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직원은 ELS 알고 팔았을까…판매자격 강화 '주목'

CBS노컷뉴스 정다운 기자 2024. 3. 8. 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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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서 고위험 상품 파는데…일반적 주의의무만 부과
직원도 이해 못하고 팔았다면 불완전판매 소지
고위험 상품 판매 창구 축소, 자격기준 강화 등 논의될 듯
핵심요약
홍콩 H지수 ELS로 인한 손실 피해가 커지는 가운데 은행 등 임직원의 파생상품 판매에 관한 기존 규정이 선관주의의무나 충실의무 등 일반적 주의를 당부하는데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정작 임직원이 고위험 파생상품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고 판매하는 지 점검할 근거가 없다는 점에서 불완전판매 소지가 크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고위험 파생상품을 취급하는 은행 점포를 자산관리 전문인력이 있는 거점 점포로 한정하거나 판매 직원의 교육 이수 등 자격요건을 강화하는 방안 등이 추후 대책으로 논의될 것으로 보입니다.
은행 창구. 연합뉴스

"3년간 은행에 갈 때마다 ELS 가입 권유를 받았지만 거절했죠. 꾸준히 예금에 넣어놨던 돈을 어떻게 원금손실 가능성 있는 상품으로 갈아타나요."

KB국민은행 본점 고객인 A씨는 만기가 돌아온 예금을 재예치할 때마다 30분 이상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가입을 권유받았지만 흔들리지 않았다. 20년 이상 금융투자업계에서 관련 제도와 상품을 직접 만들어온 그로서는 자산 포트폴리오에서 '예금'으로 관리하던 부분을 초고위험 등급의 ELS로 갈아타라는 권유 자체가 이해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은행에서는 당시 저금리 상황에서 ELS의 긍정적 측면들은 잘 설명했지만 기초지수가 대폭 하락했을 때 구체적으로 벌어지게 될 일들에 대해서는 꼬치꼬치 물어야만 답을 해줬습니다. 저야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로서 구체적인 질문이라도 할 수 있었고 본점의 책임자급 직원에게 답변을 들었지만, 소규모 점포에서 거래하는 일반적인 고객은 어땠을지 의문입니다."

판매 자격요건 충분한가…"제대로 이해하고 팔았을지 의문"


현재 은행 등 임직원의 파생상품 판매와 관련한 자격요건은 '금융투자회사의 영업 및 업무에 관한 규정'과 '표준투자권유준칙', '고난도 금융투자상품 제조 및 판매에 관한 표준영업행위준칙', '비예금상품 내부통제 모범규준'에서 명시하고 있다.

이들 규정은 자본시장법에 따라 금융투자협회가 제정했거나 DLF 사태의 후속조치로 은행권이 금융감독원과 함께 마련한 모범규준(가이드라인) 성격이다.

연합뉴스


주요 내용은 판매 직원이 투자권유를 하는 경우 위험 및 거래의 특성에 대해 충분한 설명을 제공해야 한다거나, 설명했다는 증거를 서명이나 녹취 등의 방법으로 남겨야 한다는 것이다. 또 일반적인 신의성실의 원칙에 따른 공정한 업무 수행, 투자자 성향과 자산상황 등에 대한 적극적인 고려 등을 규정하고 있다. 이는 선관주의의무, 충실의무를 당부하는 수준으로 금융회사 임직원이라면 어떤 업무에서든지 거론되는 일반론이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가이드라인이 상품을 어떻게 잘 팔아야 한다, 이렇게 팔아선 안된다는 내용을 중심으로 작성돼 있다"며 "실제 은행 창구에서 고위험 파생상품을 판매하는 직원들이 해당 상품에 대해 확실히 이해하고 권유하는 것인지 확인하는 부분은 공백 상태"라고 말했다.

성과를 위해 위험성을 알고도 판매한 직원도 있겠지만, ELS의 위험성을 '이론적으로 원금손실도 가능하다'는 수준으로 얕잡아 본 채 '예금 대체 상품'으로 영업한 경우도 상당수 존재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국내 중소기업을 줄줄이 문 닫게 한 고위험 파생상품 키코(KIKO)와 관련해 일부 은행 직원들이 '상품을 이해하지 못한 채 권유했다'고 증언하며 불완전판매가 인정된 사례도 있었다.

일반 고객 상대하는 은행, 고위험 상품 판매 허들 높여야


은행에서 ELS를 판매하기 위해 필요한 명시적 자격요건은 '파생상품 투자권유자문인력' 자격증뿐이다. 5대 은행 전체 임직원의 절반가량이 보유한 자격증으로, 관련 강의를 하는 온·오프라인 학원들은 1~3개월 정도를 시험 통과를 위한 준비기간으로 제시한다. 해당 자격증을 확보한 후엔 2년마다 보수교육을 받으면 자격을 유지할 수 있다.

금융당국의 또 다른 관계자는 "자격증을 얻었다고 해도 고위험 파생상품의 구조와 위험성을 속속들이 이해하고 투자자에게 쉽게 설명하는 건 개개인의 역량에 따라 천차만별일 것"이라며 "일반적인 고객과 만나는 제1금융권에서 이 역량이 더 높게 요구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오는 11일 금융감독원의 홍콩 H지수 ELS 배상기준안 발표 이후 은행권의 고위험 파생상품 판매와 관련한 제도 개선도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소규모 지점에서의 판매를 제한하고 자산관리(PB) 전문가가 있는 특정 점포로 판매 창구를 한정하거나 단순 자격증 소지를 넘어 금융회사 자체 교육이나 시험 등을 통과한 직원으로 판매자격을 강화하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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