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사태에도 간데없는 의원들[시평]

2024. 3. 7.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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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윤 한양대 정책과학대학 교수
34일 뒤 실시될 국회의원 선거
현 국회 행태 반면교사 삼아야
4대 덕목 갖춘 의원 선출 절실
첫째 요건은 헌법상 책무 이행
겸손하고 정직한 인품이 중요
국익 실현할 실력도 겸비해야

오는 5월 30일부터 임기가 시작되는 제22대 국회의원을 뽑는 선거가 불과 34일 앞으로 다가왔다. 국민이 원하는 의원상(像)을 나름대로 정리해 본다.

첫째, 헌법상 책무에 충실해야 한다. 국회의원은 지역구의 관점을 가지고 국가 차원에서 국정을 결정해야 한다. 나라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해야 한다. 번드르르한 개인적인 신념을 과시하거나, 다른 정치인을 저격하거나, 누구누구를 대통령으로 만들겠다는 패거리에 휩쓸리거나 큰돈을 모으려고 노력할 필요가 없다. 지역 유지들을 쫓아다니며 사회간접자본(SOC)을 구걸할 필요도 없다. 도로변에 내걸린 수많은 지역 숙원사업 공약은 지역엔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저 지역 정치인들에게 용돈을 쥐여주는 극소수의 지역 유지에게만 이득이 된다는 걸 국민은 잘 알고 있다.

둘째, 인품이 겸손해야 한다. 지역구민과 전문가들의 의견을 경청해야 한다. 선거철인 지금은 후보들이 길거리에서 두 손으로 악수를 청하며 머리를 조아릴 것이다. 하지만 당선된 뒤에는 모두가 거만해진다. 이렇게 되지 않는 가장 좋은 방법은, 국회의원의 삶이 지역구민과 같으면 된다. 우선, 본인의 수입을 줄인다. 필자 생각에는, 정책 비서 한 명만 남기고 나머지의 월급과 비용은 받지 않아야 한다. 기타 분수 이상으로 받는 돈은 지역 사회나 학교에 장학금으로 기부해도 된다. 매번 국회의원의 보수를 줄인다는 공약이 얼핏얼핏 비쳤지만, 한 번도 제대로 의제로 삼은 적이 없었기에 필자도 헛된 기대는 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렇게 본인의 삶이 지역구민과 유사한 수준이 되면 겸손함은 자연스러운 행태가 될 것이다.

셋째, 정직하게 승부를 걸어야 한다. 지역구의 인구 분포상 소득과 재산이 국가 평균 이하인 주민이 다수이다. 다수인 주민의 표를 얻기 위해서는 그들에게 도움이 되는 방법을 찾으면 된다. 장사가 잘 안되는 이유가 혹시라도 낙후된 화장실에 있다면 그 화장실을 개선할 방법을 상인들과 협의해서 찾으면 된다. 동네 학교의 학생들 수학 실력이 부족한데 타개책이 없다면, 교사·학부모들과 상의해서 우수한 수학 교사를 모셔 오거나 온라인 강의를 들을 수 있는 여건과 분위기를 만들도록 노력하면 된다. 결손가정 아이들을 보살피는 방법도 찾으면 된다. 소득 1분위에 있는 가구들을 찾아다니면서 그들의 인간다운 삶을 위해 필요한 조건들을 배우라. 이렇듯 지역구의 다수를 차지하는 어려운 주민들을 위해 헌신하면 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다. 그리고 사회적 공의(公義)도 자연스럽게 구현될 것이다.

넷째, 의원으로서 가장 필요한 역량을 갈고닦아야 한다. 타협을 촉진하는 실력이 그것이다. 이미 높은 수준으로 선진화·문명화·개인화한 우리 사회에서 국회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은 국민 간의 타협을 주선하고 꾸준히 호소하는 것이다. 지도·관리·통제·감독·엄벌하는 게 아니다. 나라 전체에서 이런저런 파열음이 나고, 사건·사고가 발생하고, 갈등이 도졌을 때 그간의 국회는 어정쩡한 법률이나 만들어 상황을 더 악화시키거나 상대에 대한 험담의 재료로 소비하고 말았다. 진실하게 국민에게 타협을 호소하고 힘들더라도 타협의 장에서 노력한 의원들은 보기 힘들었다. 몸이 아프거나 취약한 계층의 환자들을 극한의 공포에 밀어 넣는 작금의 의대 정원과 관련된 사태에서 국회는 아무런 기능도 하지 않고 있다.

모두 다 선거판에만 매달리는데, 그럴 바에는 월급을 내놔야 하는 건 아닌가. 우리 사회의 큰어른이셨던 고 김수환 추기경은 인도의 초대 총리 자와할랄 네루의 말을 인용하면서, 정치란 “국민의 뺨에서 흐르는 눈물을 닦아주는 것”이라고 했다. 당시에는 외력으로부터의 보호와 위로를 의미했다. 하지만 현대사회에서는 타협의 촉진과 실현을 의미한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시대적 요구를 잘 수행할 수 있도록 후보자 본인의 능력과 감수성을 수련해야 할 것이다.

이렇게 네 가지를 갖추면 반드시 훌륭한 국회의원이 될 것이다. 꼭 이번에 당선된다는 뜻은 아니다. 하지만 꼭 이번에라는 마음을 버려야 한다. 겸손하게 봉사하는 데 꼭 이번이어야 할 필요는 없다. 4년을 지역구에서 그렇게 지내면 다음에는 반드시 당선될 것이다. 그렇게 믿고 한번 해 보자.

김태윤 한양대 정책과학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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