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들의 ‘시퍼런’ 땀, 정답 아닌 레퍼런스로 [책&생각]

조해영 기자 2024. 3. 8. 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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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직 노동자(화이트칼라)와 대비되는 파란 육체노동(블루칼라)은, 세상의 고정관념을 그대로 받아들이면 곧 '남성들의 노동'이기도 하다.

(흔히 남자아이에겐 파란색 장난감을, 여자아이에겐 분홍색 장난감을 쥐여주곤 하니까.

블루칼라 여자들은 분명 선구자이지만, 이들의 경로가 그대로 모범답안이 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말미에 소개된 2030 여자들은 유리천장을 깨기 위해 혹은 유학 중 진로 고민 끝에 블루칼라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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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블루칼라 여자
힘 좀 쓰는 언니들의 남초 직군 생존기
박정연 지음 l 한겨레출판 l 1만8000원

사무직 노동자(화이트칼라)와 대비되는 파란 육체노동(블루칼라)은, 세상의 고정관념을 그대로 받아들이면 곧 ‘남성들의 노동’이기도 하다. (흔히 남자아이에겐 파란색 장난감을, 여자아이에겐 분홍색 장난감을 쥐여주곤 하니까.) 책은 그곳에서 일하고, 돈 벌고, 자아를 형성한 여자 10명의 이야기를 인터뷰 형식으로 담았다.

블루칼라 여자들은 분명 선구자이지만, 이들의 경로가 그대로 모범답안이 되지는 않는다. 건설현장의 자재를 정리하고 현장을 청소하는 권원영은 “좀 더 편하게 지내기 위해” 남자 동료들을 ‘형’이라 부른다. 반면, 25톤짜리 화물차를 모는 김지나는 ‘오빠’라는 호칭도 곧잘 쓴다. “내가 낸데, 여자인 내가 나인데 어떻게 하겠”냐는 김지나의 말에 틀린 구석은 없다.

일에 뛰어든 동기도 대중이 없다. 중년 여성들은 대개 생계를 부양하고, 자식들을 키우기 위해 ‘험한 일’을 시작했단 공통점이 있긴 하다. 하지만 말미에 소개된 2030 여자들은 유리천장을 깨기 위해 혹은 유학 중 진로 고민 끝에 블루칼라가 됐다. 정답은 없지만 뒤따르는 일을 고민하는 입장에선 모두가 훌륭한 ‘레퍼런스’다.

이들이 일터에서 들은 성차별 발언과 행동은 블루칼라에 한정되지 않는 확장성을 가진다. 시퍼런 멍과 찐득한 땀을 자처하며 일해온 언니들의 해답은 ‘단호하게 오래 살아남기’로 요약할 수 있을 듯하다. 인터뷰이 가운데 가장 나이가 많은(70살) 레미콘 운전 노동자 정정숙의 말은 이를 관통한다. “어릴 땐 당돌하다 소리 들었는데, 어른이 되고 당당하게 사는 방법을 알게 된 것 같아요.”

조해영 기자 hy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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