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륜 뒷조사나 하는 탐정은 ‘옛말’…“포렌식으로 산업스파이 잡아줍니다”

김정범 기자(nowhere@mk.co.kr), 최예빈 기자(yb12@mk.co.kr), 박동환 기자(zacky@mk.co.kr) 2024. 3. 8. 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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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한창이었던 2021년.

서울소재 한 병원이 탐정사무소의 문을 두드렸다.

사건을 의뢰받은 탐정사무소 '블랙커' 김윤환 대표는 병원 내부 네트워크 기록과 랜섬웨어의 전파 패턴을 분석해 해당 공격이 한 도박사이트에서 시작됐다는 것을 알게됐다.

한국공인탐정협회 등에 따르면 2022년 기준 탐정 관련 민간자격증을 보유한 이들만 1만3205명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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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성 토대로 각종 사건 해결
탐정자격증 보유자 1만명 넘어
OECD 주요국 공인탐정 제도화
“산업육성시 경제규모 1조될것”
사설탐정 사무소 블랙커의 김윤환 대표가 8일 서울 중랑구의 사무실에서 휴대폰 해킹을 조사하고 있다. [김호영 기자]
코로나19가 한창이었던 2021년. 서울소재 한 병원이 탐정사무소의 문을 두드렸다. 병원 컴퓨터 시스템이 랜섬웨어에 감염되면서 코로나19 환자들의 치료 정보와 백신 접종에 필요한 데이터가 몽땅 날라가 발을 구르던 시점이었다. 랜섬웨어는 컴퓨터 데이터에 암호를 걸어 쓸 수 없는 상태로 만든 뒤 금전을 요구하는 것이 특징이다.

사건을 의뢰받은 탐정사무소 ‘블랙커’ 김윤환 대표는 병원 내부 네트워크 기록과 랜섬웨어의 전파 패턴을 분석해 해당 공격이 한 도박사이트에서 시작됐다는 것을 알게됐다. 병원에서 야간업무를 하던 직원이 도박사이트를 들락거리다 랜섬웨어에 감염된 것. 김 대표는 랜섬웨어 암호를 푸는 전문기업과 공조해 데이터 일부를 복구하고 경찰에 신고했다. 해당 도박사이트는 폐쇄되고 범인 수배에 들어갔다.

탐정사무소를 예전의 흥신소 정도로 생각했다가는 큰코 다친다. 대기업 출신, 전직 경찰과 정보기관 요원에 이르기까지 전문성을 갖춘 이들이 탐정업에 뛰어들며 산업 지형도를 바꿔놓고 있다. 기껏 사람을 찾거나 외도 증거나 수집하던 과거 흥신소와 달리 기업조사부터 기술유출, 사이버, 디지털포렌식까지 각 분야별로 특성화된 전문가들이 즐비하다. 대기업들의 의뢰로 산업스파이를 색출하는가하면 꽁꽁 숨은 해커들도 순식간에 특정해낸다.

국내에서는 2020년 관련 법률이 개정되면서 탐정 영업이 합법화됐다. 한국공인탐정협회 등에 따르면 2022년 기준 탐정 관련 민간자격증을 보유한 이들만 1만3205명에 이른다.

갈수록 범죄가 지능화되면서 수사당국과 공조하고 사실확인 업무를 대행하는 전문탐정의 수요는 계속 늘 것으로 전망된다. 해외에서도 범죄 조사, 소송 증거 수집을 비롯해 다양한 분야에서 탐정이 수사당국과 협력하고 있다. 경기대 산학협력단에 따르면 탐정산업이 본격적으로 육성될 경우 연간 1조3000억원 규모의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은 별도의 자격심사를 거치지 않아 수준이 천차만별이지만 언젠가는 미국, 일본 같은 선진국들처럼 공인탐정 제도로 전환할 것이란 전망도 있다.

국가정보원에서 수사처장을 역임한 장석광 JK인텔리전스 대표는 “미국 CIA나 영국 MI6 같은 해외 정보기관들도 공개된 정보에 대한 수집은 외부 조력자를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며 “탐정제도의 도입은 단순히 일자리 창출 차원이 아니라 국가의 정보 경쟁력 제고를 위해서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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