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후, 18년전 아버지가 뛰었던 야구장에 왔지만 날씨는 아들의 경기는 허락하지 않았다.

이상희 기자 2024. 3. 9.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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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3월 11일(한국시간). 이날은 제1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 출전한 한국대표팀이 미국 애리조나주 피오리아에 있는 피오리아 스포츠 콤플렉스에서 샌디에이고 마이너리그 팀과 평가전을 치른 날이다.

하지만 이날의 패배가 오히려 약이 된 듯 한국대표팀은 제1회 월드베이스볼 클래식 본선에서 강호 일본과 미국 등을 차례로 격파하며 최종순위 3위에 오르는 선전을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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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HN스포츠 애리조나(美) 이상희 기자) 2006년 3월 11일(한국시간). 이날은 제1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 출전한 한국대표팀이 미국 애리조나주 피오리아에 있는 피오리아 스포츠 콤플렉스에서 샌디에이고 마이너리그 팀과 평가전을 치른 날이다.

당시 한국대표팀 마운드에는 박찬호, 김병현 등 메이저리그 현역투수가 있었고, 타선에는 이승엽, 최희섭, 이종범 등 한 시대를 풍미한 거포와 교타자도 있었다. 그러나 이날 경기는 한국대표팀이 1-7로 패했다.

하지만 이날의 패배가 오히려 약이 된 듯 한국대표팀은 제1회 월드베이스볼 클래식 본선에서 강호 일본과 미국 등을 차례로 격파하며 최종순위 3위에 오르는 선전을 펼쳤다.

특히 본선에서 만난 일본과 8회까지 0-0으로 팽팽히 맞선 상황에서 이종범이 상대팀 투수 후지카와 규지를 상대로 1사 주자 1, 3루 상황에서 터트린 적시 2루타는 아직도 야구팬들의 기억에 살아 숨 쉴 만큼 인상적이었다. 당시 안타를 치고 2루에 안착한 이종범이 보여준 '어퍼컷' 세레모니는 아직도 야구팬들 사이에서 회자될 정도다.

(2012년 미국 애리조나에서 전지훈련을 하던 기아 시절 이종범의 모습)

18년이 흐른 2024년 3월 9일, 이종범의 아들 이정후(26. 샌프란시스코)는 당당히 메이저리그 선수 자격으로 아버지가 평가전을 치렀던 바로 그 피오리아 스포츠 콤플렉스를 찾았다. 김하성(29)의 소속팀 샌디에이고와 시범경기를 치르기 위해서였다.

샌디에이고에는 이정후의 매제이자 이종범의 사위인 투수 고우석(26)도 있다. 이날 경기가 열렸다면 아버지와 장인이 뛰었던 무대에서 아들과 사위도 경기를 펼치는 흔치 않은 장면이 펼쳐질 수 있었다.

하지만 날씨가 이를 허락하지 않았다.

경기시작 약 40분 전에 야구장에 도착한 이정후는 통역 및 동료들과 함께 연신 즐거운 대화를 나누며 더그아웃에서 경기를 준비했다. 그의 이름을 연호하는 팬들에게 친절하게 사인을 해주는 모습도 보였다.

(비가 내리는 피오리아 스포츠 콤플렉스 필드에 방수포가 덮혀 있다)
(경기에 앞서 국민의례를 마친 이정후가 떨어지는 빗줄기를 바라보며 묘한 표정을 짓고 있다)

하지만 경기 시작을 알리는 '플레이볼' 콜을 하기 몇 분전부터 빗줄기가 내리기 시작했다. 경기시작 전에 하는 국민의례도 다 끝난 상태였다.

아버지가 뛰었던 무대에서 뛰고 싶었던 걸까. 더그아웃에 앉아 필드에 떨어지는 빗줄기를 바라보는 이정후의 표정은 잠시 오묘해지기도 했다. 메이저리그 사무국 측은 내야에 방수포를 덮는 등 경기를 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계속되는 빗줄기로 인해 결국 우천취소를 결정했다.

경기는 취소되었지만 아버지가 밟았던 필드를 18년의 세월이 흐른 뒤 밟아 본 아들 이정후는 어떤 기분이었을까.

이들 부자가 써내려 가는 한국야구의 역사에 팬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사진=샌프란시스코 이정후, 이종범 (c)MHN스포츠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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