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지폐 좀 출시해보려 합니다” 유머에 중앙은행장들 폭소…‘제로금리’ 종지부 찍으러 왔다는 이 사람 [지식人 지식in]

강인선 기자(rkddls44@mk.co.kr) 2024. 3. 9.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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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
지난해 초 ‘깜짝 발탁’에 주목
“극도의 통화완화 정책 탈피해야”
작년에 2차례 긴축 정책 펼쳐
오는 4월 제로금리 폐기 유력
엔화 가치 상승에 투자자 기대
日 수출경쟁력 약화 우려도

미국에서 가장 주목받는 ‘입’이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파월의 입이라면, 요즘 아시아에서는 이 사람의 입이 그렇지 않을까 합니다.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의 입입니다. 10년 넘게 이어졌던 일본의 ‘제로금리’ 정책에 종지부를 찍을 장본인이라는 점에서 전세계 금융 전문가들이 가즈오 총재의 발언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오늘 ‘지식人 지식in’ 코너에서는 일본 금융정책을 이끄는 우에다 총재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마이너스 금리 끝내러 그가 왔다
지난해 2월 우에다 당시 도쿄 쿄리츠여대 교수가 차기 일본은행 총재를 맡게 될 거란 ‘깜짝 소식’이 세상에 전해졌습니다. 시장은 ‘일본이 드디어 마이너스 금리를 끝내려고 하는구나’ 하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배경은 우에다 총재가 그간 니케이 등 외신에 일본의 저금리 정책에 대해 언급한 기고문들이었습니다. 2022년 그는 ‘(일본이) 극도로 완화적인 통화정책에서 탈피할 전략이 있어야 한다. 현재의 이례적인 부양책을 언젠가는 재고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기 때문입니다. 간혹 우에다 총재도 ‘성급한 금리 인상은 경계해야 한다’는 언급을 하긴 했습니다. 그러나 지난 10년간 ‘아베노믹스’의 대표 정책인 저금리 기조를 유지해 온 전임 구로다 하루히코 총재가 임기를 마무리한 것만으로도 시장의 ‘긴축 기대’에는 불이 지펴지는 듯했습니다.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 [사진=연합뉴스]
출범 이후 가즈오 총재 실제로 조심스럽게 긴축 정책을 펼치고 있습니다. 지난해 7월과 10월 일본은행은 수익률곡선제어(YCC) 정책을 순차적으로 유연하게 조정했습니다. YCC는 일본이 국내 유동성을 조절하는 대표적인 정책 수단입니다. 장기 금리의 상한선을 정해놓고 그 수준을 넘어서면 정부가 국채를 사들여 더 이상 금리가 오를 수 없도록 하는 방법입니다. 그 상한선을 점점 유연하게 적용할 수 있도록 바꾸고 있는 것입니다.

지난해말부터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일본은행이 이 기세를 살려 올해 4월 제로금리 정책을 끝낼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최근 들어서는 이 기대가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기대감에 무게를 싣듯 우에다 총재는 지난달 22일 일본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야당 질의에 “올해 물가가 우상향 움직임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한다”고 답했습니다. 기업이 임금을 책정할 때도 기존에 비해 더욱 적극적으로(높게) 하는 모습이 보인다고도 덧붙였습니다. 물가가 높으니 금리를 올려 안정화시켜야하는 것 아니겠냐는 것이지요.

그가 취하고 있는 긴축적인 정책과는 달리 우에다 총재는 공식적인 자리에서도 편안하게 유머를 던지는 개방적인 성격의 소유자로 알려져 있습니다. 지난해 4월 취임 후 첫 공개 행사였던 ‘유럽중앙은행(ECB) 통화정책 포럼’에서 그는 여러 차례 청중들에게 큰 웃음을 선사했습니다.

엔화 약세의 원인을 묻는 사회자의 질문에 함께 패널로 참석한 각국 중앙은행 총재들을 바라보더니 그들도 엔저에 영향을 미쳤다고 발언해 좌중을 웃게 만들었습니다. 각국 은행들이 경쟁적으로 금리를 올리며 인플레이션에 대응하는 가운데 일본은 가만히 있었기 때문에 화폐 가치가 떨어진 상황을 재치있게 지적한 것입니다. 일본의 디지털 전환이 늦다는 점도 유머의 소재로 삼았습니다. 우에다 총재는 “세계 각국 중앙은행들은 디지털 화폐 발행등을 추진한다고 하는데 우리는 내년(2024년)에 새 지폐를 출시해 신뢰를 높여보려 한다”고 말해 좌중을 폭소케 했습니다.

일본 금리 인상, 세계가 주목하는 이유
일본의 금리 인상에 세계 경제가 주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첫번째는 일본이 미국 국채를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국가라는 점입니다. 글로벌 통계 전문 사이트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기준 일본이 보유한 미국 국채 규모는 1조982억달러로 전세계 1위입니다. 2위인 중국(7696억원)보다 40%이상 많습니다. 일본은 1980년대말 엔화 가치가 높아졌을 때부터 해외 금융 자산을 꾸준히 사모아 왔는데 그중 미국 국채도 많이 포함돼 있습니다. 그 규모가 유지된 데는 일본 국채 금리가 장기적으로 낮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매력적인 투자 대안이 되어주지 못한 탓도 큽니다.
미국 국채 보유 상위 국가 순위<단위=10억달러, 출처=스태티스타, 기준=2023년10월>
그런데 일본의 기준금리가 올라가면 상황이 달라집니다. 일본 국채 금리가 올라 투자자들에게 수익을 주면 투자자들이 점점 미국 국채를 매도하고 자국 국채로 옮겨갈 우려가 있습니다. 미국 국채가 시장에 많이 풀리면 가격이 떨어지고 금리는 올라갑니다. 미국채 금리가 상승하면 주식, 부동산 등 자산가치에는 악영향을 주게 됩니다.

기축통화로 간주될만큼 주요 화폐인 엔화는 환율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에서도 엔화는 13.6%를 차지하고 있는데요. 유럽 유로(57.6%) 등 다른 주요 화폐들의 가치가 낮게 유지되고 있는 상태에서 엔화의 가치 상승은 달러 가치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한국 경제는 일본 금리 인상으로 인한 엔화 가치 상승과 더 밀접한 관계에 있습니다. 양국은 반도체·전자기기·자동차 등 주요 수출 품목이 겹치기 때문입니다. 엔화 가치가 오르면 한국 제품들이 반사이익을 얻어 주로 ‘수출 호재’로 인식되곤 합니다.

엔화 가치 상승... 韓 투자자에 호재일까 악재일까?
최근 들어 일본 경제에 관심갖는 독자분들이 더 느셨을 것 같습니다. 역대급 엔저에 엔화나 일본 주식투자자들이 많아졌기 때문입니다.

엔화 가치 상승은 해외 투자자들의 지분 가치 상승으로 이어져 일견 긍정적으로만 보일 수 있지만 우려스러운 부분도 있습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기준 국내 일본 주식 투자자들의 개별 종목 매수 상위권에 있는 기업들은 도쿄일렉트론・닌텐도・소니 등 수출 비중이 높은 IT 기업들입니다. 엔화 가치가 올라가면 수출 경쟁력 하락으로 이어져 실적에 부정적인 영향을 가져오지 않을까요? 그렇다면 증시에도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지 않을까요?

전문가들의 생각은 조금 다른 것 같습니다. 낮은 금리와 화폐가치가 유지되지 않더라도 일본 증시를 부양하는 또 다른 요인들이 있다는 것입니다.

대표적으로 일본의 지정학적 위상 변화, 일본 기업들의 거버넌스 변화가 꼽힙니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분석 보고서를 통해 일본 증시 상승 배경으로 “일본 증권거래소가 기업가치 제고방안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것을 상장기업에 요청하고 기업들이 적극 호응하면서 기업지배구조 변화에 대한 기대가 주가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습니다. 지난해 3월 도쿄증권거래소는 주가가 자산가치에도 못미치는 상장사들을 대상으로 배당금을 늘리거나 자사주를 매입하는 등 주주환원책을 적극적으로 펼칠 것을 요구했습니다. 전세계 투자자들은 이러한 조치가 주가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란 기대감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도쿄 일렉트론의 회계연도별 중국 매출 비중(까만색 부분)은 지속 증가하고 있습니다. <출처=블룸버그>
또 반도체 공급망 변화로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의 생산 거점 탈중국화가 가속화되고 있는 가운데 일본이 최대 수혜지가 될 것이란 전망도 주가를 떠받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됩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도쿄일렉트론, 스크린홀딩스, 캐논 등 일본 주요 반도체 장비사들의 중국 매출 비중은 2022년말과 비교해 많게는 2배 이상으로 커질 것으로 보입니다. TSMC 등 글로벌 기업들이 일본내 투자 거점을 마련하고 있는 것도 장기적으로 일본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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