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만 軍心 잡기’ 장병 복지 올인… 불안한 안보 대비는 ‘허술’ [심층기획-22대 총선 공약 점검 ⑤ 표계산 치중한 여야 국방공약]

박수찬 2024. 3. 9.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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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장병 급식비 단가 올리고 민간 위탁
직업군인 수당 인상·관사 지원도 확대
野, 병사 휴대폰 요금할인 20%→50%로
예비군 동원훈련 단축·보상비 2배 인상
北 ‘韓 적대국 규정’ 도발강도 날로 높여
트럼프 대선 당선 땐 ‘동맹청구서’ 우려
“병력자원 감소 등 직면과제 대책 미흡”
여야가 총선을 30여일 앞두고 공약을 쏟아내고 있다. 국방 분야에서도 여야는 장병 급식비 인상 등의 공약을 내세우며 ‘군심(軍心) 잡기’에 나서는 모양새다. 이를 두고 한반도 정세가 요동치는 상황에서 여야가 국민의 안보불안을 덜어줄 고민 대신 표계산에만 열중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군 안전관리 초점 맞춘 여당

국민의힘 공약개발본부는 지난달 18일 ‘국민과 함께하는 안전 국방’ 공약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하루 장병 급식비 단가는 1만5000원으로 오르게 된다. 지금보다 2000원을 추가해 장병 만족도를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군 급식 민간 위탁을 확대하고 부대별 특수한 상황을 반영한 직영 체제 개선과 민간 위탁 운영 등에 적절한 예산을 배정하기로 했다.

안전한 군복무 환경을 만들기 위해 군종합안전센터 설립도 추진할 방침이다. 현재 군의 안전담당부서는 각 군이 따로 운영 중이다. 이를 체계적으로 관리할 컨트롤타워인 군종합안전선테를 만들어 군 안전사고에 신속하게 대응하는 한편 군 안전 전문인력을 양성하게 된다.

장병 정신건강을 위한 전문상담, 자살 예방 교육, 정신건강 상담, 대인관계 소통, 멘토링 지원 등에 대한 관련 인력도 보강한다는 계획도 제시했다. 현재 지방자치단체가 개별 시행 중인 군인 상해보험제도는 중앙 정부 차원에서 통일해서 강화된 보험제도로 바뀐다.
2021년 10월 세종시 육군 32사단 더 좋은 병영식당에서 장병들이 점심 배식을 하고 있는 모습. 뉴스1
근무지 이동이 잦은 직업군인들의 이사화물비 지원을 현실화하고, 군인 부부 자녀를 방과 후 늘봄학교 우선 대상으로 지원해 자녀 교육과 돌봄 부담을 경감할 예정이다. 군무원 당직비 수당도 평일 3만원(현행 2만원), 휴일 6만원(4만원)으로 인상된다. 격오지 근무 군무원은 관사 또는 간부숙소를 지원하기로 했다.
국가배상법 개정도 당 차원에서 추진된다. 전사하거나 순직한 군인 등의 유족이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게 된다. 현행법에서는 군인 등이 직무 집행 중 전사·순직하거나 공상을 당할 경우 본인이나 유족이 다른 법령에 따라 재해보상금 등의 보상을 지급받을 수 있을 때는 국가배상법 및 민법에 따른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
국민의힘은 “국가를 위해 헌신하는 군 장병에 대한 존경과 감사의 의미를 담은 메시지이자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지키고 더 나은 미래를 만들기 위한 집권 여당의 약속”이라고 강조했다.

◆동원훈련 단축 등 내세운 야당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1월 24일 장병 처우 개선 등을 포함한 7개 국방공약을 발표했다. 우선 현역 군인 및 군무원 당직근무비를 일반 공무원 수준인 평일 3만원·휴일 6만원으로 올리기로 했다. 20년 이상 장기근속한 군 간부에게는 종합건강검진비를 지원키로 했다. 1인당 30만원의 ‘밀리패스 바우처’를 격년으로 지급하는 방안이다.

현재 부대 내 숙소에 거주 중인 초급간부에게는 영외 거주가 가능하도록 전·월세 보증금 대출이자 지원을 늘려 개인 주거 선택권을 확대하기로 했다.

병사 휴대전화 요금할인 비율은 20%에서 50%로 인상한다. 소요 비용은 이동통신사와 정부가 절반씩 부담할 방침이다.
장병 교육여건 개선을 위해 현재 82곳인 군 복무경험 학점인증제 참여 대학을 대폭 늘린다. 정부조직법 개정을 통해 군무원의 근무영역을 확대, 국방부의 군무원 정책에 군무원이 직접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추진키로 했다.
현행 1∼4년차 예비군 동원훈련 기간을 4년에서 3년으로 1년 단축하는 방안도 공약에 포함됐다. 대신 2박3일(28시간) 훈련은 주말을 포함한 3박4일(32시간)로 늘어난다. 병사 급여 인상을 감안, 동원훈련 보상비도 현행 8만2000원에서 16만원까지 인상된다.
사진=연합뉴스
민주당 이개호 정책위의장은 “7개 공약에 대해서 추가되는 재원은 1486억원 정도로 대부분이 국비 재정이고 일부는 기금 충당”이라며 “방송통신발전기금에서 일부 지원, 396억원 정도의 추가 재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동원훈련 기간에 주말을 포함한 것에 대해 민주당 이상협 국방·정보위 전문위원은 “동원훈련 대상자 70% 이상이 생계형 업종이라 구체적 근거를 바탕으로 3박4일 32시간 안을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개혁신당은 이르면 2030년부터 경찰과 소방 등의 공무원이 되려는 여성은 군복무를 해야만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는 총선 공약을 제시했다.

◆총선이라지만… ‘안보불안’ 해소 필요

여야의 이 같은 움직임은 ‘군인 표심’을 의식했다는 평가다. 국방백서에 따르면, 한국군 병력 규모는 50만여명이다. 군인 가족과 친지 등까지 포함하면 ‘군인 표심’은 수백만표에 달한다. 이 정도 숫자라면 비례대표 득표와 더불어 지역구 격전지 승패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총선을 앞두고 여야의 국방공약이 장병 복지에 집중된 이유를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

하지만 올해 들어 한반도 안보 정세가 엄중한 상황에서 국민의 안보불안을 해소하는 정책이나 공약을 여야가 제시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민족 개념에 기반을 뒀던 남북 관계를 뒤엎고 한국을 적대국가로 규정했다. 미사일을 발사하면서 북방한계선(NLL)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와 관련해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학군장교(ROTC) 임관식 축사에서 “총선을 앞두고 북한이 사회 혼란과 국론 분열을 목적으로 다양한 도발과 심리전을 펼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7일 조선인민군 대연합부대들의 포사격 훈련을 지도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8일 보도했다.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오는 11월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될 경우 발생할 리스크도 여야가 고민해야 할 과제다. 집권 시절 동맹국의 책임 분담 강화를 강조했던 트럼프는 최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유럽 회원국을 겨냥, 더 많은 부담을 져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북한의 움직임과 트럼프 리스크는 국가안보에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정치권 차원에서 대책을 마련하고, 국민이 총선 투표를 통해 이를 평가할 기회를 여야가 제공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군이 직면한 핵심 과제인 인구절벽에 따른 병역자원 감소나 예비군 관리 등에 대한 대책이 미흡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전문연구위원은 “민주당의 예비군 동원훈련 기간 1년 단축이 병역자원 감소에 대한 실질적 대안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며 “개혁신당의 여성 신규 공무원 임용시 병역이행도 병력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없고, 또 다른 차별과 갈등을 야기할 수 있다”며 실질적 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수찬·구현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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