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중로 벚꽃부터 백련사 동백숲까지… 꽃길만 걷게 해줄게

박경일 기자 2024. 3. 7.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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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 봄 ‘꽃 나들이’ 가이드
천리포수목원 871종 목련, 빨갛게 하얗게 산책길 수놓아
청태산자연휴양림, 복수초·노루귀·괭이눈 등 야생화 천국
여의도 벚꽃축제 27~31일 결정… 개화 상황따라 바뀔 수도

봄날 나들이의 최고는 ‘꽃구경’이다. 긴 겨울을 견디고 피어나는 화사한 봄꽃은 감동적이다. 올해는 꽃소식이 이르다. 벌써 남녘에는 매화가 후드득 피어나고 있으니 올해는 봄꽃을 길게 볼 수 있을 모양이다. 호젓한 여행지부터 고즈넉한 자연휴양림과 북적이는 봄꽃축제까지, 봄꽃의 정취를 만끽하며 나들이 가볼 만한 곳들을 골라봤다.

# 영춘화에서 목련까지…천리포수목원

이른 봄날의 꽃 감상을 목적으로 여행을 준비하고 있다면 전국 수목원 중에서 충남 태안의 천리포수목원이 단연 ‘원톱’이다. 천리포수목원에는 크로커스, 영춘화, 매화 등 본격적인 봄꽃이 만개했다. 가장 먼저 눈길을 끄는 건 수목원 산책로를 따라 피어난 보라색, 흰색, 노란색 크로커스. 붓꽃과인 크로커스는 외래종 식물 중에서 가장 먼저 꽃을 피우는 봄꽃이다. 선명한 색감으로 보는 이들의 마음까지 화사하게 만든다.

긴 가지 끝에 노랗게 피어난 영춘화(迎春花)는 이름 그대로 ‘봄을 맞이하는 꽃’이다. 산책로 울타리를 따라 노랗게 피어났다. 구불구불한 가지가 승천하는 용을 닮았다고 해서 ‘토르토우스 드래곤’이라 이름 붙여진 매실나무도 이제 매화꽃을 하나둘 터뜨리기 시작했다. 정원에서는 작고 흰 꽃을 보석처럼 달고 있는 설강화를 볼 수 있다. 늦겨울에 개화를 시작하는 설강화는 밤에는 꽃잎을 오므리고 기온이 오르는 낮에는 활짝 꽃을 피운다. 꽃이 풍성하게 피는 모습으로 한 해 농사를 점쳐왔다고 알려진 풍년화는 지금이 한창이다.

사실 천리포수목원에서 최고의 봄꽃이라면 단연 목련. 목련은 천리포수목원을 대표하는 명물이다. 천리포수목원에는 자그마치 871종의 목련이 있다. 천리포수목원은 해마다 봄이면 목련축제를 여는데, 올해 축제는 예년보다 일주일쯤 이른 오는 29일부터 4월 21일까지 열린다.

# 조금 늦은 꽃소식…강진 백련사 동백

전남 강진의 백련사는 이른 봄 동백으로 이름난 곳이다. 도암면 만덕산의 백련사 주변 3㏊의 숲에 1500여 그루의 동백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 이만한 동백숲은 많지만, 백련사의 동백숲만큼 굵은 동백나무들이 군락을 이룬 곳은 흔치 않다. 지름이 20∼30㎝, 평균 키가 7m쯤 된다. 동백군락으로 들어가서 서면 숲에 드리운 그늘이 하늘을 가려 한낮에도 어둑어둑할 정도로 울창하다. 백련사 동백숲은 전체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됐다. 여기 백련사를 포함해 동백 관련 천연기념물은 광양 옥룡사, 나주 금사정 등 8곳에 불과하다.

겨울 동(冬)자를 쓰지만, 백련사의 동백(冬栢)은 봄에 핀다. 강진군은 당초 이른 개화를 예상하고 2월 23일부터 지난 3일까지 강진청자축제 개최시기에 맞춰 백련사 동백축제를 열었는데, 잦은 비에다 꽃샘추위로 개화가 늦어지는 바람에 축제 때는 동백꽃을 거의 볼 수 없었다. 만개한 동백을 기대했던 관광객들은 먼저 핀 백련사 경내의 홍매화만 보고 아쉬워하며 돌아갔다. 축제가 끝난 지금은 동백 개화율은 30∼40% 남짓. 사실 백련사 동백은 만개한 모습도 좋지만, 모가지째 떨어진 동백꽃이 붉은 카펫처럼 낭자하게 바닥을 물들이는 모습이 가장 극적이다.

# 야생화에 벚꽃까지…국립자연휴양림

국립자연휴양림은 어디든 봄꽃 명소다. 근사한 자연 속에 조성한 휴양림이니 봄꽃을 볼 수 없는 곳이 어디 있을까. 그래도 다른 휴양림보다 이르게 핀 봄꽃을 먼저 볼 수 있는 휴양림이 따로 있다. 국립자연휴양림관리소로부터 전국 45개 휴양림 중에서 봄꽃이 아름다운 곳을 추천받았다.

휴양림에서 보는 대표적인 봄꽃이 야생화다. 언 땅을 뚫고 나와 가장 먼저 봄을 알리는 야생화는 대개 산중에서 피어나 찾기가 쉽잖은데, 휴양림 인근 숲 속이나 등산로에서는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야생화를 사진에 담거나 탐방을 하는 동호인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휴양림은 경기 가평의 유명산휴양림과 강원 홍천의 삼봉휴양림. 인제의 방태산휴양림과 경기 양평의 산음자연휴양림, 강원 횡성의 청태산자연휴양림도 인기가 높다. 이들 휴양림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야생화는 복수초를 비롯해 노루귀, 꿩의 바람꽃, 처녀치마, 괭이눈 등이다.

경북 봉화의 청옥산자연휴양림과 청주의 상당산성자연휴양림은 봄이 무르익으면 진입로부터 무더기로 피어나는 노란 개나리가 명물이다. 양평의 중미산자연휴양림과 강원 정선의 가리왕산자연휴양림은 4월로 들어서면 진달래가 무더기로 피어나서 화전만들기 체험 등의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봄의 절정의 시기에 피는 벚꽃은 명소마다 행락객들로 붐비지만, 자연휴양림에서 감상하면 호젓하게 즐길 수 있다. 벚꽃이 풍성하게 피어나는 명소로 꼽히는 자연휴양림은 충남 서산의 용현자연휴양림, 강원 춘천 용화산자연휴양림, 경북 영덕 칠보산자연휴양림, 전북 진안 운장산자연휴양림, 충남 서천 희리산해송자연휴양림 등이다.

# 갈팡질팡 봄꽃축제…매화·벚꽃

올해는 봄꽃축제를 여는 지자체의 고심이 깊다. 봄꽃 피는 시기를 좀처럼 짐작하기 어려워서다. 당초 올해 개화 시기가 예년보다 크게 빨라질 것으로 예상됐지만, 꽃샘추위에다 흐린 날이 많고 비까지 잦아 지금은 꽃소식 북상이 주춤한 상황이다. 가장 먼저 봄꽃 축제의 시작을 알리는 전남 광양의 광양매화축제는 8일부터 17일까지 열린다. 축제 시작일쯤 예상 개화율이 70%쯤이니 그런대로 잘 맞춘 셈이다. 축제 첫 주말인 9일과 10일이 꽃이 절정일 것으로 예상된다. 인근 구례의 산수유축제는 광양매화축제보다 하루 늦은 9일 개막하지만, 예년보다는 이틀이 앞당겨졌다. 꽃소식이 빨라지자 진해군항제도 개최 시기를 22일부터 4월 1일까지로 당겼다가 꽃샘추위와 일기불순 등의 영향인지 다시 행사개막일을 23일로 미뤘다.

가장 고심하고 있는 곳이 서울이다. 작년에 벚꽃이 다 지고 난 뒤에 벚꽃축제가 열리는 ‘참사(?)’를 경험한 탓에, 영등포 여의도 봄꽃축제와 석촌호수 벚꽃축제 개최 시기를 확 당기기로 했다. 일단 오는 27일부터 31일까지로 개최 시기를 잠정 결정한 상황. 하지만 개화상황에 따라 축제 개최 시기를 바꿀 수도 있다.

박경일 전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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