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축구팬 심금 울린 임민혁 “‘실패한 선수’ 시선 있겠지만 노력했고, 행복했다”

이선명 기자 2024. 3. 6. 16:37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은퇴를 알리는 심경글로 많은 누리꾼들의 지지를 얻은 임민혁. 천안시티FC 제공



은퇴를 알리는 한 선수의 글이 주목 받았다. “완벽하지도, 위대하지도, 아주 훌륭하지도 않았지만 정정당당했다”는 선수의 글은 축구 팬들의 심금을 울렸다. 시즌을 앞두고 천안시티FC에서 은퇴한 임민혁의 이야기다.

임민혁은 지난 1일 인스타그램에 “서른 즈음 되면 대충 안다. 세상에는 간절히 원해도 이뤄지지 않는 것이 있다는 것을”이라며 “포기하지 않고 끝내 쟁취하는 것도 훌륭한 일이지만 훌륭함 만이 삶의 정답은 아니기에 한치의 미련 없이 떠나본다”고 적었다.

이어 “저의 축구 인생은 완벽하지도, 위대하지도, 아주 훌륭하지도 않았지만 정정당당하게 성실히 땀 흘려 노력하는 사람이 대접받는 멋진 세계에서 멋진 사람들과 호흡하고 내 삶의 자부심을 가지고 살아온 사실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저는 더 놀고, 일하고, 사랑하고, 연대하면서 새 인생을 살아갈 것이다. 여기저기 축하 만세 소리가 들리는 듯 하다. 모두들 감사했고 잘 머물다 간다”며 글을 마무리했다.

은퇴의 순간을 담담한 감정으로 풀어 낸 임민혁의 해당 글은 축구 팬들의 지지를 따냈다. ‘어느 무명 은퇴 선수의 글’이라는 제목으로 축구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 확산됐고 누리꾼들의 응원 세례를 이끌었다. 그의 필력 또한 화제에 올랐다.

임민혁은 6일 본지에 “원래 책 읽는 걸 좋아했고 글쓰기도 이제 취미로 하고 있었다”며 “책을 쓰고 싶은 욕심이 있어 글을 읽고 쓰고 하다보니 그런 소감문이 나온 것 같다”고 했다.

또한 “은퇴는 갑자기가 아니라 계획적으로 준비했다. 서른 살이 될 때까지 별 활약이 없다면 은퇴를 하겠다라는 마음을 가지고 가벼운 마음으로 썼는데 좋은 반응을 보여주셔서 감사하다”고 했다.

임민혁의 선수 생활 중 가장 기억나는 장면은 가장 어려웠던 순간 활약한 때다. 전남드래곤즈에서 후보에 머무르며 4년 동안 출장 기회가 없었던 임민혁은 2022년 8월 13일 광양 축구전용구장에서 진행된 하나원큐 K리그2 2022 32라운드 FC안양전에 출격 기회를 얻었다. 주전 수문장 김다솔의 부상으로 이뤄진 출장 기회였고 2골을 내주며 경기 또한 2-2 무승부에 그쳤지만 임민혁은 “4년이란 시간을 긴 터널이라도 분명 끝이 있다는 생각으로 버텼다”며 눈물을 보인 과거가 있다.

임민혁은 현재에도 당시 상황을 자신의 프로 생활 중 극적인 순간으로 회상했다. 그는 “경기는 비록 비겼지만 출전 기회를 얻으면서 뭔가 앞으로 이렇게 살아도 되겠다는 자신감 같은 걸 얻어 제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된 것 같다”고 했다.

임민혁은 그간 훈련으로 다져진 독서와 글쓰기로 ‘프로 작가’에 도전할 계획이다. 그는 “저 처럼 보통사람들에 대한 글을 쓰고 싶다. 이번 은퇴 심경글 또한 보통 사람들이 열심히 노력하고 그 속에서 만족을 찾는 것들이 공감을 얻은 것 같다”며 “우리 모두가 세상에서 1등이 될 순 없다. 2등도, 3등도 인생을 살아야 한다. 모두가 각기 다른 방식으로 자신의 일에 의미를 찾는 과정을 이야기 해보려 한다”고 했다.

이와 함께 “저는 한 번도 스포트라이트를 받아본 적이 없는 선수였다. 남들이 보기에 실패한 선수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저는 단 한 번도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없다. 저는 제 생활에 항상 만족했고 저 나름의 방식대로 노력을 했고 그렇기에 은퇴를 결심한 때도 노력할 만큼 노력해 속 시원했다. 이런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를 책으로 풀어내고 싶다”고 했다.

임민혁은 글쓰기 뿐 아니라 남은 학업을 마친 뒤 새로운 도전 또한 결심했다고 한다. 그는 “고려대학교에서 남은 학업을 1년 정도 마무리할 것 같고, 후에 한국프로축구선수협회에서 활동하고 싶다. 뭔가 주목받지 못한 은퇴 선수들에게 다른 길을 열어주고 싶다. 선수들이 은퇴하면 지도자 외 다른 길이 없어 막막함이 있다. 이런 것들에 대해 제도나 법을 정비하는 일을 해보고 싶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노력할 만큼 했고 만족한 선수 생활을 했기에 장대한 감정을 가지고 은퇴를 한 것이 아니다. 섭섭한 마음도 없다. 인생 2막이라고들 많이들 해주시는데 지금 당장은 쉬고, 놀고 싶다”고 했다.

이선명 기자 57km@kyunghyang.com

Copyright © 스포츠경향.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