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과 놀자!/피플 in 뉴스]남수단의 눈물 닦아준 이태석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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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전문의 자격시험에 아프리카 남수단에서 온 토머스 타반 아콧과 존 마옌 루벤이란 두 명의 학생이 최종 합격했다는 소식입니다.
두 학생은 바로 많은 이들의 심금을 울렸던 영화 '울지마 톤즈'(2010년)의 주인공 이태석 신부(1962∼2010·사진)가 키운 제자들입니다.
사제 수품 직후 아프리카 케냐로 건너간 그는 곧바로 20년째 내전 중인 수단(현 남수단), 그중에서도 가장 열악한 시골 마을 톤즈로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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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신부는 가톨릭 살레시오 수도회 소속 사제이자 의사였습니다. 어린 시절 삯바느질하는 홀어머니 밑에서 가난하게 자랐지만, 뛰어난 성적과 타고난 음악적 재능을 보였다고 합니다. 따로 배운 적 없이 풍금 연주와 작사 및 작곡도 곧잘 했습니다. 훗날 열악한 환경의 남수단 시골 마을에서 악단을 만들고 직접 악보를 그려 지휘까지 맡아 한 것도 이런 재능 덕분으로 보입니다.
이 신부는 일찌감치 유아 세례를 받았는데, 천주교는 그의 일생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습니다. 인제대 의대에 진학해 모두가 부러워하는 의사가 되었지만 평범한 의사로서의 삶을 거부하고 2001년 사제품을 받습니다.
사제로선 늦은 편이었습니다. 하지만 이후 그는 누구보다 깊은 신앙과 실천을 보여줍니다. 사제 수품 직후 아프리카 케냐로 건너간 그는 곧바로 20년째 내전 중인 수단(현 남수단), 그중에서도 가장 열악한 시골 마을 톤즈로 갑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헌신적으로 의료 및 교육 활동을 펼쳤습니다. 직접 병원을 짓고, 한센병 환자들과 결핵 환자들을 보살폈습니다. 지속적으로 예방접종을 실시하고 일주일에 한 번은 더 외진 마을들을 찾아다니며 진료했습니다. 학교와 기숙사를 지어 교육 사업에도 힘썼습니다. 오랜 내전으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건 미래 세대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왜 하필이면 남수단, 그것도 톤즈였을까요? 한때 수단이 너무 멀다며 그를 붙잡던 어머니에게 그가 한 말이 있습니다. “제가 가려는 게 아니에요. 수단이 저를 부르고 있어요.” 이 말은 그 자체로 ‘봉사의 소명’이 무엇인지 잘 보여줍니다.
‘한국의 슈바이처’, ‘톤즈의 빛’으로 불렸던 이 신부는 2008년 휴가차 한국에 들어왔다가 대장암 4기 진단을 받습니다. 암 투병 중에도 남수단에 대한 지원을 호소하며 자선 공연과 모금에 나섰던 그였지만, 간까지 전이된 암으로 결국 48세로 선종했습니다. 그토록 그리워하던 톤즈로는 돌아가지 못한 겁니다. 그리고 그가 죽은 해 생전 기록을 담은 영화 ‘울지마 톤즈’가 개봉되면서 그의 이야기는 세상에 알려지게 됩니다.
2018년 남수단 정부는 이태석 신부에게 대통령 훈장을 추서합니다. 외국인 훈장 수여는 남수단 건국 이후 처음이었습니다. 그는 갔지만 그의 정신은 기억되고 있는 거지요. 그러나 무엇보다 가장 큰 유산은 이번에 전문의가 된 두 학생 같은 남수단의 제자들일 겁니다.
이의진 도선고 교사 roserain999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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