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수의 인터스텔라] "재능보다 품성이 중요하다... 품성 기량 시대" 애덤 그랜트

김지수 작가 2024. 3. 9.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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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덤 그랜트 ‘히든 포텐셜’로 인성의 신비 증명
성취의 동인은 재능 아닌 품성 기량
성격은 평상시 태도, 품성은 어려울 때 태도
성취의 봉우리보다 이동 거리가 핵심
한 교사가 학생 다년간 가르쳐야 실력 늘어
대학과 기업은 학생의 스펙 아닌 이동 궤적 보라
▲글로벌 베스트셀러 ‘히든 포텐셜’로 인성의 신비와 잠재력을 파헤친 와튼스쿨 교수 애덤 그랜트(Adam Grant).

체스는 천재들의 게임으로 알려져 있다. 과연 그럴까? 1991년 봄, 미국 전역의 천재가 모인 중등학교 체스 선수권 대회에서 이례적인 사건이 일어났다. 창단 2년 된 할렘 빈민가 출신의 공립학교 체스팀이 부유한 명문 사립학교 출신의 고도로 훈련된 체스팀을 이긴 것이다.

대부분 유색인종에 한 부모 가정 출신의 빈민가 아이들이 어떻게 신동들로 가득 찬 전통 있는 엘리트 백인 체스팀들을 이길 수 있었을까?

비밀은 공립학교 체스팀 코치 애슐리의 전략에 있었다. 애슐리는 체스팀을 꾸릴 때 실력이 우수한 아이보다 감정을 스스로 조절하는 침착한 아이들을 선발했다. 상대 팀은 심리적 압박을 받을 때, 서두르거나 불안한 감정을 드러냈지만, 애슐리의 팀은 마치 프로 선수들처럼 냉철하게 행동했다. 자제력과 주도력을 갖춘 팀원들은 상대 팀이 허둥대는 사이 급상승했고, 외통수를 찔러 승리했다.

월드컵 대표팀 주장이었던 손흥민이 이번 이강인과의 사건을 어떻게 해결해 나가는 지를 보면, 품성 기량의 중요성을 알 수 있다.

성취를 결정하는 것은 재능일까? 품성일까?

BTS, 블랙핑크 등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글로벌 K팝 스타들 혹은 손흥민, 김연아 등의 스포츠 스타를 볼 때도 우리는 그들의 압도적 퍼포먼스에 열광하지만, 전문가들은 그들이 보여주는 재능 이면의 정서적 역량, 소위 ‘인성’에 주목한다.

변화무쌍한 무한 경쟁 무대에서 성실함과 인내, 친화력 같은 심리적 자원이 부실하면, 언제 어디서건 돌출하는 리스크를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와튼 스쿨의 조직심리학 교수 애덤 그랜트는 최근작 ‘히든 포텐셜’에서 바로 그 ‘인성의 신비’를 탐구했다. 그는 수많은 사례와 연구를 통해 ‘품성이 재능보다 훨씬 중요하다’고 결론내린다. 실제로 세계적인 음악가, 예술가, 과학자, 운동선수들을 심층 면담한 결과 신동은 손에 꼽을 정도였으며, 그들의 재능은 형제자매나 이웃집 아이와 비교에서 좀 더 나은 정도였다.

그들의 잠재력을 끌어낸 것은 다름 아닌 그들의 품성이었다.

다만 애덤 그랜트는 ‘히든 포텐셜’에서 성격과 품성을 혼동하면 안 된다고 강조한다. 성격이 ‘평상시에 우리가 어떻게 반응하는가’라면, 품성은 ‘어려울 때 우리가 어떻게 대응하는가’이다. 우리의 운명을 결정하는 것도 성격이 아니라 품성이다.

성격은 우리의 경향이지만, 품성은 우리가 그 경향을 초월해 원칙에 충실하도록 돕기 때문이다.

▲‘히든 포텐셜’은 주는 사람이 성공한다는 것을 증명한 ‘기브앤테이크’와 ‘오리지널스’에 이은 애덤 그랜트의 회심의 역작이다.

로봇이 심장 수술을 집도하는 AI시대에, 인간의 인지적 기량이 자동화될수록, 품성 기량은 더없이 중요해진다. 우리는 지금 ‘품성 혁명’의 한가운데를 지나고 있다고 선언하는 ‘히든 포텐셜’의 저자 애덤 그랜트를 인터뷰했다.

애덤 그랜트는 ‘히든 포텐셜’에서 높이가 아닌 이동 거리를 추출하는 방식으로 한 사회와 개인이 도달할 수 있는 품성 기량의 힘을 짚어냈다.

-잠재력이란 무엇인가요?

“잠재력은 출발점이 아니라 얼마나 멀리 가느냐입니다. 핵심은 출발점(재능)보다 ‘얼마나 먼 거리를 이동했는가’죠. 적절한 기회와 배우고자 하는 동기 부여가 있으면 누구든 대단한 성취를 이룰 수 있어요. 우리는 이제까지 ‘눈에 보이는 능력’에 집중했지만, 인생 초기에 보이는 재능은 천차만별입니다.”

세상엔 신동으로 태어나 세상을 휩쓰는 모차르트보다 서서히 부상하는 대기만성형 바흐가 더 많다고 했다.

-특별히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운동선수 중 신동은 손에 꼽을 정도고 이웃집 아이보다 나을 정도였다는 사실이 허를 찌르더군요.

“제 생각에 가장 분명한 사례는 미국 스포츠입니다. 스테판 커리(Stephan Curry)는 NBA 역사상 가장 뛰어난 슈터이지만, 주요 농구팀이 있는 단 하나의 대학으로부터도 스카우트 제의를 받지 못했습니다.

톰 브래디(Tom Brady)는 NFL 역사상 최고의 쿼터백이지만 198명의 다른 선수들이 선발되고 나서야 선발됐습니다. 선발자들은 두 사람 모두 두각을 나타낼 타고난 재능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그들은 톰 브래디가 얼마나 강하게 동기가 부여되어 있는지, 스테판 커리가 얼마나 품성이 뛰어난지 가늠하지 못했습니다.”

-품성 기량이라는 워딩 자체가 큰 영감을 주더군요. 주도력, 친화력, 자제력, 결의 4가지 기량은 어떤 기준으로 추출된 것인가요?

“지난 20년 동안 저는 친화력과 주도력을 파고들었어요. 이 두 가지 품성이 핵심 동기가 된다고 판단했죠. 그러다 경제학자 라즈 체티(Raj Chetty)의 논문을 읽고 품성이 단순한 성품을 넘어서 기량이라고 확신하게 됐습니다. 라즈 체티는 어릴 때 어떤 유치원 교사에게 배웠느냐에 따라 20대에 돈을 얼마나 벌지 예측가능하다는 걸 발견했어요.

라즈 체티가 제시한 증거에 따르면 훌륭한 유치원 교사로부터 품성 기량을 배운 학생들은 성공할 가능성이 커집니다. 기량에 관해 연구 논문들을 읽으면서 제가 가장 좋아하는 친화력과 주도력에 자제력과 결의가 합쳐졌을 때 품성 기량이 증폭된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품성과 성격은 어떻게 다릅니까?

“성격은 평상시에 여러분이 어떤 사람인지 보여준다면 품성은 힘든 시기에 여러분이 어떤 사람인지 보여줍니다. 품성은 낮은 본능을 극복하는 학습된 기량의 묶음입니다.”

▲얼마나 높이 오르는가가 아니라 얼마나 멀리 가느냐가 중요하다. 지속가능성의 핵심은 품성이다.

-한국 속담에 ‘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는 말이 있는데, 품성이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늦게라도 길러질 수 있다는 게 사실인가요?

“서아프리카 출신 사업가들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나타나듯이, 품성 기량을 발달시키기에 너무 늦은 때란 없습니다. 40대와 50대인 창업가들을 무작위로 두 집단으로 나눠 한 집단에는 1주일 동안 -기회를 예견하고, 변화를 주도하고 장애물을 극복할 계획을 수립하는 등- 품성 기량을 연습하도록 했습니다.

2년 후 그들의 수익은 30% 증가했습니다. 재무와 마케팅 같은 인지 기량을 학습한 다른 집단이 올린 수익률의 거의 세 배에 달하는 수치였습니다.”

-인지적 기량이 자동화되면서 지금 시대는 품성 혁명의 한가운데 있다고 했습니다. 생성형 AI 시대에도 유효한 통찰인가요?

“제가 그 대목을 쓴 시점이 바로 생성 AI가 급속히 발전하는 와중이었습니다. 저는 예전보다 지금 품성 기량이 한층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우리의 원칙이 뭔지 결정할 권한을 기계에 맡겨서는 안 됩니다.”

-성인의 경우 불편함을 마주할 용기, 서투름을 허용할 용기, 실수를 목표로 삼는 품성 기량이 잠재력을 증폭시킨다고 했어요. 특히 외국어 학습에 대한 사례가 놀랍더군요.

“맞아요. 다언어구사자는 제가 가장 좋아하는 사례입니다. 새라 마리아 해즈번(Sara Maria Hasbun)은 미국에서 10대를 보내면서 자신은 절대로 외국어를 배우지 못하리라고 확신했습니다. 그녀는 아버지의 모국어가 스페인어인데도 학교에서 스페인어를 배우지 못했어요. 그녀는 자신에게 언어 재능이 없는 건지 아니면 어렸을 때 외국어를 학습할 결정적 시기를 놓쳤는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그녀는 5개 언어를 유창하게 구사하고 적어도 4개 언어는 대화가 가능한 정도입니다. 게다가 그녀는 20대와 30대 때 그 모든 언어를 습득했습니다. 언어 학습자로서 그녀가 숨은 잠재력을 실현하게 된 비결은 자신을 불편한 상황에 놓이게 만들었다는 점입니다.

대학에 다니면서 그녀는 자신이 스페인어를 배우지 못한 까닭은 스페인어로 말하기가 겁이 났기 때문임을 깨달았습니다. 실수하거나 바보처럼 들릴까 두려워서 말하는 연습을 전혀 하지 않은 거죠. 지금 그녀는 새로운 언어를 배우고 싶을 때, 배우는 첫날부터 그냥 그 언어로 내뱉기 시작합니다.

실수할수록 더 빨리 터득하는 원리입니다. 성별을 잘못 소개하거나 항문이 멋지다고 칭찬한 적도 있지만, 사람들은 그 노력과 용기를 더 칭찬해 줍니다. 해즈번은 그렇게 눈감고 뛰어들듯 한국어를 터득했고, 70대 후반인 그녀의 부친도 그녀를 따라 한국어를 배우고 있습니다.”

비판이나 모욕에 민감한 사람일수록 흡수 역량이 점점 떨어진다고 경고했다. 애덤 그랜트 자신도 남 앞에서 말하기를 끔찍하게 두려워했지만, 좋은 스승을 만나 극복했다고 했다.

▲청소년 시절 다이빙 선수로 활약한 애덤 그랜트. 실력은 형편 없었지만 품성 기량이 출중했던 그는, 좋은 코치를 만나 의미있는 성취를 이룬다.

-당신의 품성 기량을 북돋워 준 사람은 누구였나요?

“내성적이고 수줍음이 많았던 저는 기적처럼 저의 숨은 잠재력을 간파한 제인 더튼(Jane Dutton)이라는 멘토를 만났어요. 그분은 제가 마술을 했다는 사실을 알고, “내면의 마술사를 자유롭게 풀어주라!”고 격려했죠.

저는 점점 강연 무대를 마술쇼라고 생각하고 청중을 놀라게 할 깜짝 요소와 장난을 도입했습니다. 작은 강의실에서도 사시나무 떨듯 떨던 한 사람이 10년의 세월이 지나는 동안 TED 무대에서 강연하고 박수갈채를 받는 사람으로 바뀌었습니다.”

-운 좋게도 잠재력을 끌어내 줄 최고의 스승을 만나셨군요!

“맞아요. 청소년 시절, 스프링보드 다이버 훈련을 할 때도 저는 최악이었어요. 몸이 너무 뻣뻣해서 팀원들은 저를 프랑켄슈타인이라고 놀렸어요. 높이 도약하지도 못하고 빨리 회전하거나 몸을 뒤틀지도 못했죠. 하지만 기적처럼 에릭 베스트(Eric Best)라는 코치를 만났어요. 그가 제게 동기를 유발하고 기회를 주었습니다.

저는 최악의 다이버였지만 코치는 배우려는 운동선수를 절대로 탈락시키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할 즈음이면 제가 주 결승전에 진출할 가능성도 있다고 했고,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코치도 저만큼 투자하겠다고 약속했어요.

제게 몸을 회전시키는 물리학 원리를 설명해 주었고, 저는 뒷마당에 있는 트램펄린 위에서 빨리 회전하는 법을 연습했습니다. 다른 선수를 찍은 동영상을 보여주며 그들이 쓰는 기법을 연구하도록 격려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저는 예상보다 한 해 일찍 주 결선에 진출했고, 주니어 올림픽 대표 자격을 얻을 수 있었어요.”

-최연소 종신교수가 되고 TED 인기 강연자가 되고 글로벌 베스트셀러 저자가 된 것이 온전히 당신 재능의 결과물이 아니라는 거죠?

“물론입니다. 자화자찬하고 싶지 않아요. 저는 운이 좋았습니다. 저의 숨은 잠재력을 알아보고 그 잠재력을 실현하도록 도와준 지도자가 없었다면 다 불가능했어요. 그분들을 실망시키고 싶지 않았어요. 그들로부터 받은 은혜를 다른 사람에게 베풀어 갚고, 저도 끊임없이 더 나아지고 싶습니다.”

-이즈음에서 빛과 콘크리트의 거장인 건축가 안도 다다오 이야기를 하고 싶군요. 당신 책에서 안도 다다오를 만날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그를 통해 무엇을 말하고 싶었습니까?

“불완전함의 미덕입니다. 저는 안도 다다오를 통해 탁월함은 완벽을 추구하는 게 아니라 적절한 불완전함을 받아들이는 과정이라는 걸 배웠어요. 그가 초창기에 지은 집들을 보면 창문이 없거나, 천장이 없이 정원에 노출되어 비, 바람, 눈을 맞는 집도 있어요. 집의 기능을 어느 정도 포기하면서 대신 ‘도시 한복판에서 자연과 교감한다’는 자신의 의도를 달성한 거죠.

안도의 뛰어남은 결함이 필연적이라는 걸 받아들인 겁니다. 그런 자제력이야말로 중요한 품성 기량입니다. 학창 시절 가난하고 성적도 별로였던 안도는 권투 선수가 됐고, 링에서 배운 실전 기술을 후에 건축에 활용했어요. 이기고 싶다면 난관을 돌파해야 했죠. 얼굴을 보호하려면 몸은 노출되도록 두고 맞아야 했어요. 그는 완벽함이 아니라 기꺼이 받아들일 만한 정도를 추구했습니다. 불완전함에서 아름다움을 찾는 와비사비를 찾아낸 거죠.”

▲1974년 안도 다다오가 설계한 최초의 협소 주택. 비가 오면 방에서 방으로 건너갈 때 우산을 써야 했지만, 사계절 내내 빛과 바람과 자연의 변화를 느낄 수 있다.

-와비사비가 품성 기량이라는 말에 동의합니다. 불가능한 이상을 도달할 수 있는 표준으로 전환하는 자제력이 없었다면, 저도 이 일을 계속할 수 없었을 거예요. 그런데 기술적 태만함과 수용할 만한 수준을 어떻게 분별할 수 있죠?

“어떤 결함은 받아들일 만하고, 어떤 결함은 반드시 고쳐야 하는지 저는 다이빙을 통해 배웠어요. 완벽할 필요가 없고 단지 분명한 높은 목표를 겨냥하면 됩니다. 그런 기준을 내게 알려줄 믿음직한 이들을 곁에 두는 게 중요해요.

가령 저는 책을 쓸 때 초안을 네다섯 명 정도의 지인에게 보내 점수를 매겨달라고 부탁합니다. 그리고 내가 그 책이 지닌 잠재력을 실현했다고 그들이 만족할 때까지 계속 내용을 수정해요. 중요도가 높은 프로젝트일수록 수정 작업도 많이 합니다.

때로는 그들에게 0~10점까지 점수를 매겨달라고 합니다. 제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측면들은 8~9점을 목표로 삼고, 그보다 덜 중요한 측면들은 6~7점 정도면 만족합니다. 하지만 결국은 제 자신이 마지막 판단을 내려야 합니다. 나 자신이 결과물에 자부심을 느끼는가?”

▲주도력, 자제력, 친화력, 결의라는 4가지 품성 기량을 증명한 책 ‘히든 포텐셜’.

-자신의 동기 부여와 외부로부터의 동기 부여 중 어떤 것이 더 강력합니까?

“어느 쪽이 더 효과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스스로 동기를 부여하는 게 훨씬 더 지속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연구를 통해서 내 행동이 다른 사람들에게 미칠 영향을 가늠할 수 있을 때, 강력한 동기부여가 된다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가령 대학 기부금을 부탁하는 일을 한다고 칩시다. 이때 혜택을 받을 학생을 한 사람만 직접 만나봐도 일하는 태도가 달라져요. 기부금이 왜 필요한지 전화 통화에 두 배 이상 시간을 쓰고, 조성하는 기금 액수도 세 배 이상 늘어나죠. 자신이 하는 일이 세상에 일으키는 구체적인 변화를 목격했기 때문입니다.”

-한편 잠재력과 교육은 떼려야 뗄 수 없습니다. 잠재력을 높이는 교육 체제로 핀란드 시스템을 높이 평가했는데요. 엘리트 위주의 미국이나 대학 입시 위주의 한국 교육이 먼저 바꿔야 할 건 뭐라고 생각하나요?

“미국과 한국의 교육 시스템 이면에는 승자독식 문화가 깔려 있지만, 핀란드는 모든 아이가 탁월한 잠재력이 있다고 생각해요. 특히 핀란드의 교사는 매해 학년이 바뀌지 않고, 여러 학년 동안 같은 교사가 같은 학급을 지도하게 되어 있습니다. 덕분에 학생의 특성에 맞춰 맞춤교육을 할 수 있죠.

엘리트 교육은 탁월함을 위해 학생의 정신건강을 희생시키지만, 핀란드 교사들은 ‘아이들은 놀면서 배운다’는 의식이 확고해요. 핀란드 학생들은 숙제하는 데 많은 시간을 쓰지 않는데도 국제표준화시험에서 뛰어난 성적을 거둡니다. 기본적으로 배움을 좋아하도록 설계돼 있죠.

저는 아이들이 흥미를 유지할 만한 선택지를 더 많이 가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독서는 배움을 계속할 기회의 문입니다. 예컨대 고전 읽기를 의무화하지 말고 학생 스스로 읽고 싶은 책을 선택해서, 친구와 토론하도록 독서클럽을 만들어 주는 식입니다.”

▲핀란드는 학년이 올라가도 같은 교사가 동일한 학급을 맞도록 설계해서 학생별 맞춤 교육이 가능하다. 교사의 주도력을 최대한 끌어올렸다.

-취재했던 인물 중 특별히 애착이 있는 사람이 있나요?

“모리스 애슐리(Maurice Ashley)를 존경해요. 그는 체스 그랜드마스터가 되기 오래 전에, 저소득층 소수인종 학생들을 지도해 전국 체스 결승전까지 갔어요. 결승전에서 저소득층 아이들은 고도로 훈련받은 엘리트 팀을 물리쳤습니다.

모리스는 체스로 품성 기량을 가르쳤어요. 그는 체스팀 학생들에게 주도력, 친화력, 자제력, 결의를 가르쳤고, 그 덕분에 학생들은 체스를 넘어 다른 분야에서도 탁월함을 발휘했습니다.”

-한 사회가 구성원의 잠재력을 극대화하려면 무엇부터 해야 할까요?

“첫째, 의사나 변호사처럼 교사를 고도의 전문직으로 만드세요. 잠재력 코칭 훈련을 받지 않은 교사에게 무턱대고 한 세대를 맡기기에, 교육은 너무나 중요합니다. 어떤 유치원 교사에게 배웠느냐를 알면 소득을 예측할 수 있었다는 조사는 과장이 아닙니다.

둘째, 고용주들은 자격증과 과거의 스펙에 비중을 크게 두지 말고, 학습 능력이 뛰어난 유연한 사람들을 채용하세요. 급속히 변하는 세상에서 민첩함은 경력보다 중요합니다.”

-그러나 대학이나 기업의 면접관들은 여전히 지원자의 잠재력을 식별하는 훈련을 받지 못한 듯 합니다. 탁월함으로 전진하는 사람들을 가려 뽑을 방법이 있나요?

“지원자의 성장을 예측하려면 평균 학점보다 학점이 그리는 궤적을 살펴보아야 합니다. 시간이 갈수록 능력이 향상했는지가 중요해요. 일례로 어린 시절 힘든 일을 겪고 지금 이 자리에 왔다면, 그 학생은 장애물을 직면하고 극복했다는 증거입니다.

돌파한 난관이 무엇인지, 애초 출발점에서 얼마나 멀리 이동했는지를 눈여겨 보세요. 그런 품성 기량을 지닌 사람이 성장하고 조직에 크게 기여할 겁니다.”

▲내성적이었던 애덤 그랜트는 불편함을 마주할 용기를 냈고, 이제 TED 최고의 인기 강연자가 되었다.

-당신이 생각하기에 의미 있는 성공이란 무엇인지요?

“성공은 얼마나 성취하는 지 그 이상의 의미입니다. 거기 이르기까지 얼마나 장족의 발전을 했는지로 가늠해야 합니다. 저는 언젠가는 -공상과학 소설이든 추리소설이든- 소설을 쓰고 싶은 꿈이 있습니다. 저도 갈 길이 멉니다.”

-첫 책을 쓸 때 당신은 이미 쓴 초고 중 10만 2천 개의 단어를 폐기 처분했다는 게 사실인가요? 어떻게 그 쓰라림을 이겨냈습니까?

“네, 사실입니다. 그래서 책 집필을 계속할지 갈등했습니다. 저는 제 출판에이전트인 리처드 파인(Richard Pine)에게 내가 해낼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고 물었습니다. 그는 “학생들 가르치듯이 글을 쓰면 된다”고 하더군요. 깨달음의 순간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당장 현업에서 나의 숨은 잠재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꿀팁을 부탁합니다.

“첫째, 피드백이 아니라 조언을 구하세요. 피드백을 구하면 사람들은 여러분을 응원하거나 비판하는 데 그칩니다. 최고였던 순간에 박수를 보내거나 최악의 순간을 비판하죠. 하지만 내일 어떻게 하면 더 잘할지 조언해달라고 하면 그들은 지도자가 됩니다. 당신의 숨은 잠재력을 보고 당신이 더 나은 사람이 되도록 도와줄 거예요.

둘째, 당신이 배우고 싶은 것을 남에게 가르쳐보세요. 글쓰기든 말하기든, 그 기량에 관심이 있는 누군가를 찾아서 서로 지도해주세요. 학교에서 학생이 학생을 가르치는 프로그램에서 가르치는 학생은 배우는 학생 못지않게 실력이 향상됩니다. 다른 사람에게 어떤 개념을 설명하려면 그 사람보다 그 개념을 더 잘 이해하고 잘 기억해야 하거든요.

▲“피드백이 아니라 조언을 구하세요!”

셋째, 천편일률적인 일상에서 즐거움을 찾으세요. 저는 뛰어난 타악기 연주자 에블린 글레니( Evelyn Glennie)에게 소중한 걸 배웠습니다. 어느 날 그녀가 작은 북으로 바흐의 곡을 연주하기로 했다는 얘기를 듣고, 원고 편집을 덜 따분하게 할 생각이 번뜩 떠올랐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여러 작가의 문체를 따라 문장을 다듬는 방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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