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세대에 스마트폰은 삶…그속에서 적응·저항 배워[북리뷰]

박동미 기자 2024. 3. 8. 09:27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 아이들의 화면 속에선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
김지윤 지음│사이드웨이
인터넷 없이 지낸적 없는 新인류
글로벌문화 체험·소통창 등 활용
디지털세계 ‘중독’아닌 나 자체
빅테크가 만든 불량세계 거르고
온라인 자아에 지배받지 않도록
아이들에‘자기효능감’키워줘야
게티이미지뱅크 

국내 10대 청소년의 일평균 인터넷 이용 시간은 약 8시간(PC·모바일 합산). 태어나면서부터 화면을 마주한 Z세대와 알파세대는 “스마트폰을 부수는 건 나를 부수는 것”이라고 말한다. 자신의 모든 기록과 관계가 들어 있는 스마트폰은 더는 통신 도구가 아니다. 그것은 ‘자기 자신’이다. 그러니 ‘화면에 중독됐다’는 기성세대의 말은 성립되지 않는다.

정보기술(IT)업계 기획자로서의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아이들의 화면 속에선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를 쓴 저자는 아이들이 처한 입체적인 현실을 이해하는 게 급선무라고 말한다. 인터넷 없는 세상을 겪어 본 적 없는 신인류. 화면 속에서 무엇을 배우고, 무엇과 싸우며, 어떻게 자신들의 정체성을 만들고 있나. 책은 이를 총체적으로 분석하며 화면 속으로 들어간다.

우선 우리는 ‘모른다’는 것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 책은 기술과 온라인 환경이 빠르게, 또 끊임없이 변화한다는 걸 강조한다. 아주 쉬운 예가 폴더의 위상 변화다. 책은 미국 한 대학 교수의 일화를 가져오는데, 그는 최근 학생들 중 상당수가 폴더에 파일을 정리하는 방식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다는 걸 발견하고, 이를 가르치려 했다. 그러나 ‘검색’으로 자료를 불러오는 걸 자연스럽게 여기는 학생들은 폴더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고, 그 개념 자체가 없었던 것이다.

아이들과 화면과의 관계에 대한 저자의 기본 전제는 “삶을 담는 그릇이 달라졌을 뿐이다”이다. 새로운 기술과 환경에서 생겨나는 새로운 개념과 상상에 대해 긍정하라는 것이다. 그리고 폴더의 예처럼, 기존의 시선과 지금의 디지털 환경의 괴리가 크다는 것을 증명하는 데에 책의 절반을 할애한다. 즉 “아이들이 화면을 손에 쥐고 성장하면서 배우고 겪고 마주하는 현실은 예상보다 훨씬 입체적이다”. 책에 따르면, 아이들은 기성세대보다 더 민감하게, 본능처럼 미래를 대비한다. 당장 사람들은 인공지능(AI)의 강력한 충격을 우려하면서도 생성형 AI 기술이 글로벌 일자리 지형에 격변을 불러일으킬 것이라 기대하지 않나. 태어나면서부터, 그리고 앞으로도 화면과 함께 살아갈 아이들은 현재 “누구보다도 빨리 ‘적응’과 ‘저항’의 줄다리기를 이어가는 중”이라고 저자는 분석한다.

책은 게임이라는 첨예한 쟁점 앞에서도 유연하다. 그것은 2023년 e스포츠가 아시안게임 공식 종목이 되어서도 아니고, “게임은 질병이 아니다”라는 게임업계의 볼멘소리가 연일 이어져서가 아니다. Z세대의 정체성이 이미 ‘게이머’라는 키워드로 대통합돼 있기에 이를 하나의 체계이자 문화, 체험의 도구로서 인정하고 미래로 연결하는 것이 훨씬 실질적·효율적인 방향임을 인지하라는 이야기다. 또한, 책은 화면 안에서 이뤄지는 아이들의 관계 맺음 수준이 화면 바깥보다 무조건 떨어진다고 단정하는 것도 경계한다. 단군 이래 가장 글로벌화한 한국을 사는 우리의 아이들은 화면 속에서 소통하며 기후 위기나 흑인 인권과 같은 범지구적 이슈를 공유하는, 또 다른 탁월한 ‘인류’다.

책이 ‘이대로 괜찮다’고 말하는 건 아니다. 디지털 미디어 환경이 건강하지 못하다는 것엔 반론의 여지가 없고, 부정적 통계와 연일 흉흉한 뉴스의 배경엔 언제나 온라인 세상의 어두운 그림자가 짙으니까. 다만 책은 이러한 ‘불량한 환경’을 내버려두는 것이 아이들이 아닌, ‘돈의 논리’에 종속당한 어른들임을 상기시킨다. 가짜뉴스, 딥페이크, 보이스피싱 등 생성형 AI 기술을 활용한 범죄, 이를 촉발하는 IT 비즈니스업계의 윤리 의식은 어떠한가. 결국 책은 아이들의 화면 의존증이 문제가 되는 건, 어른들의 세계가 정화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역설한다. 아이들이 휴대전화를 끼고 사는 것보다 아동의 일상을 소셜미디어에 공유하며 돈벌이하는 부모들의 행태가 더 나쁘다는 것이다. 각종 소란과 부침은 결국 ‘어른들의 산물’이었다. 디지털 ‘자기 조절’이란 스마트폰을 끄고 공부를 하라고 강요당하는 아이들의 몫이 아니라 아이들에게 ‘중독과 저항’의 줄다리기를 시키는 어른들에게 먼저 필요한 행위였다.

책은 아이들에게 ‘자기효능감’을 심어줘야 한다고 말한다. 화면 속 세상이 그대로 자아가 되는 것을 물리치고, 온라인과 오프라인 양쪽의 ‘나’를 구심점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것은 어떻게 구체적으로 가능할까. 그 노력은 ‘돈의 논리’를 좇아 생성되는 어른들의 알고리즘 앞에 속절없이 무너질 것이다. ‘불량한’ 디지털의 창조자들이 자신이 구축한 세계를 깨끗하게 하는 일은, 아이들의 스마트폰을 부수는 일보다 몇 만 배는 어려운 일이니까. 244쪽, 1만7000원.

박동미 기자 pdm@munhwa.com

Copyright © 문화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