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이치 선수 문건 ③ 다른 '쩐주' 진술서 "권오수, 김건희 이름대며 빠지지 말라 설득했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주범 중 하나인 ‘주가조작 선수’의 문건을 뉴스타파가 입수했다. 김건희 여사가 주식 계좌를 맡겼던 1차 작전 선수 이 모 씨가 갖고 있던 문건이다. 여기에는 김건희 여사가 주가조작 사건에 관여했음을 보여주는 새로운 정황 증거들이 담겨 있다.
문건을 확보한 것은 1년 6개월 전이다. 이 문건이 주가조작 선수가 작성해 보유했던 게 맞는지 그간 검증 작업을 거쳐왔다. ‘1차 작전 선수 문건’이 맞는 것으로 최근에야 결론이 났다. 이에 따라 뉴스타파는 오늘(3월 7일)부터 이 문건의 내용을 차례로 공개한다. <편집자주>
도이치 선수 문건 ① ‘1차 작전 선수 문건’ 입수…필적 일치
도이치 선수 문건 ② 김건희, 주가조작 선수와 의문의 돈 거래
도이치 선수 문건 ③ 다른 ‘쩐주’ 진술서 “권오수, 김건희 이름 대며 빠지지 말라 설득했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1차 작전에 참여했던 다른 ‘쩐주’의 자필 진술서에 김건희 여사의 이름이 언급된 사실이 확인됐다. 진술서에는 이 ‘쩐주’가 작전에서 빠지려고 하자, 권오수 회장이 김건희 여사의 이름을 언급하며 빠지지 말라고 설득했다는 증언이 적혀 있다. 김건희 여사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작전에서 그만큼 핵심적인 ‘쩐주’였음을 보여주는 정황이다.
“초기 투자 손해 나자 권오수가 주가조작 선수 소개”
뉴스타파가 입수한 1차 작전 선수 이 모 씨 문건 중에는 이 씨에게 계좌를 맡긴 ‘쩐주’ 양 모 씨가 자필로 작성한 사실확인 진술서가 들어 있다. 양 씨의 자필 진술서는 4장짜리인데, 작성 날짜가 2011년 4월 1일로 되어 있고 끝부분에 양 씨의 도장이 찍혀 있다.
양 씨는 뉴스타파가 지난달 보도했던 이른바 ‘김건희 유형’의 쩐주 6명 중 한 명으로, 김건희 여사나 최은순 씨처럼 상장 전부터 도이치모터스에 투자했던 초기 투자자다. 자필 진술서에는 자신과 권오수 회장의 인연부터 투자하게 된 경위 등이 자세하게 적혀 있다.
본인 양OO는 현재 (주) 도이치모터스 권오수 대표와 부모님의 사업 관계로 약 30년 동안 알고 지냈습니다. 우회 상장을 하면 앞으로 성장을 할 것이며 상장에 실패하면 제가 투자한 원금에 이자를 20% 주겠다며 큰 돈을 벌 것이라고 장담했습니다.
-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쩐주' 양00 자필 진술서 중
양 씨는 20%의 수익을 보장해준다는 말에 솔깃해 자신과 부모님의 돈을 합쳐 17억 원을 투자했다. 그러나 상장 전에는 무상 감자를 당했고 상장 뒤에는 주가가 크게 떨어져 손해를 봤다. 이에 권오수 회장에게 항의하자, 권오수 회장은 사람 한 명을 소개해 줬다고 한다. 이때 소개받은 사람이 바로 이 문건을 보유하고 있던 1차 작전 선수 이 모 씨다.
2010년 1월 23일에 권오수 대표가 저를 만나 삼성 오크우드 호텔 5층 키피숍에 가자고 했습니다. 이OO이란 사람이 있는데 주식을 맡기면 잘 관리를 해 줄 것이라고 했습니다.
-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쩐주' 양00 자필 진술서 중
김건희 여사 역시 양 씨처럼 도이치모터스 초기 투자자 중 한 명이었고, 권오수 회장을 통해 선수 이 씨를 소개받았다.
“증권사로부터 경고 전화 받았다”... 김건희도 사전 인지 가능성 높아
수익을 내줄 거라는 말을 믿고 선수 이 씨에게 계좌를 맡겼지만, 양 씨의 자필 진술서에 따르면 얼마 뒤 뜻밖의 일이 벌어졌다.
몇 주가 지난 후 삼성증권, 현대증권, 대신증권에서 전화가 왔는데, 이해할 수 없는 경고를 했습니다. 내용은 그런 거래를 하면 주식 거래를 못할 수도 있다고 했습니다. 놀라서 권오수 대표를 만나 “이OO 주식하는 사람 맞아? 모르는 나도 상식적으로 주식을 높은 가격에 팔고 낮은 가격에 사야지. 이 사람은 높은 가격에 사고 있대…증권사들에게 경고 맞았어. 어떻게 된거야?” 라고 물으니 묵묵부답이었습니다.
-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쩐주' 양00 자필 진술서 중
‘낮은 가격에 사지 않고 높은 가격에 사고 있다.’ 이 표현은 당시 선수 이 씨가 양 씨의 계좌를 가지고 시세 조종성 거래를 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당장 이득을 내는 게 아니라 시세를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거래를 하다보니, 비싸게 살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중요한 건 그다음, 증권사로부터 경고를 받았다는 대목이다. 같은 시기에 같은 선수에게 계좌를 맡긴 양 씨는 경고를 받았는데, 김건희 여사 역시 증권사로부터 경고를 받지 않았을까?
지난 2022년 2월, 김건희의 거래 패턴을 분석한 기사 (https://newstapa.org/article/WNoFK)에서, 뉴스타파는 이미 이런 거래 패턴이라면 증권사로부터 경고를 받았을 것이라는 점을 지적한 바가 있다.
당시 김건희 여사의 거래는 한국금융투자협회가 제정한 ‘불공정 거래 점검 항목 리스트’에 나오는 여러 점검 항목에 해당한다. 예를 들어 특정 주식 종목에 대한 거래량이 당일 거래량의 30%를 초과하는 일이 5거래일 중 2일 이상 발생하는 경우 '불공정 거래 점검 항목'에 해당하는데, 김건희 여사 계좌의 경우 하루 거래량의 30%를 초과한 게 5일 가운데 4일이나 됐다.
뉴스타파가 자문을 의뢰한 전직 증권회사 관계자는 김건희 여사의 거래 패턴을 보고 ‘증권사의 경고를 받았을 것’이라며 이렇게 말하기도 했다.
저는 좀 의심스러웠던 게 이런 식으로 종가에 주식을 집중적으로 사서 올리거나 하게 되면 증권회사에서 제재를 해요. 한 번은 그럴 수 있다고 치더라도 이게 몇 번씩 그러면..직원이 제재를 합니다. 저도 제재를 받은 적이 있어요.
(직원 선에서 얘기를 듣고 끝내는 게 아니라 반드시 고객한테도 통보를 하도록 돼 있습니까?)
통보를 해야죠. 만약에 이 매매가 잘못돼 버리면 그 직원이 징계를 받거든요. 그 직원이 징계를 받기 때문에 그 직원은 반드시 통보를 해요.
- 전직 증권회사 관계자
김건희 여사가 증권사로부터 경고를 받았다는 게 사실이라면, 그 의미는 가볍지 않다. 김건희 여사가 주가조작 작전을 미리 알고 있었다는 ‘사전 인지’의 정황이기 때문이다. 사전 인지’ 여부는 주가조작 작전에 돈을 댄 ‘쩐주’의 유·무죄를 판단하는 데 가장 중요한 기준 중 하나다.
“김건희 이름대며 빠지지 말라 설득했다”... 김건희, '앵커 투자자' 역할한 듯
다시 양 씨의 자필 진술서 얘기로 돌아가자. 증권사로부터 경고를 받은 양 씨는 의심하게 됐다. 그래서 주가조작 선수 이 씨와의 관계를 끊으려고 했다. 그러자 주가조작 선수 이 씨는 오히려 더 많은 주식과 돈을 맡기라고 제안했고, 양 씨는 주저했다. 선수 이 씨는 ‘양 씨가 안 한다면 자신도 안 하겠다’고 권오수 회장에게 말했다. 이때 권오수 회장은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선수 이 씨가) ‘양OO가 안하겠다고 했으니 안하겠습니다.’라고 권오수 대표에게 말하니,몇 분 후 권오수 대표가 전화를 다시 해 ‘김OO도 있고 김건희도 있고, 다른 주주들도 있으니 하자’라고 말했다고 했습니다.”
-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쩐주' 양00 자필 진술서 중
작전에서 빠질까 아니면 더 깊이 들어갈까를 고민하던 양 씨에게 건넨 권오수 회장의 말은 “김00도 있고 김건희도 있고 다른 주주들도 있으니 하자”라는 것이었다. 작전에서 이탈하려는 다른 ‘쩐주’를 설득하기 위해 이름을 댈 정도로 김건희가 이 작전에서 얼마나 핵심적인 ‘쩐주’였는지를 보여주는 방증이다.
벤처 기업이나 상장을 앞둔 회사에서 투자자를 모집할 때는 ‘앵커 투자자’라는 게 무척 중요하다. ‘앵커 투자자’는 말 그대로 ‘닻’을 내리는 역할로, 다른 투자자를 안심시키거나 다른 투자자의 의사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친다. 권오수 회장의 말로 미루어보면 김건희 여사는 도이치모터스 1차 작전의 ‘앵커 투자자’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권오수 고소하라고 진술서 작성해 이 씨에게 줬다”
김건희 여사의 이름을 동원한 설득 때문인지, 양 씨는 결국 작전에 더 깊숙히 들어가게 됐다. 그런 양 씨에게 권오수 회장은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권오수 대표가 자신의 엄지손가락을 치켜들며 “OO아, 너 잘 되면 넌 이 바닥에서 날리는 거야. 여자로서 쉽지 않은 일이라며, 배짱이 대단하다고 그 업계 사람들이 말한다” 고 말했습니다.
-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쩐주' 양00 자필 진술서 중
양 씨의 모든 주식을 완전히 관리하게 된 선수 이 씨는 ‘선을 넘어가는’ 도박을 했다. 양 씨의 주식을 담보로 사채를 빌려 주가 조작 자금으로 사용한 것이다. 주가조작에 사채를 끌어 쓴다는 것은 높은 이자 부담은 물론이고 주가가 조금만 내려가도 반대 매매를 당할 위험이 있어, 주가 상승에 올인할 수밖에 없도록 하는 위험한 도박이다.
양 씨는 그 결과 큰 손해를 봤다고 주장했다. 반면 검찰이 인용한 한국거래소의 심리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양 씨는 10억 9천만 원의 이득을 본 것으로 나오는데, 이는 계좌상의 숫자일 뿐 사채 이자 등을 정산한 결과를 모두 합하면 양 씨가 결과적으로 손해를 봤을 가능성이 높다.
양 씨의 진술서에 따르면, 양 씨는 권오수 회장과 이 씨에게 자신의 손해를 보상하라고 요구했지만 두 사람 모두 책임을 서로에게 떠넘길 뿐 모르쇠로 일관했다고 한다. 권오수 회장은 이후에 양 씨를 만나주지도 않았다고 한다. 이에 양 씨는 자신이 투자하게 된 경위 등을 자필로 써서 선수 이 씨에게 건넸다. 양 씨는 2022년 10월 28일 법정에 나와 자필 진술서 작성 경위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네가 (이 모 씨) 떳떳하다면 법정에서 우리 세 사람이 뭐가 잘못됐는지 알게 될 거다' 그러면서 그 사람한테 (권오수를) 고발하면 어떻겠냐고 그렇게 제가 써서 그렇게 하라고 했지요.
-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쩐주' 양00 법정 진술 중 (2022.10.28)
자신의 손해가 누구의 잘못인지 법정에서 따져볼 수 있도록 권오수 회장을 고소하는 데 사용하라는 의도로 진술서를 작성해 이 씨에게 건네줬다는 것이다.
양 씨의 진술서 내용은 권오수 회장에게 매우 불리한 내용이다. 법정에서 권오수 대표의 변호인들은 양 씨의 진술서 안에 사실과 다른 부분이 많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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