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 STX중공업 기업결합 신청에 조선업계 “경쟁제한 우려” 의견

이현승 기자 2024. 3. 7.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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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현대 중간 지주사, 작년 STX중공업 인수 계약
공정위 의견청취 나서자 “경쟁 제한 우려” 접수
“선박엔진 1위와 3위간 결합...일부 부품은 점유율 100%”
민간3사로 재편된 조선업계...HD현대vs한화 신경전

HD현대의 조선 중간 지주사 HD한국조선해양이 선박엔진 제작업체 STX중공업을 인수하기로 하고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에 기업결합을 신청하자, 조선업계에서 “경쟁 제한이 우려된다”는 의견을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공정위는 기업결합 심사 과정에서 이해관계자의 의견 등을 종합해 승인할 지 여부를 결정할 전망이다.

HD현대중공업이 국내 최초 독자 기술로 개발한 '힘센엔진(HiMSEN)'의 누계 생산 1만5천대를 달성했다고 1월 29일 밝혔다. / HD현대 제공

6일 조선비즈 취재를 종합하면, HD한국조선해양이 작년 7월 STX중공업 지분 35%를 813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맺은 것과 관련해 공정위에 “선박 대형엔진, 중형엔진 모두 1위인 HD현대중공업 엔진기계사업부와 3위인 STX중공업이 결합하면 경쟁 제한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는 취지의 의견서가 제출됐다. 선박엔진의 주요 부품인 크랭크샤프트의 경우 두 회사의 시장점유율이 100%에 육박한다는 사실도 언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조선업계는 작년 한화그룹이 2조원을 투입해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한 후 민간기업 3강 구도로 재편됐다. 산업은행이 관리하던 대우조선해양이 한화그룹 품에 안기고 한화오션으로 새롭게 출범하면서 HD현대, 삼성중공업과 공적자금 지원 없이 공정한 경쟁을 할 토대가 만들어졌다는 분석이 나왔다.

3사 중 HD현대와 한화오션은 선박엔진 시장을 두고 경쟁에 불이 붙었다. 선박엔진은 건조 원가의 10%를 차지해 자체 제조 능력을 갖췄는지 여부에 따라 조선사 수주 단가와 수익성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선박엔진 시장은 HD한국조선해양이 세계 점유율 1위를 수십년간 지키고 있고 HSD엔진, STX중공업, STX엔진이 뒤따르고 있다.

그런데 한화그룹이 작년 2위 회사인 HSD엔진을 인수하면서 선박엔진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몇달 뒤 HD한국조선해양이 3위 회사인 STX중공업을 인수하는 계약을 맺었다. 한화그룹의 HSD엔진은 공정위 기업결합 심사 승인을 받았고, HD한국조선해양의 경우 심사가 진행 중이다.

두 회사의 경쟁은 여러 방면에서 격화하고 있다. 특수선 사업 부문이 대표적이다. 한화오션은 지난 4일 HD현대중공업을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고발했다. 한화오션은 HD현대중공업 직원들이 유죄를 받았던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개념설계 보고서 유출 사건에 HD현대중공업 임원진이 개입했다며 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앞서 HD현대중공업 직원들은 KDDX 사업 등과 관련한 군사기밀을 몰래 취득해 회사 내부망을 통해 공유, 군사기밀보호법을 위반한 혐의로 지난해 11월 유죄판결을 받았다. 지난달 방위사업청은 계약심의회에서 HD현대중공업의 KDDX 사업 입찰 가능 여부를 논의한 결과 ‘행정지도’로 결론을 내며 입찰 자격을 제한하지 않았다. HD현대중공업은 이미 방사청 입찰 당시 보안 감점(-1.8점)을 받았다. 입찰 참가 제한 제재를 받으면 일정 기간 해군 함정 사업에 참여할 수 없어 두 회사는 날 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공정위는 기업결합 심사를 통해 승인, 불승인, 조건부 승인을 내린다. 그동안 공정위의 심사 경향을 보면, 경쟁 제한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하면 불승인 하기보다 영업활동에 조건을 걸거나 특정 사업 부문을 매각하라고 하는 시정조치를 내리는 방식으로 조건부 승인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렇게 판단하는 과정에서 공정위 내부 분석 뿐 아니라 업계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반영해 결정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조건부 승인 사례로는 작년 4월 한화그룹의 대우조선해양 인수가 있다. 공정위는 함정 부품 시장 독점·유력 사업자인 한화와 잠수함 시장 1위인 대우조선해양이 결합하면 경쟁사에 차별적으로 부품 가격을 제시해 공정한 경쟁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 또 함정 부품 차별 제공, 경쟁사 영업비밀 계열사 제공 우려 등도 제기했다. 이에 3년간 한화가 함정 부품 견적 가격을 차별하거나 경쟁사가 방위사업청을 통해 함정 탑재장비 기술정보를 요청했을 때 부당하게 거절하지 못하도록 했다. 입찰 과정에서 알게 된 경쟁사 영업비밀도 계열사에 제공하지 못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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