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조직, 큰돈 벌기위해 신기술 활용… 수사기관 대응은 더뎌”

장상민 기자 2024. 3. 8.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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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는 우리 사회가 건강한지 가늠할 수 있는 탄광 속 카나리아 역할을 합니다. 요컨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체의 문제일 수밖에 없습니다."

최초의 판사 출신, 역대 최장기 법무심의관으로 활동했던 정재민(사진) 변호사가 안전한 삶을 위해 알아야 할 범죄의 모든 것을 '범죄사회'(창비)에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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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범죄사회’ 펴낸 정재민 변호사
“사형 확정후 6개월내 집행이 룰
미집행은 엄연한 위법행위 해당”

“범죄는 우리 사회가 건강한지 가늠할 수 있는 탄광 속 카나리아 역할을 합니다. 요컨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체의 문제일 수밖에 없습니다.”

최초의 판사 출신, 역대 최장기 법무심의관으로 활동했던 정재민(사진) 변호사가 안전한 삶을 위해 알아야 할 범죄의 모든 것을 ‘범죄사회’(창비)에 담았다. 책은 조선, 최원종, 최윤종 등의 이름을 호명하며 지난해 7월과 8월 일어난 무차별 살인 사건들로 한국 사회에 만연한 범죄 불안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한다. 저자에 따르면 최근 10년 동안 급격히 늘어난 사기, 마약, 성범죄의 특징은 비대면성과 무차별성이다. 온라인 기술의 발달로 범죄자가 신원을 노출하지 않은 채 접근해 위 범죄를 저지르기에 수월해진 것에 반해 그만큼 피해자들의 대처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정 변호사는 최근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신기술을 통해 큰돈을 벌 수 있기 때문에 범죄조직은 기술 접근에 매우 적극적”이라고 말했다. 수사기관의 인력 증원과 개편은 비교적 더딜 수밖에 없어서 대응이 쉽지 않다. 정 변호사는 “수사기관이 초기에 한두 건이라도 신속하게 검거해서 사회적 메시지를 줄 수 있도록 일종의 ‘신속 기동 타격대’ 같은 유연한 조직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며 하나의 해결책을 제시했다.

책은 평소 독자들이 범죄에 대해 가졌을 법한 의문들을 하나씩 꼼꼼히 짚을 수 있도록 꾸려졌다. 나날이 발전하는 신종 범죄자의 검거 가능성과 한없이 부족하게만 느껴지는 형량에 담긴 고군분투, 교도소가 단순한 감옥이 아닌 이유까지 ‘수사-재판-교정’으로 이어지는 범죄의 생애가 담겼다. 또 범죄의 원인이 사회적인지, 심리적인지 파헤치고 ‘마이너리티 리포트’와 같은 철저한 범죄 예방의 현실화 방안까지 다각도에서 검토한다.

저자는 한국 사회에서 가장 논쟁적인 주제 중 하나인 ‘사형’에 대해서도 찬성 입장을 과감하게 내놓는다. 한국은 명목상으로 사형제도를 유지하고 있지만 집행하지 않는 나라로, 전 세계 단 28개국이 이에 해당한다. 정 변호사는 사형 집행에 찬성하는 의견이 51.7%에 이른다는 2019년 여론조사를 근거로 ‘사형 미집행이 국민 뜻에 반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법에 따르면 사형이 확정되고 6개월 내에 법무부 장관은 집행 명령을 내려야 하고 이에 따라 5일 안에 집행되어야 하는데, 법을 지키고 있지 않다”고 역설했다.

한편 호텔만큼이나 양질의 생활 서비스를 제공하는 노르웨이의 할렌 교도소를 소개하면서 “범죄자도 언젠가는 사회로 돌아와야 할 사람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주장도 놓치지 않는다. 책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한계에 부딪힌 현재의 제한된 공간과 교정 시스템이 개선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범죄를 사회가 가진 질병의 증상으로 보는 저자는 책의 결말에 이르러 정의로운 사회에 대해 고민한다. ‘사는 듯 사는 삶’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논의를 통해 사각지대에 몰린 사회적 약자를 발굴할 수 있는, 인간다운 삶을 위한 입법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사람들에게 ‘알쓸범잡’ 법학박사로 익히 알려진 정 변호사는 23년간의 공직 생활을 마무리하고 법무법인을 설립해 변호사로서의 새로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장상민 기자 joseph0321@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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