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여운 것들’ ‘메이 디셈버’ ‘패스트 라이브즈’···‘아카데미 레이스’로 풍성한 극장가

최민지 기자 2024. 3. 7.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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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의 <가여운 것들>은 오는 10일 열리는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을 포함해 11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3월은 영화 팬에게 축제와 같은 시기다. 매년 이맘때 열리는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을 맞아 뛰어난 작품들이 잇따라 극장을 찾기 때문이다. 현재 상영 중인 <패스트 라이브즈>와 <가여운 것들>, 개봉을 앞둔 <메이 디셈버>는 10일 열리는 제96회 아카데미에서 각본상과 여우주연상 등 주요 부문 수상이 기대되는 작품들이다.

6일 개봉한 <가여운 것들>은 여우주연상을 비롯해 총 11개 부문에 진출했다. <더 랍스터>(2015), <더 페이버릿: 여왕의 여자>(2018)로 자신 만의 독특한 예술 세계를 구축해 온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의 신작이다.

주인공은 성인의 몸을 가졌지만 아기 같은 존재인 벨라(엠마 스톤)다. 천재 과학자 갓윈(윌렘 대포)은 죽음의 문턱에 선 한 여성을 벨라로 재탄생시켰다. 갓윈의 보호 아래서 조금씩 성장하던 벨라의 호기심은 그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진다. 아름다운 벨라에게 반한 바람둥이 덩컨(마크 러팔로)이 여행을 제안하고 벨라는 세상을 탐험하러 떠난다. 집안에만 머물던 벨라의 눈에 세상은 경이롭다.

영화는 란티모스 감독 특유의 동화적이면서 기괴한 에너지를 러닝타임 내내 내뿜는다. 초현실적인 비주얼의 세계가 눈길을 사로잡는 가운데 여성의 몸을 억압하는 사회를 향한 지독한 풍자가 통쾌함을 선사한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벨라 역의 엠마 스톤이다. 그는 어른의 몸에 아기의 지력을 지닌 존재에서 세상의 모순을 깨닫고 바꾸려는 인물에 현실감을 불어넣는다. 여우주연상의 유력 후보이기도 하다.

스코틀랜드 작가 알라스데어 그레이의 동명 소설이 원작이다. 지난해 열린 제80회 베니스 국제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수상했다.

13일 개봉을 앞둔 <메이 디셈버>는 각본상 부문에 후보로 올라 있다. <파 프롬 헤븐>(2002), <캐롤>(2015) 의 토드 헤이즈 감독 작품이다.

야심 넘치는 배우 엘리자베스(나탈리 포트만)는 그레이시(줄리안 무어)와 23살 어린 남편 조(찰스 멜튼)의 집을 찾는다. 두 사람은 20여 년 전 미국을 떠들석하게 만든 로맨스의 주인공. 이들을 주인공으로 한 영화에서 그레이시를 연기하게 된 엘리자베스가 캐릭터 연구를 위해 부부의 집에 머물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30대 여성-10대 소년의 관계라는 파격적 소재가 가장 먼저 눈길을 끈다. 그러나 영화는 부부의 일상에 엘리자베스가 끼어들면서 세 사람 안에 생기는 심리적 균열에 집중한다. 현실을 영화 안으로 끌어들이는 일이 품은 역설과 한계에 관한 이야기로도 보인다. 부서질 듯 말듯 속을 알 수 없는 여성 그레이시, 야심 가득한 배우 엘리자베스를 표현한 줄리안 무어와 나탈리 포트만의 연기가 돋보인다. 헤인즈 감독의 섬세한 연출은 이번에도 유효하다.

아카데미 시상식 각본상 부문 후보인 토드 헤이즈 감독의 <메이 디셈버>가 13일 개봉한다. 판씨네마 제공
한국계 캐나다인 셀린 송 감독의 <패스트 라이브즈>. CJ ENM 제공

각본상·작품상 부문 후보인 <패스트 라이브즈>는 지난 6일부터 관객과 만나고 있다. 어린 시절 헤어진 두 남녀가 24년 만에 뉴욕에서 재회하면서 벌어지는 이틀 간의 이야기다. 한국계 미국인 배우 그레타 리가 열두 살에 캐나다로 이민을 떠나 나영(노라)를, 한국 배우 유태오가 첫사랑 나영을 찾아 뉴욕으로 향하는 해성을 연기한다.

디아스포라와 첫사랑이라는 두 소재가 교차하며 미묘하고도 진폭이 큰 감정을 빚어낸다. 한국계 캐나다인 셀린 송 감독(36)은 데뷔작인 이 작품을 통해 세계적 거장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한국의 최대 투자배급사인 CJ ENM과 떠오르는 미국 제작사 A24이 합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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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ttps://www.khan.co.kr/culture/culture-general/article/202403031730001

최민지 기자 mi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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