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상업 영화 35편 중 여성 감독 작품은 '교섭' 단 '1편'

CBS노컷뉴스 최영주 기자 2024. 3. 7.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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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요약
순제작비 30억 원 이상 상업 영화 35편 중 여성 감독 연출 영화는 단 1편
상업영화 속 여성 촬영감독은 2022년 이어 여전히 '0명'
영화 속 여성 캐릭터 활약 늘었지만 고정관념은 여전
여성 주연 활약은 돋보였으나 나머지 직종 성비 불균형은 계속돼
상업 영화 고예산‧남성 중심 지속
여성의 상업 영화 진출 및 다양성 재현은 퇴보
2023년 순제작비 30억 원 이상 상업 영화 35편 중 유일하게 여성 감독이 연출한 작품인 임순례 감독의 '교섭' 포스터.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
지난해 개봉한 제작비 30억 원 이상 상업 영화 35편 중 여성 감독이 연출한 작품은 임순례 감독의 교섭' 단 1편뿐인 것으로 나타나며 성비 불균형이 계속되고 있음을 드러냈다.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는 세계 여성의 날(매년 3월 8일)을 맞아 '2023년 한국 영화 성인지 결산'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개봉한 한국 영화 183편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여성 감독 49명(22.8%) △제작자 77명(24.8%) △프로듀서 71명(31%) △주연 81명(40.7%) △각본가 67명(30.7%) △촬영 감독 18명(8.1%) 등 지난해와 비교해 감독·제작자·각본가가 증가하고, 프로듀서·주연·촬영 감독이 감소했다.

영화진흥위원회 제공

순제작비 30억 원 이상 상업 영화 35편만을 살펴보면 △여성 감독 1명(2.7%) △여성 제작자 22명(23.9%) △여성 프로듀서 13명 (23.6%) △여성 주연 9명(25.7%) △여성 각본가 12명(21.8%)으로 지난해 대비 제작자·프로듀서·주연이 증가하고 감독·각본가 수가 감소했으며, 촬영 감독은 0명으로 지난해와 동일했다.

유일한 여성 감독의 상업 영화는 임순례 감독이 연출한 '교섭'으로, 국내 여성 감독으로는 처음으로 제작비 100억대가 넘는 액션 블록버스터 작품을 연출한 기록을 남겼다. 영진위는 "여성 감독들이 마주한 열악한 환경 속에서 상업 영화에서 유일하게 여성으로 이름을 올린 '교섭'의 임순례 감독의 활약은 더욱 의미가 깊다고 할 수 있다"고 의미를 짚었다.

그러면서 "전년도에 이어 2023년 순제작비 30억 이상 상업 영화에서 여성 촬영 감독이 전무한 결과는 여전히 여성 촬영 감독들의 활동이 상업 영화로 이어지지 못하는 불균형한 현실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공개된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오리지널 영화 7편을 분석한 결과 △여성 감독 및 촬영 감독 0명 △제작자 4명(50%) △여성 프로듀서 3명(37.5%) △여성 주연 5명(83.3%) △여성 각본가 1명(16.7%)으로, 지난해보다 여성 감독과 각본가 수는 감소한 반면 주연은 크게 늘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전(2017~2019년) 기간과 비교했을 때 전반적으로 모든 직종의 성비 불균형이 완화됐지만, 순제작비 30억 원 이상의 상업 영화에선 특히 감독, 프로듀서의 빈도와 비율이 줄고 촬영 감독은 0명에 그치는 등 불균형이 개선되지 않는 추세다.

영진위는 "지난해 팬데믹으로 개봉이 늦춰졌던 대작들이 연이어 개봉하며 고예산-남성 중심의 상업 영화가 주요 흥행작을 차지했다"며 "최근 몇 년간 독립‧예술 영화에서 여성 감독의 활약이 돋보이는 것에 비해, 고예산·상업 영화에 참여하는 인력의 성비 불균형은 계속되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영화진흥위원회 제공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흥행 영화 속 여성 캐릭터가 양적으로 증가했지만, 여전히 성별 고정관념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스크린 안에서 재현되는 성인지 캐릭터 분석을 위한 벡델 테스트(1985년 미국의 여성 만화가 엘리슨 벡델이 고안한 성평등 테스트) 및 스테레오타입 테스트(영화에 등장하는 여성 캐릭터의 전형성을 파악하는 7개 항목에 대한 테스트) 결과 흥행 30위 작품 중 벡델 테스트 통과 작품은 증가했고, 스테레오타입 테스트에 해당하는 작품 편수 또한 증가했다.

영진위는 "여성 캐릭터들이 양적으로는 증가했지만 서사적으로는 성별 고정관념을 벗어나지 못했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양성 테스트('성적 소수자, 장애인, 다양한 인종·종족·국가'에 해당하는 캐릭터를 대상으로 '등장 여부, 주인공 여부, 정형화나 편견에 도전하는지 여부'를 질문하고 각 항목에 차별을 두어 가점하는 방식으로 산출) 역시 수치는 2022년과 비슷했지만, 지난 5년 평균치보다는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영진위는 "2016년 이후 한국 영화 창작 인력과 서사의 성별 불균형은 다소 개선되는 듯했으나, 코로나 팬데믹 이후 퇴보하는 조짐을 보인다"며 "영화계 전반적인 투자가 축소되고 제작이 위축되고 있어 이러한 추세는 앞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한편 영진위는 2017년부터 한국 영화 산업 내의 성(性)평등 현황을 확인하고 정책의 기초 자료로 활용하기 위해 성인지 통계를 발표하고 있다. 스크린 밖 창작 인력에 대한 통계 분석과 스크린 안 캐릭터 분석을 통해 성별뿐 아니라 성 정체성, 인종, 국적 등 다양성 재현에 관한 연구를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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