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화 "뮤지컬 데뷔 20주년, 여전히 갈길 멀기에 이를 악물죠"
(서울=연합뉴스) 최주성 기자 = "'노트르담 드 파리'에는 1천번 넘게 공연한 댄서, 콰지모도 역으로 300회 출연한 윤형렬 씨까지 존경스러운 분들이 많아요. 뮤지컬 무대에 데뷔한 지 20년이 됐지만 저는 여전히 갈 길이 멀다고 생각합니다."
배우 정성화에게 뮤지컬 배우로 활동한 지난 20년은 겸손의 중요성을 배우는 시간이었다.
SBS 공채 코미디언으로 데뷔한 그는 슬럼프에 빠져있던 2004년 뮤지컬 '아이 러브 유'를 만나 새로운 길을 찾았다. 첫 공연 날의 함성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는 그는 '영웅', '레미제라블' 등 대극장 주연 배우로 올라선 뒤에도 겸손함과 절실함을 잃지 않으려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에 출연 중인 정성화는 6일 서울 강남구 오드포트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지금도 무대 위에서 발전하기 위해 이를 악물어야 한다는 생각은 철칙처럼 지키고 있다"며 "이번 작품에서도 내가 최고는 아니라는 생각, 겸손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정성화는 이번 공연에서 굽은 등과 흉측한 외모를 지닌 노트르담 대성당의 종지기 콰지모도를 연기한다. 사랑하는 여인 에스메랄다를 향한 마음을 표현하지 못하는 비극적인 인물인 만큼 관객들이 연민을 느낄 수 있도록 표현에 공을 들였다.
그는 "인물의 추한 이미지를 관객에게 그대로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며 "대사도 알아들을 수 있는 선에서 어눌하게 발음했고, 한쪽 눈을 감고 다니는 캐릭터라 입도 더 일그러뜨려 표정을 지었다"고 설명했다.
작품 첫 출연인 그는 같은 배역의 윤형렬에게 큰 도움을 받았다며 고마움을 표했다. 콰지모도의 굽은 등을 묘사하는 과정에서는 낮은 자세를 유지하는 법을 배우려 댄서들의 조언을 받기도 했다.
정성화는 "콰지모도의 제스처나 연출적인 부분에서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 많았는데, 윤형렬이 제일 많은 도움을 줬다"며 "무대에서 몇 걸음이나 움직여야 하는지, 어떤 점을 주의해야 하는지 세세하게 알려줘 참 고마웠다. 그런데도 여전히 어려워서 혼란을 겪긴 했다"며 웃었다.
댄서들에 관해서는 "댄서들과 연습하며 무릎을 보호하는 법을 배웠는데, 태릉선수촌에 와 있는 기분이 들었다. 매 공연 어려운 안무를 열정적으로 소화하는 모습을 보며 무대에 서는 태도를 돌아보기도 했다"고 말했다.
연기에 있어서는 뮤지컬 '영웅'에서 맡았던 안중근의 이미지가 혹여나 작품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까 주의했다. 배우가 무대에서 표현하려는 바와 관객이 받아들이는 바가 다를 수 있다는 점을 알게 된 뒤로 연기도 세심해졌다.
정성화는 "'노트르담 드 파리' 넘버를 부르는 영상에 독립운동을 향한 마음을 표현한 것 아니냐는 댓글이 달리니까 선입견이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대표작이 있다고 해도 다른 작품에서는 대표작이 떠오르지 않게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콰지모도라는 인물로 감동을 주기 위해 에스메랄다를 향한 감정을 더 드러내고 연기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고 덧붙였다.
10여년 전 처음 작품을 감상한 뒤로 늘 출연을 꿈꿨다는 그는 무대에 설 때마다 작품이 주는 에너지를 만끽하고 있다.
"무대 위에 선 배우도, 관객도 음악을 즐길 수 있는 공연은 이번이 처음이에요. 음악이 가진 에너지 덕분에 빨리 무대에 다시 서고 싶다는 생각이 들죠. 많은 사랑을 받는 이유도 작품이 주는 에너지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작품으로 꿈 하나를 이뤘다는 그의 목표는 앞으로도 끊임없이 발전하는 배우가 되는 것이다.
영화 '영웅'에서 주연으로 활약했던 경험을 살려 뮤지컬 영화에 한 번 더 출연하겠다는 새로운 목표도 생겼다.
"무대에서 환호성과 박수를 받을 자격이 있는 배우가 되기 위해 늘 애쓰고 있어요. 어떤 무대에 서든 관객들에게 더 다가가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노트르담 드 파리' 서울 공연은 이달 24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계속된다.
cj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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