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명 코미디언에서 뮤지컬 스타 된 정성화… 데뷔 20주년에 만난 ‘노트르담 드 파리’

이강은 2024. 3. 8.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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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 SBS 공채 3기 개그맨 데뷔
오랜 무명, 생활고에 시달리다 2004년 운명처럼 뮤지컬 만나
뮤지컬 ‘영웅’ 등 다양한 작품에서 간판급 스타 배우로 활동
‘노트르담 드 파리’ 콰지모도 역으로 첫 출연
“관객 환호성과 박수받을 만한 자격이 되도록 연습하고 발전할 것”

“첫 뮤지컬 공연이 끝났을 때 관객들이 보내준 함성 소리가 잊혀지지 않아요. (당시) 소름이 돋고 눈물도 났어요. ‘내가 이제 이걸(이 함성을 듣기) 위해 살아야겠구나’ 다짐한 순간이었죠.”

지난 6일 서울 강남구 오드포트에서 만난 뮤지컬 배우 정성화(49)는 20년 전 뮤지컬 무대에 처음 오른 때를 떠올리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이후 관객의 함성 소리가 계속 이어지게 하려면 성실하게 하는 수밖에 없다는 생각으로 엄청난 연습량을 유지하며 실력을 갈고닦았다고 한다. “내 머릿 속과 몸이 체득하지 않으면 불안해서 될 때까지 연습하는 습관을 지키려고 했어요. 지금도 새 작품을 만나면 예습과 복습, 심화과정을 착실하게 준비하면서 절실하게 하고 있습니다.”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에서 노트르담 대성당 종지기 콰지모도를 맡은 정성화. 마스트인터내셔널 제공
무명의 코미디언이었던 그가 어떻게 뮤지컬 스타가 됐는지를 짐작케 한다. 절실함을 붙들고 끊임없이 노력한 결과다. 

정성화는 1994년 SBS 공채 3기 개그맨으로 데뷔했으나 대중의 관심을 받지 못했다. 1999년 인기 드라마 ‘카이스트’를 통해 배우로 얼굴을 조금 알렸지만 이후 불러주는 데가 없어 작품 활동이 끊겼다. ‘뭘 잘못했기에 나를 찾지 않는 거지’, ‘배우가 발전을 거듭하지 않으면 끝나는 거구나’ 등 여러 생각이 들었다. 몇 년 간 일자리가 없으니 전기가 끊길 만큼 힘들었다. 아르바이트로 연명하던 중 만난 선배 코미디언 표인봉이 권유해 2003년 연극 ‘아일랜드’에 출연했다. 공연제작사 설앤컴퍼니의 설도윤 대표가 이 공연을 재미있게 봤고, 2004년 뮤지컬 ‘아이 러브 유’에 불러줬다. 그렇게 뮤지컬 배우의 길로 들어섰다. 

“‘아이 러브 유’에서 남경주라는 걸출한 스타와 함께 공연하면서 보고 느낀 게 많아요. 남경주 선배가 많이 가르쳐주기도 했고요. 내가 다른 이들에게 무언가를 보여줄 수 있다는 용기가 생겼습니다. 첫 뮤지컬을 마친 뒤에는 ‘뮤지컬이 재미있다’고 만족하는 것을 넘어 계속 발전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는 이후 ‘맨 오브 라만차’, ‘영웅’, ‘레미제라블’, ‘킹키부츠’, ‘레베카’, ‘미세스 다웃파이어’ 등 주요 작품에서 티켓 파워를 자랑하는 주역 배우로 성장했다. 특히 안중근 의사 이야기를 다룬 창작뮤지컬로 2009년 초연한 ‘영웅’이 큰 인기를 끌면서 뮤지컬 스타로 거듭났다. 2022년 개봉돼 300여만 관객을 끌어 모은 국내 첫 뮤지컬영화 ‘영웅’에서도 안중근 역을 맡았다. 그는 “영화 ‘영웅’에서 주인공을 해보니 또 한번 영화에서 주연을 맡아 이끌어가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며 “특히, 다음에는 더 잘 할 수 있을 것 같은 뮤지컬영화를 하고 싶다. 우리나라도 분명히 언젠가 뮤지컬영화가 잘 될 날을 꿈꾸면서”라고 영화 쪽에도 계속 도전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어느덧 뮤지컬 데뷔 20주년을 맞은 정성화는 오래 전부터 간절히 바라던 프랑스 대작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 무대에 올라 주인공 콰지모도 역으로 관객과 만나고 있다. “2010년쯤인가 부산에서 처음 ‘노트르담 드 파리’ 공연을 봤는데 음악이 너무 아름다워 충격받았습니다. 언젠가 꼭 해보고 싶었죠. 저 스스로 음악을 즐기고 관객도 즐길 수 있는 공연은 처음일 만큼 너무 사랑스러운 작품입니다.”

프랑스 대문호 빅토르 위고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노트르담 드 파리’는 1998년 프랑스 초연 이후 23개 나라에서 1500만명 넘는 관객을 끌어 모은 명작 뮤지컬이다. 프랑스 뮤지컬답게 대사 없이 노래로만 이뤄진 ‘성스루(sung through)’ 형식이고, 노래·연기를 하는 배우와 춤을 추는 댄서가 구분돼 있다.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 공연에서 열연 중인 ‘콰지모도’ 역으로 열연 중인 정성화. 마스트인터내셔널 제공
노트르담 대성당의 종지기인 콰지모도는 굽은 등에 추한 외모를 하고 있지만, 마음만은 순수하다. 아름다운 집시여인 에스메랄다를 보고 사랑에 빠지지만 추한 외모와 신분 때문에 이뤄질 수 없는 사랑에 가슴 아파한다. 정성화는 “‘연민의 정이 느껴지는 콰지모도’로 보이는 게 저의 목표”라며 “처음에는 콰지모도의 추한 외모에 놀란 관객들이 공연 끝날 때쯤엔 ‘콰지모도가 정말 불쌍하고 나라도 사랑해줬으면 좋겠다’고 느꼈으면 한다”고 했다. 
이를 위해 그는 청아한 색깔의 본래 목소리를 버리고 관객들이 알아 들을 수 있는 선에서 최대한 낮고 넓은 음역대, 어눌한 발음으로 노래한다. 몸도 낮추고 한쪽 다리로 절뚝거리며 걷는 자세를 유지하느라 근육훈련도 많이 했다고.
정성화는 “공연 한 편 보는 것도 쉽지 않은 시대에 배우가 할 일은 관객을 실망시키지 않고 공연하는 것이라 생각한다”며 “무대 위 배우들에게 가장 큰 칭찬인 환호성과 박수를 받을 만한 자격이 되도록 계속 연습하고 발전하겠다”고 다짐했다. 

‘노트르담 드 파리’는 오는 24일까지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공연한다. 이후 부산(3월 29일~4월 7일 소향씨어터), 대구(4월 12~21일 계명아트센터)에서 계속된다. 

이강은 선임기자 ke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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