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에게 죄 짓는거 아닐까요" 이혼 머뭇거린 어머니[박주현 변호사의 '가족이 뭐길래']
계획 구체화되면 자녀에게도 당당해져
상담 과정서 '제2의 인생' 명확히 세워야
[파이낸셜뉴스]이혼할 때 가장 걸리는 것이 ‘자식’이라고 한다. 애들을 생각하면 이혼하는 것이 너무 미안하다는 의뢰인이 많다. 미안함의 종류는 제각각이다. 이혼 후 한부모 가정에서 자라는 것에 대한 미안함, 친구들의 수군거림에 대한 미안함, 이전과는 다른 교육 수준이나 가계 재정에 대한 미안함 등. 아마도 그 미안함은 이혼하는 시기의 불안정한 생활에서 조성된 정서가 미치는 모든 감정 현장에 대한 통칭인 것 같다.
그렇지만 그 미안한 마음에는 구체성이 없다. 구체성이 없다는 것은 나쁘다는 것이 아니다. 그만큼 달리 보면 실체가 없는 막연한 감정이고, 아무런 영향력이 없다는 것이다. 이혼 후 맞이할 제2의 인생에 대한 걱정과 같은 맥락이다. 제2의 인생 계획이 어느 정도 명확해지고, 연했던 색깔이 그러데이션 효과처럼 점점 강하게 고유의 색깔을 찾아갈 즈음엔, 자녀들에게 미안했던 마음 역시도 부족하게 느껴질 수 있는 한부모의 부재를 슬기롭게 극복해 준 고마움과 대견함이라는 본래의 형태를 찾아간다.
그렇지만 이런 혼인 생활이 오래갈 수는 없었다. 이미 답은 ‘이혼’으로 정해져 있고, 양쪽에 두 딸의 손을 잡고 이혼을 향해 걸어가는 길은 한 걸음 한 걸음이 고통이었다. 그곳에 무엇이 있을지 모르고, 대처할 수는 있는지, 대처할 방법은 있는지, 그다음은 어디로 가야 할지, 도무지 어떤 물음 하나에도 답이 없는 그 상황에 자기 손을 잡고 있는 자녀들에게 미안할 뿐이었다. 전업주부로 남편의 생활비에 의지하며 지내왔기 때문에 경제력이 없었고, 부족한 생활비에 대해서는 무조건 아내의 사치와 과소비 탓이라는 남편의 근거 없는 핍박 때문에 남편 몰래 받은 대출금도 있었다. 대출금 사용 내역을 보니 거의 만 원 내외의 편의점, 마트 등 기본적인 식비 위주의 결제 내역이었고, 딸들과 외출하면서 사주는 간식비 정도의 금액이었다. 남편은 자신이 투자하고 운영하는 식당이 세 개 있었고, 더 늘려나갈 예정이었다. 한집에 살면서 경제적으로 남편은 풍족하고, 아내는 궁핍했다. 이혼해도 줄 돈은 한 푼도 없다는 남편의 말에 정말 그럴 것으로만 알았고, 그래서 ‘이혼’이라는 단어만 떠올려도 막막하고, 두 딸에게 미안하기만 하였다.
[필자 소개]
박주현 변호사는 사법연수원을 수료하고, 법무법인 중용의 대표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 형사 및 이혼 전문 변호사로서, ‘내변호사 박변호사’ 유튜브 채널도 운영하고 있다. 변호사는 공익성을 가진 특수한 직업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고, 의뢰인에 대한 최선의 법률서비스와 변호사로서의 공익적 사명감이 조화되기를 바라고 있다. 국민은 누구나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박주현 변호사의 신념이라고 한다.
ksh@fnnews.com 김성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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