'를 남용해봤다고 판단했다.



모든 쟁점에서 공정위 주장 뒷받침 증거 부족



사진은 쿠팡의 배송차량. /사진=쿠팡
쿠팡은 이에 반발하며 2022년 공정위를 상대로 시정명령 등 결정을 취소해달라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공정위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판매가격 인상요구행위와 판매촉진비용 부담전가행위 등에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무엇보다 LG생활건강 등 8개 독과점 제조업체들에 대해 '거래상 지위'를 가진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재판부는 "거래상 지위란 결국 우월한 협상력, 즉 거래상대방을 그 의사에 반하여 착취할 수 있는 힘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대체거래선이 없어 거래상대방이 행위자에게 사실상 종속되어 있다고 인정되지 않은 이상, 행위자가 거래상대방에 비해 사업능력 면에서 다소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점으로 쉽게 거래상 지위를 인정하여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법원은 대형마트, 백화점, 편의점 등 전통적인 오프라인 종합소매유통과 달리 쿠팡 같은 온라인 종합소매유통의 경우는 지리적 한계가 없고 손쉽게 다른 온라인 쇼핑몰을 방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상품의 가격이나 품질의 비교도 쉬워 소비자는 원하는 상품을 다수의 온라인쇼핑몰 사이에서 구매전환할 수 있다고 했다. 이 때문에 쿠팡의 규모, 매출액과 상관 없이 각 카테고리에서 독과점 위치에 있는 제조업체들이 거래상 쿠팡에게 종속돼 있다고 볼 수 없다는 판단이다.

최저가 매칭 제도에서도 쿠팡의 거래상 지위가 인정되지 않았다. 재판부는 "원고(쿠팡)는 8개 독과점 제조업체들과의 거래에서 높은 납품가격으로 인하여 상당한 손실을 보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재판부에 따르면 납품업자 101개 업체 중 8개 독과점 제조업체를 포함한 87개 업체의 경우 쿠팡에 대한 납품가격이 다른 유통채널에 대한 납품가격은 물론 평균 소비자 판매가격보다도 높았다.

재판부는 "쿠팡은 해당 상품의 매입과 판매를 통하여 손실을 보고 있었고 나머지 14개 업체에서도 상품 매입과 판매를 위한 인건비, 보관료, 물류비 등을 고려하면 손실을 보고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며 거래상대방의 가격협상에서 불이익을 당했다는 점에서 거래상 우월 지위가 인정되기 어렵다고 봤다.

법원은 가격결정력 논쟁 역시 쿠팡의 손을 들어줬다. 대규모유통업법 제3조 제2항은 가격결정력을 거래상 지위의 판단 요소로 규정하고 있지 않다는 점을 바탕으로 했다. 재판부는 "원고(쿠팡)가 8개 독과점 제조업체들과의 거래에서 그 납품가격이 너무 높아 매입과 판매를 하면 할수록 손실이 발생했다는 점은 8개 독과점 제조업체들에 대해 거래상 지위를 가지고 있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연희진 기자 toy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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