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ㅇㅇㅇ으로 유튜브 잡겠다”…네이버가 꺼낸 비장의 무기 [더테크웨이브]

황순민 기자(smhwang@mk.co.kr) 2024. 3. 9. 17:24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실시간 스트리밍 시장 분석
네이버 실시간 스트리밍 서비스 치지직의 구동 모습. 네이버 치지직 캡처.
국내 실시간 스트리밍(개인방송) 플랫폼 시장에 지각 변동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글로벌 1위 실시간 스트리밍(개인방송) 플랫폼 트위치(Twitch)가 지난달 27일 한국 서비스를 종료하면서 이 시장을 놓고 네이버, 아프리카TV 등 국내 사업자간 치열한 경쟁이 예상됩니다.

특히 트위치가 떠난 자리를 누가 꿰찰 것인지가 시장의 관심사로 떠올랐습니다. 트위치는 아프리카TV와 함께 스트리밍 시장을 양분하던 업체입니다. 이를 틈타 국내 최대 인터넷 플랫폼인 네이버는 게임 스트리밍 시장에 뛰어들었고요. 기존 플레이어인 아프리카TV도 전열을 가다듬고 있습니다.

실시간 스트리밍 서비스란 네트워크를 통해 음성이나 영상을 물 흐르듯 재생하는 기술을 활용해 인터넷으로 송출하는 방송을 의미합니다. 방송 주체가 개인인 경우가 많아 ‘1인방송’ ‘개인방송’으로 불리기도 하죠.

이번주 <더테크웨이브>에서는 국내 실시간 스트리밍 시장 전망과 영상 플랫폼 시장 진출을 노리는 네이버의 ‘빅픽처’에 대해서 다뤄보겠습니다.

네이버 치지직 오픈베타 2월 26일 주요 업데이트. 네이버
핵심 기능 업데이트, 네이버 발빠른 움직임
네이버는 트위치 한국 철수를 앞두고 지난달 26일 자사 스트리밍 플랫폼 ‘치지직’의 핵심 기능 업데이트를 실시했습니다.

본격적인 시청자 유치에 나선 것이죠. 이에 따라 △구독 △개별영상후원 △추가 카테고리 탐색 등의 기능이 추가됐습니다.

특히 월 4900원 규모 구독제 서비스를 시작한 것이 눈에 띕니다. 광고 없이 방송을 시청할 수 있고, 네이버페이로 결제시 1%를 적립하는 등 혜택을 제공합니다. ‘스트리머 채널 구독 서비스’는 스트리머를 매달 정기 후원하면서 광고없이 방송을 시청할 수 있는 기능입니다. 스트리머 채널 구독 서비스에서 ‘팬’ 요금제는 1개월 간 4900원, ‘형광팬’ 요금제는 1개월 간 1만 4900원입니다.

트위치에서 제공하던 영상 후원 기능도 치지직에 도입됐습니다. 후원금을 내면 유튜브 등 원하는 영상 URL을 보내 방송 화면상에서 모두가 감상하는 방식입니다. 스트리머는 노출 여부를 선택할 수 있고요.

네이버가 전속 계약을 완료한 ‘파트너 스트리머’들은 지난달 26일부터 정식 활동을 개시했습니다. 인증 마크를 달고 치지직에서 공식 활동하게 될 파트너 스트리머들은 정식 계약과 파트너 정책에 따라 네이버 플랫폼에서만 방송을 단독 송출할 예정입니다.

지난 1월 17일 2명으로 시작한 파트너 스트리머 숫자는 현재 100여명으로 훌쩍 늘어난 것으로 파악됩니다. 특히 네이버는 경쟁 플랫폼 대비 수익 공유 비율을 높여 자체 팬덤을 보유한 인플루언서를 다수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스트리머들에게 총 50억원을 지원하는 프로젝트도 시작했고요.

네이버 ‘치지직’의 공격적인 행보는 초기에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전략과 맞닿아 있습니다. 트위치 빈자리를 꿰차 단숨에 시장 1위에 오르겠다는 구상이죠.

네이버는 트위치 구독 이어가기 서비스를 통해 기존 트위치 이용자 흡수에 나섰습니다. 구독기간 이어가기 신청을 통해 트위치에서의 구독기간이 합산되고, 팔로우했던 스트리머 리스트가 치지직에 자동으로 추가됩니다. 네이버는 지난달 19일 일반인 누구나 방송을 할 수 있도록 플랫폼도 개방했죠.

치지직은 지난해 12월 19일 베타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한달만에 100만명 넘게 사용자가 늘었습니다. 네이버 내부에서는 지난1월 국내 MAU를 130만명 수준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트위치의 철수 이후 처음 집계되는 3월 수치에 시장의 관심이 모입니다.

아프리카TV가 올해 대대적인 서비스 개편에 나선다. ‘아프리카TV’라는 기존 라이브 스트리밍 플랫폼의 이미지를 벗고 ‘숲(SOOP’)으로의 새출발을 공식화한 것이다. 아프리카TV ‘숲’ 이미지. 아프리카TV
‘네이버 vs 아프리카TV’ 승자는?
아프리카TV는 대대적인 서비스 개편으로 반격에 나선다는 계획입니다.

올 2분기 글로벌 라이브 스트리밍 플랫폼 ‘SOOP(숲)’ 베타 버전을 출시하고, 아프리카TV의 국내 서비스명을 올해 3분기에 숲(SOOP)으로 리브랜딩할 예정입니다. ‘아프리카TV’라는 기존 라이브 스트리밍 플랫폼 이미지를 벗어내고 트위치의 빈자리를 네이버가 아닌 아프리카TV가 빠르게 점유하겠다는 구상으로 풀이됩니다.

향후 SOOP 업데이트를 통해 모바일 게임 방송, e스포츠 토너먼트 개최 등 게임 및 e스포츠 라이브 스트리밍에 최적화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계획이죠.

해외 시장 진출도 모색할 방침입니다. 새롭게 출시되는 SOOP은 영어·태국어·중국어(간체·번체)를 지원하며, 기존 아프리카TV 플랫폼과는 별개로 운영될 예정입니다. 아프리카TV 측은 “국내에서 라이브 스트리밍 플랫폼을 운영한 기술력과 경험을 앞세워 동남아 시장과 e스포츠를 중심으로 영향력을 확장할 계획”이라고 전했습니다.

우선 네이버와 아프리카TV의 경쟁은 트위치의 한국 서비스 종료 초기 사용자·스트리머 확보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 1월 트위치는 국내에서 252만명의 월간활성이용자수(MAU)를 기록했습니다. 업계에서는 트위치에서 활동하는 스트리머 규모를 7000여명으로 추산하고 있어요. 아프리카TV와 네이버의 격전이 예고되는 지점입니다. 현재 아프리카TV는 사용자·스트리머 규모에서 네이버를 앞서고 있습니다.

증권가에서는 국내 스트리밍 플랫폼 시장에서 트위치 철수 후 아프리카TV와 치지직의 점유율을 ‘6대 4’ 정도로 예상하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죠.

거대 플랫폼이 네이버가 운영한다는 점에서 창작자(스트리머)의 장기적, 다각적 수익화 전략을 통해 플랫폼과 창작자가 동반 성장할 수 있는 것은 네이버 치지직의 장점으로 꼽힙니다.

반면 실제 스트리머 입장에서는 생태계가 잘 조성된 플랫폼으로 이동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 선택이라는 점에서 아프리카TV가 가장 큰 수혜를 볼 것이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분명한 것은 트위치에서 게임, 스포츠 방송을 보던 이용자를 초기에 흡수하는 것을 넘어 이용자 풀(pool) 자체를 넓히는 것 또한 플랫폼들의 당면 과제라는 것이죠.

시장 성패 가를 핵심은
정보기술(IT) 업계에서는 △유명 스트리머 유치 △양질의 콘텐츠 △사용자경험(UX) 등 서비스 운영 노하우 △유해 콘텐츠 모니터링·차단·관리 등 브랜딩을 시장의 성패를 가를 요소로 보고 있습니다.

‘킬러 콘텐츠’를 제작하는 인기 인터넷 방송인의 행보에도 관심이 모이고 있어요. 유명 트위치 인기 스트리머들이 어떤 플랫폼을 택하는지에 따라 이용자가 움직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팔로어만 60만명이 넘는 ‘풍월량’ ‘서새봄냥’ 등은 네이버 ‘치지직’으로 이적을 발표했습니다. 반면 104만 명에 이르는 팔로어를 가진 ‘우왁굳’은 아프리카TV로의 둥지를 옮겼고요.

스트리밍 시장의 판도 변화는 기존 크리에이터 시장에도 신선한 자극을 줄 것으로 전망됩니다.

라이브 스트리밍 서비스와 숏폼을 앞세워 ‘후발 주자’인 네이버가 가세하자 인스타그램, 틱톡, 유튜브 등 기존 사업자들은 밥그릇을 뺏기지 않기 위해 긴장하는 분위기입니다.

인스타그램은 자사 숏폼 서비스인 ‘릴스’에서 크리에이터가 팬들로부터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기능을 기존 미국 시범 운영에서 한국 등 전 세계 국가로 최근 확대 적용했습니다. 후원 재화인 ‘스타’를 받은 크리에이터들이 스타 하나당 일정 금액으로 정산받는 구조입니다. 또 인스타그램은 크리에이터에게 ‘월간 구독료’ 등 유료 서비스를 통해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기회를 국내에서도 제공하기 시작했고요.

자사 OTT(쿠팡플레이)를 통해 스포츠 중계 시장에서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는 쿠팡. 쿠팡플레이
스트리밍 시장, 게임 外 분야로 확장할까
시장조사 업체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글로벌 게임 스트리밍 시장 규모는 2023년 116억9000만 달러 규모에서 2028년 182억2000만 달러로 커질 전망입니다. 올해 글로벌 이용자는 10억 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됩니다. 특히 한국의 경우 e스포츠 열기가 매우 높은만큼, 게임 스트리밍 서비스 수요 역시 충분하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실시간 스트리밍 서비스는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비대면 문화가 자리잡으면서 급속도로 성장했습니다. 특히 주요 소비계층으로 꼽히는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사이에서 높은 이용률을 기록하면서 주요 채널로 자리잡는 추세죠. 특히 최근에는 게임 뿐 아니라 팬덤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주제의 크리에이터 라이브 스트리밍으로 확장하는 것이 눈에 띕니다. 특히 스포츠 분야 등에서는 성장 잠재력이 무궁무진하죠.

방송사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스포츠 중계 시장에서 개인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라이브 스트리밍 플랫폼 업체들이 다크호스로 떠오를 가능성이 있습니다.

실제로 최근엔 주요 스포츠 경기에 따로 요금을 지불하고 보는 유료시청(PPV) 서비스가 보편화된 미국을 중심으로 스포츠도 OTT(혹은 라이브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해 보는 게 확산되는 추세입니다. OTT가 등장 초기에 TV와 극장 중심의 드라마·영화 산업 파이를 가져왔다면, 이제는 TV의 마지막 보루인 라이브 스트리밍(스포츠 중계·뉴스 등)에서도 변화가 이뤄질 조짐이 보이는 것이죠.

게임 스트리밍 시장은 빅테크에도 쉽지 않은 사업입니다.

앞서 메타(옛 페이스북)2018년 게임 스트리밍 서비스 ‘페이스북 게이밍’ 앱을 출시했지만 2022년 사업을 접었죠. 마이크로소프트(MS)도 자체 스트리밍 서비스인 믹서를 약 4년 만인 2020년 7월 종료한 바 있습니다. 구글은 2019년 클라우드 비디오 게임 스트리밍 서비스 ‘스타디아’를 선보였지만 2022년 서비스를 종료했고요.

이러한 역사는 실시간 스트리밍 시장이 게임 분야에만 머무른다면 성장에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합니다.

네이버가 ‘라방’ 뛰어든 진짜 이유
네이버가 스트리밍 시장 공략에 나선 이유는 네이버 플랫폼내 서비스와 시너지를 모색하기 위해서입니다. 커뮤니티와 커머스, 간편결제 등 다양한 서비스와 연계하고, 이용자 유입 확대에 따른 광고 수입 증대 등을 기대하는 것이죠.

실제로 네이버는 향후 치지직을 네이버 검색, 게임판, 네이버카페, 클립 등 자사가 보유한 다양한 서비스들과의 연계를 통해 게임 커뮤니티 서비스 본연의 경쟁력을 키워나가겠다는 계획을 세워둔 것으로 파악됩니다. 네이버는 10~20대 이용자들을 네이버에 오랜 시간 붙잡아두기 위해 스트리밍 사업 진출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죠.

네이버는 베타 서비스 기간을 거쳐 이르면 상반기 치지직의 정식 출시를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됩니다. 이 시점부터 치지직이 네이버 생태계와 본격적으로 연동될 예정입니다.

또 다른 이유는 유튜브와의 경쟁입니다.

유튜브는 최근 국내에서 쇼츠, 라이브커머스 ‘유튜브쇼핑’ 등 동영상을 기반으로 커머스 영역까지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죠. 네이버는 숏폼 전문 서비스인 ‘클립’이나 네이버쇼핑과 연계한 ‘쇼핑라이브’ 등 동영상 콘텐츠에 주력하고 있고요. 그러나 이미 동영상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유튜브에 비해 열세라는 평가가 지배적입니다.

모바일 빅데이터 플랫폼 아이지에이웍스의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유튜브는 지난해 12월 월간활성이용자수(MAU) 4565만명을 기록하며 1위에 올랐다. 매경DB
네이버는 치지직을 통해 실시간 스트리밍 강자 위치를 굳혀 반격 계기를 마련한다는 구상입니다. 치지직이 게임 전문 스트리밍 플랫폼으로 출발했지만, 이후 요리, 음악, 스포츠 등 다양한 분야로 주제를 확장한다면 유튜브와 경쟁이 가능하다는 판단에서죠.

예컨대 네이버가 키우고 있는 숏폼(짧은 영상) 플랫폼 ‘클립’과 치지직의 연계가 예상됩니다. 이 경우 치지직 스트리머들 영상이 숏폼 클립에서 2차 생산될 수 있어 콘텐츠 ‘화수분’이 될 수 있습니다.

IT업계 한 관계자는 “전 세계적으로 실시간 스트리밍 시장 성장속도가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 보다 빠르다”면서 “치지직을 클립과 연계하거나, 네이버쇼핑, 페이, 멤버십 등과 연계한다면 더 큰 파급력을 가질 수 있다는 판단이 네이버 내부에 있다”고 전했습니다.

이같은 네이버의 행보는 ‘슈퍼앱’ 자리를 지키기 위한 노력의 일환입니다. 검색, 쇼핑, 금융, 뉴스 등 온 국민이 쓰는 앱인만큼 어느 한 영역이라도 놓치면 이용자 록인 효과가 연쇄적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긴장감이 있는 것이죠. 특히 젊은 세대들이 익숙한 ‘숏폼’은 네이버 입장에서는 무시하기에는 너무 큰 시장이 됐습니다.

지난해부터 네이버는 동영상 서비스를 비롯해 콘텐츠 전반의 방향성을 재정비해왔습니다. 그 중심에는 클립(숏폼)과 치지직(실시간 스트리밍)이 있습니다.

과연 네이버는 유튜브가 장악한 시장에 균열을 일으킬 수 있을까요.

<황순민 기자의 더테크웨이브> 연재를 시작합니다. 기술(Tech)이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리라 믿습니다. 혁신적인 서비스로 인류를 진보시키는 최신 기술 동향과 기업 사례를 소개하겠습니다. 네이버 기자페이지를 구독하시면 다음 기사를 쉽게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