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복의 백세시대 음식보감] 봄철, 입맛을 되찾아 주는 `냉이`

2024. 3. 6. 1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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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해복 장수한의원 원장

몸에 좋은 씀바귀, 달래, 취나물, 쑥 등의 봄나물이 많지만 봄을 알리는 식물 가운데 '냉이'를 빼놓을 수 없다. 흔히 냉이 하면 아지랑이 피는 따뜻한 밭두렁에서 나물 캐는 시골 아낙네와 대바구니가 연상되는 봄과 아주 잘 어울리는 식물이다.

냉이는 무나 배추와 같은 십자화과에 속해 있는 식물이다. 한자어로는 제(薺), 제채(薺菜)라 표기한다. 지방에 따라서 나상구, 나생이, 나중개, 나시, 애이 등으로 불리는 2년생 풀이다. 길가나 밭, 논두렁에 흔히 볼 수 있다.

조선 고종 때 혜암(惠庵) 황도연(黃度淵) 선생이 지은 '방약합편'(方藥合編)에 '냉이는 맛이 달고 성질은 따뜻하다. 눈을 밝게 고치며, 오장을 순조롭게 하고 위(胃)를 조화하고, 태운 것은 이질을 다스린다'고 적혀 있다.

16세기 중국 명나라 때 이시진(李時珍)이 펴낸 약학서인 '본초강목'(本草綱目)에선 '냉이의 종류를 크기에 따라 분류하고 잎과 꽃과 줄기가 모두 작은 사제(沙薺)가 맛이 가장 좋다고 하였으며, 줄기가 단단하고 털이 있는 것을 석명이라고 하는데 맛이 매우 좋지 않다고 하였다. 특히 냉이 죽은 눈을 밝게 하고 간을 돕고 뿌리와 잎을 태워 재로 만들어 백리(白痢)를 치료하는데 뛰어난 효과가 있다'고 쓰여져 있다.

명의별록(名醫別綠)에 의하면 '냉이는 간기(肝氣)를 도우며 화중(和中)시킨다'고 했다. 또한 천금요방(千金要方) 식치편(食治篇)에서는 '냉이는 독을 제거시키며 뿌리는 눈의 통증을 가라 앉힌다'고 적혀 있다.

요즘 나오는 냉이의 여린 순과 뿌리로 요리한 나물과 구수한 된장국은 봄철 별미의 하나로 입맛을 돋우는 데 최고다. 냉이는 처음에 싹이 돋아날 때는 향기가 진하지만 줄기가 나고 꽃이 피면 향기는 약해진다. 따라서 나물이나 무침으로 먹을 때는 어린 냉이를, 국에 넣을 때는 어느 정도 자란 냉이를 넣어도 된다.

냉이는 오래 끓일수록 향이 진해지므로 푹 끓여 국으로 먹는 것이 좋다. 냉이는 황꽃새냉이, 황새냉이, 좁쌀냉이, 미나리냉이, 싸리냉이 등 종류가 많으나 모두 식용이나 약용으로 쓴다. 음식으로 맛도 있지만 약효도 뛰어난 약초의 하나다.

실제로 냉이의 쓴맛이 소화효소의 분비를 왕성하게 해 소화를 도와주며 위나 장을 튼튼하게 한다. 한방에서 쓴맛은 흩어진 기운을 견고히 하며, 열을 내리고 습(濕)한 기운을 맑게 한다.

또 갑작스러운 기온 상승으로 모세혈관이 확장되어 얼굴이 화끈거릴 때도 쓴맛이 몸의 과도한 열을 내린다. 그리고 쓴맛은 입맛이 없을 때 잃었던 입맛을 되찾게 해주는 고미건위제(苦味健胃劑) 이기도 하다.

냉이는 야채임에도 채소 중에서 단백질 함량이 가장 많고 칼슘과 철분 등 무기질 함량이 풍부하다. 따라서 소화기관이 약하고 몸이 허약한 사람, 생리가 불순하거나 출혈 환자에게 좋다.

최근의 연구에 따르면 냉이 전초(全草)의 추출물은 강력한 지혈작용(止血作用)이 있어서 자궁출혈, 폐출혈(각혈), 위장출혈 등의 지혈제로 사용된다. 치료효과는 신선한 것일수록 좋다. 또 수렴작용이 있어 냉이의 말린 뿌리와 잎을 태워 가루를 내 설사에 쓰기도 하며, 혈압을 떨어뜨려 고혈압환자의 영양식으로도 좋다.

냉이나 냉이의 씨를 오래 먹으면 눈이 밝아지고 안구의 피로를 덜어 준다. 요즘 컴퓨터나 휴대폰 모니터를 많이 보고 지내서 눈이 쉬 피로해지고 충혈되거나, 안구 건조증이나 안구 통증으로 고생하는 분들이 많다. 이 경우 어린 냉이를 뜯어 데쳐서 나물로 만든 냉이무침이나 냉이된장국, 냉이를 넣고 끓인 냉이 죽을 먹으면 도움이 되겠다.냉이와 같은 봄나물은 강한 생기를 지녀 자연이 인간에게 선사하는 훌륭한 선물이다. 봄에 나타나는 피곤하고 나른한 증상인 봄철 불청객 춘곤증(春困症)을 봄나물로 극복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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