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꽃샘추위 ‘저항’ 속 피는 새봄 [한양경제]

경기일보 2024. 3. 8.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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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성의 자연에세이]
춘분 있고 낮 길이 길어지니 추위가 물러가고 소생이 시작되네
새 삶을 가능케 하니 고맙구나 새봄아

이 기사는 종합경제매체 한양경제 기사입니다.

종합경제미디어 <한양경제>가 새로운 칼럼 ‘이효성의 자연에세이’를 시작합니다. 본 칼럼은 언론사 기자 출신으로 방송통신위원장을 지낸 이효성 박사(언론학)가 매달 자연을 바라보며 느낀 사색이나 특정한 자연 또는 계절 현상을 소개하는 에세이 연재물입니다. 매월 두 차례씩 독자들을 만날 ‘이효성의 자연에세이’는 분주한 일상과 고단한 삶 속에서 지친 독자들의 감성을 어루만지며 자연의 소중함을 깨닫는 기회를 줄 것입니다. [편집자주]

겨울은 추워서 칩거해야 하는 계절이다. 그러기에 겨울이 깊어져 추워질수록 사람들은 따뜻하고 활개를 칠 수 있는 봄을 애타게 기다린다. 겨울이 깊어가서 추위가 심해질수록 사람들은 봄을 더욱 갈망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면서 하루빨리 봄을 맞고 싶어 한다. 그런 사람들에게 봄이 오고 있다는 징조가 될 수 있는 것들, 예컨대 얼음 금 가는 소리, 한 점 훈풍, 부푼 잎눈과 꽃눈, 버들강아지, 이른 매화 등 이른바 봄의 전령사의 출현은 반갑기 그지없다.

그렇다면 봄은 언제부터 시작될까? 사실 이 질문에는 정답이 없다. 아니, 이 질문은 잘못된 것이다. 계절이 1년에 한 번씩 되풀이되는 것은 맞지만, 계절의 순환은 점진적인 것이어서 자연에서 그것이 시작되고 끝나는 시점은 정해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느 누구도 계절의 시작과 끝을 말할 수 없다. 누군가 그 시작과 끝을 말한다면, 그것은 인위적으로 정한 것에 불과하다.

그러나 인간의 편리를 위해서는 계절의 시작과 끝을 인위적으로 설정할 필요도 있다. 그런 필요에 의해 절기력에서는 입춘일(2월 4, 5일)부터, 천문학에서는 춘분일(3월 20, 21일)부터, 그리고 우리가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양력인 그레고리력에서는 3월 1일부터 봄으로 친다.

절기력이나 천문학은 태양과 지구의 상대적 위치에 의해, 즉 천문학적으로, 춘하추동의 시작점과 끝나는 점을 설정한다. 그러나 그레고리력은 날씨에 의해 설정했는데 그 시점이 대체로 절기력이나 천문학이 정한 시점의 중간이다. 그래서 절기력의 봄은 너무 이른 것처럼 보이는 반면에 천문학의 봄은 너무 늦은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런 판단도 일상적으로 그레고리력을 써왔기에 그 계절 설정에 너무 익숙한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레고리력에서 봄이 시작되는 3월 1일은 연중 낮이 가장 짧은 동지로부터 약 70일이 지난 시점이므로 낮이 상당히 길어진 때이다. 동지의 낮 시간은 약 9시간 34분이고 3월 1일의 낮 시간은 약 11시간 21분이므로 낮의 길이가 동지보다 약 1시간 47분이 더 길어진 것이다. 그만큼 태양의 복사열이 많아졌고 기온도 오르고 지구도 조금씩 덥혀지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햇볕이 강해져 3월쯤에는 대기가 한기를 벗어나 지상에 다시 따뜻한 시절이 오고 본격적인 소생이 시작된다. 그래서 미물들이 동면에서 깨어난다는 ‘경칩(驚蟄)’ 절기가 3월 5일이나 6일에 시작된다. 경칩 어간에는 갯버들, 매실나무, 산수유, 생강나무, 서향 등의 나무꽃과 복수초, 보춘화, 노루귀, 수선화 등의 풀꽃이 피어난다. 그러다가 3월 20일이나 21에는 낮과 밤의 길이가 각각 12시간씩으로 같아지는 ‘춘분(春分)’이 오는데 그 이후부터 낮이 더 길어지는 빛의 계절이 시작되기 때문에 기온도 본격적으로 오르기 시작한다.

그렇다고 봄의 내도(來到)와 겨울의 쇠퇴가 평탄하게만 진행되는 것은 아니다. 봄이 밀려온다고 겨울이 순순히 물러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봄의 진군과 겨울의 퇴각은 치열한 공방을 벌이면서 진행되기 때문이다.

훈풍이 불어오고 기온이 오르다가도 느닷없이 봄을 시샘하듯 이른바 꽃샘추위라는 한파가 밀려와서 꽃봉오리와 꽃을 얼리거나 오무러들게 한다. 물론 꽃샘추위는 오래 가지는 못하는 일시적인 추위다. 하지만 4월까지는 꽃샘추위가 적잖이 내습하여 봄을 더디게 만든다.

봄을 순탄치 않게 만드는 것은 꽃샘추위뿐만이 아니다. 날이 풀리기 시작하면 대륙의 냉기류를 타고 중금속으로 구성된 미세먼지를 머금은 황사가 밀려와 한반도를 뒤덮는 경우가 잦아진다. 꽃샘추위는 봄의 진군에 저항하는 게릴라 부대라면, 황사는 반갑지 않은 봄의 불청객이다.

3월쯤부터, 특히 춘분 무렵부터 따뜻한 봄이 오고 죽음의 땅이었던 곳에서 생명들이 소생할 수 있는 것은 햇빛이 강해진 덕택이다. 햇빛은 낮을 가능하게 하고, 볼 수 있게 할 뿐만 아니라, 대지와 대기를 덥혀 생명 활동을 가능하게 한다. 춘분 전부터 강해진 햇빛은 언 땅을 녹여서, 씨앗에 싹이 트게 만들고, 봉우리에서 꽃이 피게 하고, 미물들이 다시 먹이와 생식 활동을 시작할 수 있게 한다. 햇볕은 광명과 생명의 근원이다.

햇빛이 봄을 가능하게 한다면, 바람은 봄 날씨의 특징을 이룬다. 봄에는, 특히 3월에는 봄바람이 어지럽게 분다. 봄바람은 남쪽에서 불어오는 훈풍일수도 북쪽에서 불어오는 삭풍일수도 있지만 이 둘이 뒤섞여 어지럽게 부는 바람인 경우도 적지 않다.

그래서 3월에 부는 봄바람은 잦고 어지럽다. 3월은 마음조차 싱숭생숭하게 만드는 어지러운 봄바람의 계절이기도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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