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거리 어묵·호떡 냄새는 못참지...K푸드가 점령한 도쿄 식품올림픽 가보니

이승훈 특파원(thoth@mk.co.kr) 2024. 3. 9.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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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국제식품·음료전 2024]
70개국 2300여 업체 전시 참가
한국도 “세계 5위 日 시장 잡자”
육류·어류·술 등 식음료 총집합
올해 사상 최대 8만명 방문예상
5번째 규모 국가관 마련한 韓
한류 붐 타고 ‘K푸드’ 집중 홍보
도쿄 고토구 빅사이트에서 열린 ‘제49회 국제식품·음료전(FOODEX JAPAN 2024)’에 꾸려진 한국관 모습. [도쿄 이승훈 특파원]
“오뎅(어묵)은 일본에만 있다고 생각했는데 꼬치에 꽂아 먹는 한국 오뎅이 훨씬 독특하고 맛있네요.”

지난 5일 도쿄 고토구 빅사이트에서 개막한 ‘제49회 국제식품·음료전(FOODEX JAPAN 2024)’의 한국관. 한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포장마차 콘셉트로 꾸며진 홍보 부스에서 나눠준 어묵 꼬치를 한 입 베어 문 히로시 씨의 얘기다.

전 세계 각국이 자존심을 내걸고 자신의 식재료를 소개하기 때문에 푸드쇼는 ‘식품 올림픽’으로 불리기도 한다. 지난 6일 들린 행사장 곳곳에서는 세계 각국의 국기를 손쉽게 볼 수 있었다.

전시장에는 일본어보다 한국과 중국, 동남아 국가 언어들이 더욱 크게 들렸다.

와인과 치즈 등을 전면에 내세우고 최대 규모로 차려진 이탈리아관 [도쿄 이승훈 특파원]
4년 만에 성대하게 열리는 도쿄 푸드쇼…전세계 맛자랑
세계에서 손꼽히는 식품·음료 전시회인 푸덱스 재팬 2024가 지난 5일부터 나흘 간의 일정으로 개막했다. 코로나 이후 4년 만에 제대로 열리는 전시회이다보니 전 세계 70여개국 2300여 개 업체가 빅사이트 동·서 전시장을 빼곡히 채웠다.

미국이나 중국 식품 전시회가 규모는 크지만 수출업체나 관계자들은 도쿄 행사를 더욱 의미있게 생각한다. 일본의 식품 검역 수준이 높기 때문인데, 이곳만 통과하면 전 세계 검역 등은 한결 수월하게 넘어갈 수 있다고 본다.

또 우리나라를 포함한 아시아 각국 유통업체들도 대부분 이곳에 들러 유럽이나 북중미 등의 식품 동향을 파악하고, 괜찮은 업체를 발굴하는 경우가 많다.

태국 전통 식재료 밀키트를 전면에 내세운 태국관 [도쿄 이승훈 특파원]
올해 전시회에는 이탈리아 국가관 부스가 가장 컸다. 190여개 업체가 참여해 이탈리아가 자랑하는 와인과 치즈, 올리브, 육류 등 다양한 제품을 선보였다.

일본 사람들이 유럽 와인을 선호하기 때문에 프랑스와 벨기에 등의 부스에도 와인이 전면에 나섰다.

미국과 캐나다 부스에서는 고소한 고기 굽는 냄새가 났다. 이들이 자랑하는 쇠고기 제품을 다양한 부위별로 내놓은 것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부스의 경우 구워진 고기를 받으려는 줄이 길게 늘어서기도 했다.

규모는 컸지만 한산했던 중국관 [도쿄 이승훈 특파원]
아시아 국가 부스에서도 다양한 식재료를 볼 수 있었다. 태국의 경우 팟타이와 똠얌꿍 등 대표 요리를 손쉽게 조리할 수 있는 밀키트를 선보였다. 베트남 국가관에서도 쌀국수 밀키트가 등장했으며, 필리핀에서는 다양한 종류의 생선을 담은 통조림을 볼 수 있었다.

일본은 별도의 국가관 형태는 아니었지만 곳곳에서 주요 식품 업체가 대형 부스를 만들고 관람객들의 눈길을 끌었다. ‘소유’로 불리는 일본 스타일의 간장 식재료를 소개하는 업체부터 일본 와규 업체들도 곳곳에 보였다.

중국은 빅사이트 동쪽 8번홀을 통째로 전세 내어 국가관을 만들었다. 하지만 위치가 상대적으로 안쪽이라 규모는 컸지만 의외로 찾는 관람객 수는 많지 않아 보였다.

포장마차 콘셉트로 꾸며진 한국관 홍보부스에서 어묵꼬치를 먹는 사람들. [도쿄 이승훈 특파원]
포장마차 콘셉트로 꾸민 한국관…한국 참외, 메론 대용으로 인기
한국관은 꼬치 어묵과 호떡 등을 판매하는 포장마차 콘셉트의 홍보부스를 만들어 눈길을 끌었다. 최근 일본서 한국을 찾는 사람들의 방문 이유 1순위가 ‘K푸드’일 정도로 일본서 한국 음식이 갖는 위상은 점차 높아지고 있다.

한국으로서도 일본은 세계 최대 식음료 수출 시장이다. 지난해 엔화 약세로 달러 환산 수출액은 17억5000만달러로 2022년의 21억6000만달러보다 줄었지만, 엔화로 비교할 경우 지난해에도 소폭 증가했다.

과거에는 김치와 김 등 전통적 제품이 인기를 끌었다면 최근에는 여기에 더해 디저트와 길거리 음식 등이 인기를 끌고 있다. 한국관 운영을 주관하는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K스트리트 푸드’를 올해 테마로 정해 한국관 부스를 구성한 것도 이런 이유다.

올해 한국관에는 홍삼, 참외, 김치, 장류, 신선 농산물 등을 취급하는 70개 수출업체가 참여했고 지방자치단체의 홍보관을 포함해 96개 부스를 운영하고 있다.

일본인들을 대상으로 한 시식에서 인기를 끌었던 참외 [도쿄 이승훈 특파원]
윤상영 aT 도쿄지사 본부장은 “한국 식품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K푸드’ 로고를 만들어 인증받은 업체에 이를 붙이도록 하고 있다”며 “K푸드 로고도 40여개국에 상표권을 출원해 놓은 상태라 함부로 베껴서 한국산인척 하는 제품도 막아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aT는 한국이 강점을 가진 식음료를 중심으로 일본 시장 확대를 꾀하고 있다. 대표적인 음식이 참외와 당조고추, 기능성 홍삼 등이다.

일본 사람들이 멜론을 좋아하는데 최근 1인 가구 증가로 큰 멜론을 혼자 사서 먹는 것에 대한 부담을 느낀다고 한다. 이 틈새를 공략한 것이 참외다. 크기도 작고 맛도 멜론에 뒤지지 않는다.

당을 조절하는 기능을 갖춘 당조고추는 국내에서 개발한 제품이다. 식후에 혈당치를 완화하는 기능이 있다고 해서 건강을 중시하는 일본 사회에서 잔잔한 인기를 끌고 있다. 코스트코 재팬에서 대량 구매를 원하고 있지만 아직 생산량이 부족해 33개 점포 가운데 8개에만 입점해 있는 상황이다.

윤상영 본부장은 “이번 전시회에서 한국관의 수출 상담 목표액은 9000만달러”라며 “기능성 식음료를 많이 확산시켜 한국산의 우수성을 알리겠다”고 말했다.

전시장에서는 식음료뿐 아니라 대형 육류 가공 기계 등도 볼 수 있었다. [도쿄 이승훈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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