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래곤볼’·‘닥터 슬럼프’ 일본 만화가 도리야마 별세

‘드래곤볼’ 전세계 20여개 언어로 2억6000만부 팔려

‘드래곤볼’. 도리야마 아키라 인스타그램 캡처

1980~90년대 한국을 포함해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끈 일본 만화 ‘드래곤볼’과 ‘닥터 슬럼프’를 그린 작가 도리야마 아키라가 지난 1일 급성 경막하 출혈로 별세한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68세.

일본 소년 만화 잡지 ‘주간 소년 점프’는 8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본지에 많은 작품을 발표했던 도리야마 아키라 선생이 지난 1일 세상을 떠났다”고 밝혔다.

일본 공영방송 NHK도 고인의 별세 소식을 속보로 알렸고, 요미우리신문과 아사히신문 등 주요 신문 역시 이를 주요 기사로 다뤘다.

1955년에 출생한 고인은 고교 졸업 후 광고회사에서 잠시 디자이너로 일하다가 1978년 ‘주간 소년 점프’에 ‘원더 아일랜드’를 게재하며 데뷔했고, 1980년부터 ‘닥터 슬럼프’를 연재했다. ‘닥터 슬럼프’는 천재 박사가 만든 소녀 형태 로봇이 일으키는 좌충우돌 소동을 그렸다.

한국에서도 큰 인기를 끈 일본 만화 ‘드래곤볼’과 ‘닥터 슬럼프’를 그린 작가 도리야마 아키라의 1982년 모습. 연합뉴스

고인을 세계에 널리 알리게 된 작품은 1984년부터 11년간 연재한 대표작 ‘드래곤볼’이다.

‘드래곤볼’은 주인공 손오공이 7개를 모으면 소원이 이뤄진다는 드래곤볼을 찾아 떠나는 모험을 다뤘다.

‘드래곤볼’은 단행본이 20개 넘는 언어로 번역돼 약 2억6000만 부가 간행될 정도로 큰 화제를 모았다. 인기에 힘입어 애니메이션과 게임으로도 만들어졌다. 지금도 일본에서는 ‘드래곤볼’ 게임이나 캐릭터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고인은 2013년 아사히신문 인터뷰에서 ‘만화에 메시지가 없다’는 질문에 “제 만화의 역할은 오락에 철저한 것”이라며 “(독자가) 잠시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면 무엇도 남지 않아도 좋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의식해서 메시지를 전달하려 하지 않는다”고 답한 바 있다.

고인은 1981년 ‘닥터 슬럼프’로 출판사 쇼가쿠칸(小學館) 만화상을 받았고, 2013년에는 앙굴렘 국제만화축제 40주년 특별상을 받았다. ‘드래곤볼’은 2006년 일본 미디어 예술 100선 만화 부문에서 3위에 오르기도 했다.

‘주간 소년 점프’는 “도리야마 선생이 그린 만화는 국경을 넘어 세계에서 읽혔고 사랑받았다”며 “그가 만들어낸 매력 넘치는 캐릭터들과 압도적인 디자인 센스는 많은 만화가와 창작자에게 큰 영향을 미쳤다”고 평가했다.

오남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