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팍·아서포' 건설한 이 종목…"현금부자, 저평가 과할 정도"
[편집자주]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 도입을 계기로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오히려 프리미엄으로 전환할 것이란 전망이 잇따릅니다. 짠물배당, 소액주주에게 불리한 지배구조 재편, 밸류트랩 같은 주가 역선택 등 고질적인 문제가 해결되면 한국 기업들의 본질가치가 재조명되고 주가수준도 한단계 레벨업 될 것입니다. 새로운 가치를 인정받을 밸류업 종목들의 현황과 디스카운트 요인을 면밀히 분석해보겠습니다.
아크로서울포레스트(아서포), 아크로리버파크(아리팍). 부동산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도 한 번쯤은 들어봤을 법한 아파트 이름이다. 국내에서는 국회의사당, 경부고속도로, 세종문화회관을 해외에서는 세계 최장 현수교인 튀르키예 차나칼레 대교를 시공한 DL이앤씨의 작품이다. 국내 100대 건설사 중 가장 오래된 80년이 넘는 업력뿐 아니라 그에 걸맞은 기술력을 갖춘 덕택에 아파트 재건축 시장부터 해외 플랜트 사업에 이르기까지 수요가 끊이질 않는다.
하지만 DL이앤씨 주가 상황은 좋지 않다. 시가총액은 DL이앤씨가 보유한 현금에 채 미치지 못한다. DL이앤씨 탓이라기보다 경쟁업체들의 부실 공사로 건설업 전반의 투심이 악화됐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고금리가 이어지며 건설 경기도 좋지 못해 건설주 전반이 시장에서 소외됐다고 보는 게 더 정확하다.
DL이앤씨는 2021년 1월 대림산업이 영위하는 사업 중 건설사업 부문을 인적 분할해 재상장됐다. 6만6606원에 상장 후 주가는 우상향하며 8만원을 목전에 뒀으나 넘어서진 못했다. 고금리 여파와 1군 건설사들의 연이은 부실 공사가 DL이앤씨의 발목을 잡으며 고점 대비로는 50% 넘게 빠졌고, 상장 첫날과 비교해도 40% 가까이 하락했다.
하지만 증권가에서는 DL이앤씨에 주목한다. 고공 행진하던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1년 8개월 만에 3%대로 떨어졌다. 신축 분양 경기와 구축 실거래 경기는 점차 개선될 전망이다.
김세련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DL이앤씨는 우량한 현금과 낮은 주가순자산비율(PBR)을 가진 요즘 시장에 부합하는 종목"이라며 "보수적인 사업 기조로 프로젝트파이낸싱(PF) 보증채무 리스크도 없고, 현 주가 레벨인 Forward PBR 0.4X 배는 과거 분할 전 대림산업의 역사적 저점 수준에 불과해 추가 업사이드가 상존한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DL이앤씨의 PBR은 0.32배다. 통상 1배를 기준으로 PBR의 높고 낮음을 평가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극심한 저평가 구간에 속한다. 삼성엔지니어링(1.42배), 현대건설(0.47배), 대우건설(0.40배) 등 동종업계 경쟁사와 비교해도 낮다. 시가총액은 1조3000억원으로 지난해 3분기 기준 현금 및 현금성 자산 1조6000억원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지난해 10월에는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자회사이며 같은 건설사업을 영위하는 DL건설을 상장 폐지하겠다는 결정을 내려 이목을 끌었다. 사업부를 물적분할한 뒤 재상장해 주주가치를 훼손하는 경우가 빈번했던 국내 증시에서 이중 상장 구조를 해소하겠다는 DL이앤씨의 결정은 돋보였다. 메리츠 증권은 금번 주식 교환을 통해 DL이앤씨가 800억원 정도의 가치를 재평가받을 것으로 분석했다. 두 회사가 보유한 순현금은 약 1조원(DL이앤씨 7000억원·DL건설 3000억원)을 웃돈다.
지난해에는 아람코가 투자하는 국내 최대 석유화학 프로젝트인 샤힌프로젝트를 수주하기도 했다. 이산화탄소 포집 및 활용·저장 설비(CCUS) 사업도 추진하고 있고, 미국 소형모듈원전(SMR) 개발사인 엑스에너지(X-Energy)에도 전략적 투자를 결정했다.
2019년 이래 DL이앤씨는 건설업종 내에서 최고 수준인 신용등급 AA-를 유지하고 있어 필요자금도 안정적으로 조달할 수 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지난해 12월 DL이앤씨에 대해 "총차입금을 크게 상회하는 현금성 자산을 보유해 차입 부담이 매우 낮은 수준"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일각에서는 보유하고 있는 자사주에 대한 소각이 필요하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신동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매입한 자사주의 목적과 활용 계획은 정해진 바 없다"며 "자사주 매입으로 자기자본이익률(ROE)을 상승시킬 수는 있겠으나 확실한 활용 방안이 정해지기 전에는 밸류에이션 멀티플 상향으로 이어지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김창현 기자 hyun15@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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